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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세상, 호기심이 힘이다

한근태 | 186호 (2015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호기심의 정의는지식에 의해 촉발되는 동시에 지식의 부재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다. 현재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 생긴 간극을 좁히고 싶은 욕심이 호기심이다. 또 호기심은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당황스런 역량들의 조합이다. 실제 상황의 어긋나는 정도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을 때 가장 호기심이 높게 나타난다. 인류 사회의 가장 위대한 업적들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마음속 어린아이를 포기하지 말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조언은 풍요로운 삶을 원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다.

 

유명한 컨설팅회사의 대표와 골프를 친 적이 있다. 라운딩 중 유능한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째는 강인한 체력입니다. 컨설팅은 머리로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머리보다 체력이 더 중요합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호기심입니다. 처음에는 다들 재미있어 합니다. 근데 몇 번 프로젝트를 하고 익숙해지면 재미없어 합니다. 어떤 일이나 다 비슷하거든요. 이럴 때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호기심이 강하면 훨씬 재미있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호기심이 강한가? 여러분 회사에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호기심 천국이다. 덕분에 위대한 성과를 남겼다. 그가 쓴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밀라노와 인근 지역을 측량한다. 밀라노의 성당을 다룬 책을 찾는다. 코르테 베키어(영주의 성)의 측량값을 찾는다. 삼각형의 면적 구하는 법을 알기 위해 산술학 책을 구한다. 베네데토 포르티나리(피렌체의 상인)에게 플랑드르에 얼음을 깔 수 있는 방법이 무언지 물어본다. 밀라노를 그린다. 안토니오에게 요새에서 낮과 밤에 포 배치에 대해 물어본다. 지아네토가 만든 석궁을 살펴본다. 수력학의 대가를 찾아 수문, 수로, 방앗간을 롬바르드 방식으로 고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태양측량법을 물어본다. 지오반니 프란세스가 알려주기로 했다.” 다빈치의 관심사는 엄청 다양했다. 대부분어떤 일을 하겠다, 어떤 책을 구하겠다, 누구를 만나 무엇에 대해 물어보겠다로 구성돼 있다. 호기심 덕분에 그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호기심은 학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호기심은 풍요 자산

 

호기심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발전의 원동력이다. 호기심이란 선악을 떠나 뭔가 다른 것, 저 멀리 있는 것, 이해하기 힘든 것을 알아내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호기심이 있으면 세상은 재미있고, 호기심이 사라지면 세상은 지루하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사물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호기심이 있어야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관찰과 질문을 하게 된다. 공부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식도 생기고 애정도 생긴다. 호기심은 발전을 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번 호에서는 호기심에 관한 책

<큐리어스>를 소개한다.

 

호기심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젊다는 상징이다. 싱싱한 사람일수록 호기심이 많고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일수록 호기심이 적다. 호기심이 없는 인간은 죽은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어린애들은 호기심덩어리다. 왜 포도는 다닥다닥 붙어 있나요? 왜 달은 둥글어요? 왜 물은 차가워요? 어떻게 저런 게 다 궁금할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설명할 방법이 없어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근데 호기심이란 무엇일까?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한 대니얼 벌라인은 호기심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호기심이란 지식에 의해 촉발되는 동시에 지식의 부재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정보를 접하면 그것이 무지를 자극해 알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주제에 대해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 주제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현재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는 간극이 생긴다. 그 간극을 좁히고 싶은 욕망이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은 정보의 부재가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는 정보 내부의 빈틈이다. 현재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갭이다. 인간은 모르는 것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알 수 있는 것만 알고자 한다. 이 영역을 넘어서 존재하는 것들은 의미가 없고 따라서 소망이나 충동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너무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간쯤 되는 영역이 근접학습 영역인데 그게 바로 호기심 영역이다. 호기심을 느끼려면 자신의 지식에 빈틈이 있음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호기심은 점차 사라지는데 이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자극에 대책 없이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려면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은 필수적이다. 호기심은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당황스런 역량들의 조합이다. 호기심은 식욕이나 성욕 같은 생물학적 충동이다. 호기심 욕구는 정보에 의해 충족된다.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벌어지는 일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호기심이 자극된다. 호기심은 예상한 바와 실제 상황의 어긋나는 정도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을 때 가장 높다. 호기심은 정보 간극에 대한 반응이다.

 

중세에는 호기심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는 호기심을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호기심이 사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자연현상들을 연구하도록 유혹하는 병적 탐욕이라고 생각했다. 성서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고,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의 존재를 의심한다고 여겼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가 돼서야 그런 생각이 조금 바뀐다. 인쇄술이 발명되고, 책이 대중화되고, 글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지적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지적 호기심의 증폭기 역할을 한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서점을 기차 매표소와 구분해 얘기한다. 기차 매표소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가지만 서점은 모호한 채로 꿈을 꾸듯 가는 곳이란 뜻이다. 서점에 있는 것들이 자유롭게 내 눈길을 끌고 내게 영향을 미치도록 둔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이 오락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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