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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ty: 현대카드의 고객만족(CS) 혁신

진상고객 전화 끊으니 개념고객 만족도 높아졌다

김선우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터연구원 임승희(서강대 국어국문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1 12월 현대카드의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CS)어워드 행사 때 한 편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영된 동영상에는 고객으로부터 온갖 욕설을 다 들어야 했던 한 남성 콜센터 직원이 등장한다. 욕설은 장장 30분 동안 계속됐다. 영상은 이 직원이 해당 전화상담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와 쓸쓸히 담배 두 개비를 연속으로 피우고 다시 상담을 하기 위해 자리로 복귀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동영상이 상영되자 CS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즐거워야 할 CS어워드 행사장이 숙연해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이러한 상황을 계속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건 바로 그때였다. 정 사장은 이듬해 1월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콜센터에 전화 걸어서 직원들에게 성희롱이나 험한 욕을 퍼부으면 두 번 경고안내 후 전화 차단하는 정책 입안. 비록 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 직원들과 선의의 고객들을 지키는 것이 진짜 서비스다.”

 

그리고 현대카드는 바로 2012 2월부터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두 번의 경고 후 응대를 중단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콜센터 직원들을 성희롱과 폭언으로부터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고객이 무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는 국내 서비스업계에서 현대카드의 이러한 직원 보호 정책은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자칫 고객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겨 브랜드 가치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벌어진 대기업 임원의 행패로 인해감정노동자1 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카드 회사 콜센터 직원들이 바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서비스업에서 고객에 대한 친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한 과잉 친절이나 직원들의 인위적이고 불필요한 행동과 말로 인해 고객이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고객에게 꼼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역이용해 욕설을 퍼붓고 부당한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진상 고객들의 행태를 감내한다. 전체 고객 중 이러한 고객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참고 넘기는 것이다. 불친절함이나 하나의 작은 실수가 SNS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알려지며 불매운동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수없이 봐왔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 사안을 다르게 해석했다. 첫째, ‘진상 고객의 전화는 끊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직원 보호를 통해 전체적인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고객들은 대체로 전화를 끊지 않고 오랜 시간 통화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로 인해 대기시간이 길어져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현대카드는 진정한 CS고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한 태도(attitude)’가 아니라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solution)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했다. 김정인 현대카드 기획지원본부장(상무)현대카드가 생각하는 CS의 정의는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며만약 고객이내가 원하는 서비스는 못 얻었지만 그 회사 직원 참 친절하기는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고객의 시간을 낭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에서고객으로 관심을 돌리다

현대카드는 2001년 창립 후 2012년까지 자산 기준으로 연평균 14.7% 성장했다.2  고속성장이다. 후발주자로서 성장에 주력했고 알파벳 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시정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고객에게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고객의 로열티 구축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0년경부터회사가 빠른 시간에 크게 성장했고 고객 서비스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회사 내부적으로 생겨났다. 그때부터 CS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CS와 관련된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고 전사적으로 이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CS를 포함한 전사적인 오퍼레이션, 즉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서비스와 관련돼 있는 모든 부서들을 하나로 모아 본부를 조직했다. 그래서 2011 3 ‘Operation 본부가 만들어졌다. CS는 물론 카드 프린팅, 배송, 정산, 청구 등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부서들을 한데로 모은 대규모 본부였다. 리스크관리 부서에서 담당하던심사도 고객과의 접촉이 많다는 이유로 가져갔고 마케팅부서에서 관리하던채널(콜센터)’도 담당하게 됐다. 내부 인력만 1200명에 콜센터 직원 3000명을 합쳐 약 4000명에 이르는 현대카드에서 가장 큰 조직이 탄생했다.

 

본부 출범 초기 정 사장은 본부의 수장을 맡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출신의 김정인 본부장에게탁월한 운영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이 무엇인지 정의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 김 본부장은 오퍼레이션이 카드 회사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고객들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자체보다는 카드로 인해 파생되는 서비스들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카드 회사의 운영효율성은 서비스를 회사가 설계하고 의도한 대로 고객들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내렸다.

 

오퍼레이션 본부는 2011년 중반부터 새로운 정의에 맞는 오퍼레이션 체계를 설계했고 2012 4월부터 새 시스템을 적용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현대카드의 새로운 정의에 맞게 운영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상담원들의 수준이 높아야 했다. 원하는 메시지의 전달이 무조건적인 친절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으며 고객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요구됐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든다. 새로운 오퍼레이션 체계를 적용하려면 전체 비용이 10%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 원이 넘는 투자가 필요한 셈이었다. “비용에 상관 없이 체계를 바꾸라던 정 사장도 계산서를 받아 들고는진짜 이만큼이나 드느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김 본부장은다시는 서비스 퀄리티 이슈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고 결국 결재를 받았다.

 

성희롱 및 폭언 고객 전화 차단은 현대카드의 CS혁신 프로젝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CS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된 현대카드의 CS혁신 프로젝트는고객응대 스크립트 간소화 △ARS 프로세스 개선사전 CS모니터링(Operation Check) 등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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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우

    김선우[email protected]

    경영 칼럼니스트

    필자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을 전공했고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2년 동안 동아일보와 DBR에서 기자로 일했다. 미국워싱턴주에 거주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등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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