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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BMW그룹 코리아

고객불만은 혁신의 보약...틀 깨는 혁신으로 10년 1위 신화 쓰다

김선우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곽현정(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BMW그룹 코리아 마케팅팀은 고객 대상 행사를 할 때 행사장 화장실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고객들이 가치를 찾고 진정한 고급스러움을 느끼는 곳은 결국 화장실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마케팅을 총괄했던 한상윤 상무는 행사장에 도착하면 항상 화장실부터 체크했다. 충분히 깨끗하고 고급스럽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직원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화장실의 상태부터 챙긴다.

 

2012 2 BMW의 새 3시리즈 출시 행사 때 문제가 생겼다.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앞이 행사 장소였는데 야외여서 화장실이 따로 없었다. 비상이 걸렸다. 이동식 화장실 업체를 알아본 결과 그중에서도 고급스러운 화장실을 갖춘 곳이 있었다. 다행히 이동식 화장실 중에는 최고급 화장실을 행사장에 설치한 마케팅팀은 선방했다고 생각하고 현장을 한 상무에게 보여줬다. 한 상무는 팀의 선택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화장실의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상무의 불호령이 이어졌고 결국 이동식 화장실을 모두 다시 청소하고 난 후에야 행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행사장의 생수 브랜드 하나, 커피 잔 디자인, 화장실 상태 등에 집착하는 것은 BMW그룹 코리아가 가진 고객 가치 향상이라는 철학의 한 부분이다. BMW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대중적인 브랜드를 모두 물리치고 10년 넘게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성과의 이면에는 고객에 대한 성찰이 자리 잡고 있다.

 

BMW그룹 코리아의 역사

BMW그룹 코리아 법인은 ‘BMW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1995년 설립됐다. 당시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자동차 수입 및 판매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BMW그룹 코리아는 초기에 국내에 세워진 수입 자동차 기업 법인 중 하나다. BMW라는 브랜드의 이름값 덕분에 초기에도 판매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출범 2년여 만인 1997년 말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났다.

 

당시 CFO였던 김효준 사장은 독일 본사로부터 2가지 옵션을 받았다.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가 2∼3년 뒤에 다시 진출하거나 현재의 규모를 3분의 1로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는 2가지 상황의 재무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어려울 때 투자를 늘려서 기반을 확충을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는 전혀 다른 제안을 했다. 3, 4년 동안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인력을 뽑고 조직을 세웠는데 이들을 다 내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전부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누가 할 것인지도 문제였다. 김 사장은한국의 위기는 일시적인 외환위기로 보이는데 BMW 정도 되는 회사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내 딜러에게 자금을 지원해서 딜러가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안은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BMW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딜러에게 자금을 융자해줬다. BMW그룹은 당시 국내 딜러인 코오롱그룹에 2000만 달러를 연 이자 5%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빌려줬다. 시장 금리가 연 20%에 이르던 시절이었다. BMW그룹 코리아로서는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었다.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이때부터 바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과감한 제안 속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김 사장의 확신이 숨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갖고 있는 산업적 연관 효과가 상당히 큰데 제조업에 강한 한국은 자동차 산업을 키울 가능성이 높고 국내 시장이 커지면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독일과 같은 자동차 대국들을 보면 국산차와 수입차의 구분이 없고 굳이 나눈다고 하더라도 수입차 비중이 30∼40% 정도 된다. 김 사장은자동차에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에서 브랜드와 고객 서비스를 잘 다듬어 나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어려울 때 감행한 투자는 곧바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BMW그룹 코리아는 1999 1001대를 판매하며 수입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른다. 그해 전체 수입 자동차 판매 대수의 41.69%에 이르는 숫자다. BMW가 한국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최대 경쟁사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2003, 아우디가 2004년에 각각 국내 법인을 세우며 따라왔다. 경쟁은 격화됐고 경쟁사들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나 선제적인 투자와 고객가치창출 위주의 전략 덕분에 1999년 이후 BMW그룹 코리아는 2008년 일본 혼다에 한번 수입 자동차 판매 1위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2012년까지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MINI와 롤스로이스를 포함해 BMW그룹 코리아의 판매 대수는 2009년 수입 자동차 최초로 판매 1만 대를 돌파한 이후 2011년에 2만 대, 이어서 2012년에는 3만 대를 넘어섰다.

 

Can-Do Attitude’와 시장의 틀 깨기

김 사장이 BMW그룹 코리아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재무 담당 상무였던 그는 한 BMW 딜러를 만났는데 그 딜러에게서자동차 잘 모르시죠? 1등 차는 벤츠입니다. BMW 2등이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1등에 비해 적게 팔 수밖에 없고 가격도 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를 이었다. 김 사장은 이후 비슷한 내용의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BMW 구성원은 물론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2 BMW’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 사장은 왜 2등인지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구할 순 없었다. “그냥 옛날부터 그랬다는 답뿐이었다.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이나 본인이 팔고 있는 물건에 대해서 스스로 2등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고객을 시장에서 설득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독일 출장을 갔을 때 개인 돈을 들여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각각 빌려 아우토반에서 시승을 해봤다.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BMW 차량의 성능이 절대로 뒤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를 많이 팔지 못하는 건 마음가짐과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김 사장은 BMW그룹 코리아 구성원과 딜러들의 인식을 바꾸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1997년에는 용인 스피드웨이를 빌려 영업사원과 BMW 관계자들을 전부 모아놓고 경쟁사 차량과 BMW 차량을 하루 종일 마음껏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게 했다. BMW가 좋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B2B’ ‘B2C’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 B2B ‘Benz to BMW’, B2C ‘BMW to Customer’를 의미한다. B2B에는 ‘BMW 제품에 자부심을 갖고 1등 벤츠를 이기자는 의미가 담겨 있고 B2C에는벤츠를 이기는 것이 끝이 아니다, 벤츠를 이기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고객을 지향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BMW 본사의 전격적인 투자와 국내 법인의하면 된다(Can-Do Attitude)’는 자세가 결국 2000년대 BMW가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런 BMW그룹 코리아의 열정적인 자세는 경쟁사를 이기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렉서스 등의 도전을 받고 있던 BMW그룹 코리아는 2007년 한번 더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려는 2007, BMW그룹 코리아는 사양이 좋아진 새 5시리즈의 가격을 1900만 원 내린 것이다. 기존 5시리즈 중 525i 6기통 엔진에, 배기량이 2.5L, 최고출력은 218마력, 가격은 8650만 원이었다. 반면 2007년에 나온 528i는 같은 6기통 엔진이지만 배기량 3.0L에 최고출력 231마력으로 기존 525i보다 둘 다 높은 데 반해 가격은 6750만 원으로 1900만 원이 낮았다. 덕분에 5시리즈는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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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우

    김선우[email protected]

    경영 칼럼니스트

    필자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을 전공했고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2년 동안 동아일보와 DBR에서 기자로 일했다. 미국워싱턴주에 거주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등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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