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헹켈, 마르쿠스 라이트치크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의 가치는 물질적 자산보다 무형자산(특허와 다른 지적자산 등)에 더 많이 존재한다. 무형자산을 다루는 방법은 산업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는 특허관리에 매우 적극적이다. 한 개의 특허가 때로는 제품라인 전체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첨단기술 기업은 서로 협력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복잡한 제품은 수천 건의 특허가 필요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다른 기업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허는 그들 기업에 있어 서로 교환할 수 있는 ‘화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많은 첨단기술 기업이 ‘특허 사냥꾼(patent shark)’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특허 사냥꾼은 숨겨진(잘 알려지지 않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그들의 권리가 제조기업의 부주의에 의해 침해 당했을 때 나타나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회사를 말한다. 대부분의 공격은 갑자기 일어나며, 상대편이 누군지 알지도 못한 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 기업들의 전통적인 특허 방어 방법이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경쟁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게릴라전에는 전혀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특허 사냥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쟁자와의 상호 특허권 사용 계약을 위한 특허 포트폴리오 축적’ 등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욱 정교하고 단순한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더욱 모듈화된 부품을 설계해야 하며, 초기 단계부터 경쟁자와 협력해야 한다. 또 내부 기술 부서 및 경쟁 기업들과 특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소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특허의 등록은 포기해야 한다. 이는 곧 과거의 R&D 프로세스 전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특허 사냥꾼이란?
특허 사냥꾼은 일반적인 발명가처럼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 초기에 판매나 특허권사용 계약을 제안하고, 의도적인 침해에 대항해 그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에 자신은 기회주의적이거나 의도적인 목적으로 자신들의 특허권을 부주의하게 침해한 기업들로부터 사용료를 받아 이익을 얻는다.
특허 사냥꾼의 활동은 완전히 합법적이지만 제조업자들은 이들이 매우 위험하며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때때로 이들은 자체적으로 발명한 특허를 기반으로 특허권을 보유하기도 하지만 파산한 기업으로부터 획득한 특허로 제조업자를 위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의 수석 법률 자문가인 버크마스터 드 울프(Buckmaster de Wolf)는 “특허 사냥꾼 사업은 규모가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벤처캐피털의 눈에 더 매력적으로 비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허 사냥꾼들은 다양한 기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현재는 컴퓨터, 이동통신, 무선 통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산업의 특성과 산업 표준이 사냥꾼들에게 완벽한 먹잇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자들은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제조회사인 인텔은 클리퍼(Clipper) 프로세서 특허 침해 때문에 인터그래프(Intergraph)사에 최소 6억75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인터그래프는 몇 년 전에 해당 제품 생산을 중단했고, 보유하고 있는 특허기술을 제품 생산에 사용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사냥꾼인 어슈어 소프트웨어(Asure Software, 이전의 Forgent Network)는 외부로부터 획득한 단일 특허로부터 1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달성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돼 사냥꾼들은 이제 미국뿐 아니라 국제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의 특허 담당자인 클라우스 해커(Klaus Hacker)는 “최근 미국에서 특허 사냥꾼의 활동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법률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유럽에서 이들의 활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이외의 다른 연구자들도 법률 규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무자비한 공격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동의한다. 특히 두 가지 법적 허점을 이용하는 전략이 제조업자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