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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BG 인수 후 통합 과정(PMI)

꿈을 이야기하자, 직원들은 마음을 열었다

김선우 | 101호 (2012년 3월 Issue 2)
 
 

롯데주류가 2009년 3월 ‘처음처럼’을 만드는 두산주류를 인수했을 때 두산주류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하루아침에 팔린 신세가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롯데는 그런 두산주류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애정을 가지고 배려했다. 꿈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인수합병(M&A) 뒤에 많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점령군’ 노릇은 하지 않았다. 초기에 단 12명의 롯데 직원이 두산으로 왔고 3년에 걸쳐 모두 18명의 롯데 직원이 두산에 편입됐을 뿐이다. 대표이사도 두산주류의 김영규 부사장이 맡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인수 당시 25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던 두산주류는 롯데에 인수돼 롯데주류BG(Business Group)로 바뀐 지 3년 만에 65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소주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기는 힘들다. 소주 회사들은 모두 열대 고구마인 타피오카로 만든 주정에 감미료와 물을 더해 소주를 만든 뒤 똑같은 초록색 병에 담아 판다. 감미료와 물을 섞는 기술이 제품의 품질 차이를 만드는 셈이다. 두산주류의 대표 제품인 처음처럼은 3년 전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11%에서 16%로 5%포인트가 올랐다. 바뀐 건 단지 똑같은 처음처럼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었을 뿐이다. 바로 이 마음가짐의 변화가 인수 후 통합과정(Post Merger Integration·PMI)의 성공을 대변한다.
 
두산주류의 조직은 불안정했다. 이미 식품사업의 정리를 결정한 두산그룹의 최고위층은 사람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통제했고, 목표를 상실한 채 표류하는 조직은 심각한 인사 적체와 갑작스런 M&A로 활기가 떨어지고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주인이 바뀌었으니 회사의 미래나 본인의 신분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많았다. ‘술장사’라는 업종의 특성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점잖고 인간적인 두산그룹의 문화를 이어받아 전반적인 인적자원의 수준은 높은 편이었다. M&A 직후 실시한 조직문화진단에서 두산주류 임직원들은 높은 조직몰입도와 자긍심, 인간지향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산주류 임직원들은 ‘회사 가치관과 일치도’ ‘회사 선택에 대한 만족도’ ‘회사 분위기의 긍정적 인식’ ‘인간지향적 문화’ 부문에서 모두 롯데그룹 평균보다도 높은 점수를 보였다. 또 두산주류는 대기업의 계열사였던 관계로 대기업의 특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어서 갈등요소가 줄어들 수 있었다. 이식에 따르는 거부반응이 별로 없었던 셈이다.
 
 
 
 
 
인수 직후 롯데주류는 M&A 후 구성원의 반응 변화 곡선을 감안한 회사 통합 중장기 계획에 돌입했다. 통합 초기 구성원들의 불안과 저항을 예상해 안정화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PMI의 방향성은 ‘전 구성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긍정성을 극대화하고 흡수를 지양하는 컨버전스형 프로세스의 추진’이었다. (그림1) PMI체계는 사람과 제도의 영역에서 1)공유와 이해 2)비전설정과 변화의 확산 3)변화 관리 추진의 3단계로 추진됐다. (그림2) PMI의 목적은 △롯데와 두산의 강점을 융합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직 안정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위한 혁신 시스템 구축 △전 구성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변화 프로그램 창출이었다. 제2의 도약을 위한 원동력이 부족했던 직원들에게 사기를 불어넣는 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1) 공유와 이해
 
전체 PMI의 첫 단계로 ‘관망기’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 6개월 동안 두산 출신 임직원들이 롯데그룹을 이해하고 롯데그룹에서는 두산주류 임직원 개개인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간에는 위에서 언급한 롯데그룹 공통 설문지를 이용해 조직문화진단 설문도 실시했다. 두산주류 임직원들의 기본 인식을 조사하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이후의 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 기본교육- CHAMP(2009년 5∼6월)
 
1박2일 동안의 교육 과정으로 롯데주류가 롯데인재개발원과 공동으로 기획했다. 첫날에는 롯데그룹의 핵심가치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둘째 날에는 비전을 공유하고 조직에 대한 긍정요소 찾을 수 있도록 팀별로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선언문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11차례에 걸쳐 모두 538명이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 후 두산주류 임직원들의 롯데그룹에 대한 이해 정도는 교육 전 3.05점에서 4.27점(5점 만점)으로 상승했다.
 
● 2009년 세일즈 랠리(Sales Rally) 행사(2009년 4월)
 
전 지역 영업사원들이 모여 롯데그룹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2009년 회사의 전략과 경영현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주요 전략지역인 부산경남권에서 처음처럼 론칭 판촉 행사를 겸해 진행했고 부산 롯데호텔에서 1박2일 동안 영업사원은 물론 판촉 주부사원까지 모두 585명이 모여 경영정보와 비전, 실적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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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우

    김선우[email protected]

    경영 칼럼니스트

    필자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문 지리학을 전공했고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2년 동안 동아일보와 DBR에서 기자로 일했다. 미국워싱턴주에 거주하면서 네이버 비즈니스판, IT전문 매체 아웃스탠딩 등에 미국 IT 기업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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