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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NFT라는 태풍의 눈 안에서

공효림 | 342호 (2022년 04월 Issue 1)

최근 수년간 미술계에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는 많은 사람의 의구심과 확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이 같은 변화는 급작스러워 보이지만 수백 년이 넘는 미술사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뜻밖의 사건은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미술은 훨씬 더 인간의 삶 가까이에 있었고 미술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왔기 때문이다.

미술의 주제나 장르는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과 시장의 흐름에 영향을 받으며 점진적으로 변해 왔다. 이런 변곡점마다 ‘미술’과 ‘좋은 작품’이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예술가는 물론 미술 향유자들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곤 했다. 특히 현대미술에서 피카소가 우리가 보던 세상과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진 작품을 공개했을 때, 마르셀 뒤샹이 변기에 서명을 하고 이를 예술 작품이라며 내보였을 때, 그야말로 충격적인 반향이 일었다.

오늘날 NFT를 미술의 범주로 인정할지를 둘러싸고도 첨예한 의견 대립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논쟁은 어떤 증명이나 확신이 필요한 사안이기보다는 사회 구성원 간 합의의 문제다. 과연 이를 미술로 수용하고 이 변혁에 합류시킬지는 선택의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NFT가 미술의 한 장르가 되는 데서 더 나아가 새로운 미술의 방향을 제시해 줄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 혁신적인 예술가들은 미술의 범주를 작은 점에서 이차원의 큰 원으로 만들었다. NFT는 이를 삼차원의 나선형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먼저, 예술가 입장에서 보면 창작의 매체,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가 더 넓어지고 자율성이 확보된다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좋은 작품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다. 또한 예술 향유자 혹은 컬렉터(수집가)의 입장에서 보면 전통적인 미술 시장에서 작품을 거래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더욱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 없이 예술가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이처럼 NFT는 미술계라는 생태계 내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분명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미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미술 작품의 생산과 거래가 지속해서 순환하는 건강한 흐름을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머지않은 미래에 미술계에서 NFT가 거스르기 힘든 거대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 이유다.

아직 시장이 태동 단계인 현 상황에서 NFT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주된 이유가 경제적 동기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본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질 수도, 더 크게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젊은 미술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려는 ‘캔버스’ 플랫폼을 포함해 NFT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믿고 활동을 이어가는 수많은 예술가, 컬렉터, 플랫폼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이런 초기 실험들이 모여 수년 후 NFT가 미술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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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림 ㈜판게아 아트 디렉터 [email protected]

필자는 판게아에서 온라인 NFT 미술 거래 플랫폼 ‘캔버스’의 운영을 맡고 있다.
미술사와 미술 경영을 전공한 후(미술 경영 석사) 기업 미술관과 온라인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다.
위메이드트리에서 NFT 옥션 서비스 사업 개발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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