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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작고도 성능좋게…” 생각 바꾸면 다 된다

하정민,김남국 | 12호 (2008년 7월 Issue 1)
과학기술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리즈(TRIZ·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간 트리즈의 문제해결 방법론은 복잡한 암호문 같았습니다. 하지만 트리즈 대중화를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현장 경영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졌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트리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생생한 케이스 스터디와 현장 적용 방법론 등을 집약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모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원천을 트리즈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하정민
·김남국 기자 [email protected]
 
달 착륙을 준비하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서는 달 표면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우주탐사선 하부에 무수히 많은 백열전구를 달아야 했다. 하지만 달 착륙 시 발생하는 충격을 견딜만한 강한 유리와 전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의 최고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고민했지만 도무지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NASA는 옛 소련 출신 과학자를 초빙했다. 놀랍게도 그는 단 몇 분 만에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우주는 진공 상태여서 전구에 굳이 유리를 씌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의 해답이었다.
 
미국과 소련 과학자의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해답은 바로 창조적 문제 해결인 ‘트리즈(TRIZ)’에 있다. 옛 소련 과학자는 트리즈 기법을 이용해 문제를 풀었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트리즈’가 새로운 경영혁신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초경쟁(hyper-competition) 환경에서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의 필요성이 떠오르면서 트리즈가 유력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트리즈의 발명 문제해결 원리를 활용해 울트라폰과 보르도TV 등 세기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트리즈는 러시아 과학자 겐리히 알트슐러(Gen -rich Altshuller)가 소련 해군 특허사무국에서 근무하며 1940년대에 개발한 체계적 발명 방법론이다. 불과 15세에 발명 특허를 취득한 천재 발명가 알트슐러는 ‘최소한 하나의 모순을 갖고 있으며 그 해결책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문제’를 ‘창의적 문제’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에 최소의 자원을 투입해 모순을 극복하고 이상적 해결책을 찾아내면 기술 발전이 일어난다고 그는 판단했다.
 
알트슐러는 “발명은 천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보편적인 발명 원리를 찾아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에 알트슐러와 그의 후계자들은 이후 50년 간 200만 건 이상의 혁신적 특허를 연구 분석해 새로운 발명이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공통 유형과 창의적 방법론을 집대성했다. 이것이 바로 트리즈다.
 
트리즈는 당초 옛 소련의 ‘신비한 비법’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후 서구 기업들이 트리즈 전문가를 앞 다퉈 영입하면서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한국에서는 1995년 LG생산기술원이 가장 먼저 트리즈를 도입했다.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LG보다 늦게 트리즈를 도입한 삼성도 초기에는 상황이 비슷했다. 하지만 현 농심 회장인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이 “연구원 내에서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러시아에서 영입한 트리즈 전문가가 이를 검토하도록 의무화하라”고 지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면서 2000년대 들어 삼성에서는 트리즈를 이용해 혁신 상품을 개발하거나 그동안 풀지 못하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종종 등장했다. 특히 2006년부터 창조 경영이 그룹의 핵심 화두로 등장하면서 각 계열사는 앞 다퉈 트리즈를 배우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코닝, 삼성코닝정밀유리, 삼성SDS 등은 2006년에 출범한 ‘삼성 트리즈 협회(STA)’를 통해 트리즈를 이용한 각 회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있다. 트리즈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트리즈 웹진도 발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삼성그룹 자체에서 쌓은 노하우만으로도 러시아 본가(本家)와는 다른 한국형 ‘트리즈’ 체계를 확립했다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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