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차량의 항속 거리와 편의성, 안전성을 규정하는 부품이기도 하다. 최근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는 전기차의 안전성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더 안전하고 편리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드웨어적 접근은 물론 배터리 안전 진단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접근도 활발하다. 기존 배터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반고체·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본격 속도가 붙었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구조적 변화 속에서 우리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결국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해 여러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배터리 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장 경쟁의 치열함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소비자 안전을 타협할 수 없으며 오히려 업계가 협력해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수립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11‘曾毓群:共创动力电池的「高标准」时代’, CATL, 20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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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중국 쓰촨성 이빈시에서 개최된 세계 동력 배터리 총회(世界动力电池大会)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제조사 CATL(寧德時代)의 창업자 쩡위친(曾毓群)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배터리 산업의 당면 과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는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산업계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2024년 8월 발생한 인천 청라의 주차장 화재 사고는 전동화를 가속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는 조사 결과 내연기관 자동차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사고 초기부터 전기차 화재로 오인돼 안전성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9월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CATL 배터리 공장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전기차 안전성은 글로벌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는 이제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600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산업 전반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 됐다.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 삶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전기차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신차 판매의 18% 수준22Global EV Outlook 2024, IEA, 2024.4.
닫기을 차지하며 친환경 모빌리티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전기차 산업의 캐즘(Chasm) 진입과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터리 산업계는 복합적으로 얽힌 기술적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주행 거리 향상, 충전 시간 단축, 생산 원가 절감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안전성 강화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더욱이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 불안이 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는 전기차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는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천서형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요 연구 분야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다. LG그룹사 싱크탱크 소속으로 전기차·배터리 등 지속가능한 기술과 산업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연료전지 기술 전략과 차량 개발 설계 원가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관련 국내외 특허 및 논문을 출원하며 연구 성과를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