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164호를 읽고
1932년 출판된 영국 소설가 A.L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신세계는 결코 멋지지 않다. 헉슬리는 문명이 극도로 발달해 과학과 기술로 대변되는 유토피아를 보여줬지만 인간성과 개성은 말살된 곳이었다. 미래를 풍자적으로 그린 것이다. 공장에서 찍혀 나오듯 생산된 아이들은 계급과 필요에 따라 정해진 운명에 순응한다. 사람들은 자발적 노예가 돼 암묵적 합의로 신세계에서 산다. 아무런 감정과 고민이 없는 멋진 신세계에서 대항하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다름 아닌 자연환경에서 셰익스피어의 정신을 교육받은 ‘야만인’이었다.
산업구조의 변화는 교육의 변화를 수반했다. 경공업 위주였던 산업구조가 중화학, 제조업을 거쳐 IT 중심으로 바뀌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경직된 교육제도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인재상을 갈구하게 했다. 헉슬리가 예견한 ‘멋진 신세계’를 염려하듯 우리는 교육의 혁신을 고민하고 있다.
혁신 바람은 교육 분야에서도 거세게 불었다. 전국 초·중·고 혁신학교는 600여 곳에 달한다. 공교육의 위기, 대학 서열화 부작용, 획일화된 교육제도 등 기존 교육제도가 보여준 한계는 분명 더 이상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투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만 성공해서 교육이, 더 나아가 현대사회가 올바르게 혁신될 수 있을까. DBR 164호는 교육에서 혁신이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혁신’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원동중 야구부의 기적, 간디학교의 대안교육, 호서대 간호학과의 차별화 전략, 존 우든 감독의 일화 등 다양한 교육혁신 사례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기본과 원칙,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이었다.
교육 분야의 혁신은 결코 해당 분야만의 고민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요구되는 혁신에 대한 갈망은 비즈니스에도 분명 해당된다. 특히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최근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혁신’에 대한 고민은 더욱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수많은 경영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먹구구식 혁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원칙과 기본, 인성에서 시작되는 조직원의 태도와 자발성에 기초한 업무 몰입은 분명 불확실한 상황을 타개하고 ‘혁신’을 준비하는 경영자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이 될 것이다.
문형원
DBR 제8기 독자패널(경동나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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