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GE 역사상 최연소 회장에 오른 잭 웰치. 그는 GE가 전통적으로 이어왔던 강력한 경영자가 주도하는 모델에 1980∼1990년대 미국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받아들임으로써 무려 20년 동안 기업 권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웰치식 경영은 당시 GE가 처한 상황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시대적 산물이라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업 생태계, 특히 자본시장이 바라는 회사와 경영자의 모습에 부합해 그 정당성을 확보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기업 경쟁, 다수의 대중이 기계와 컴퓨터에 일을 뺏기는 21세기의 사회상은 웰치가 살았던 시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달라진 세상은 변화된 시대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기업 권력을 찾고 있다.
‘세기의 경영인’ 잠들다
2020년 3월1일, 잭 웰치(Jack Welch)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언론의 경제면에선 여전히 관심 뉴스로 다뤄지지만 세상에 요란한 일이 많아서인지 반응은 그리 크지 않다. 어느새 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에겐 낯선 이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과정에서 GE의 워크아웃(Workout)과 식스시그마(Six-Sigma)를 경전 삼아 따르던 시절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GE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선진 경영이라 여기던 것이 벌써 20년 전의 일이고, 그동안 세상이 달라져서 그의 냉혹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방식이 이제는 원망의 대상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줄만 알았던 GE도 예전만 못해서 구글, 아마존, 애플 같은 새로운 강자들은 물론 삼성전자보다도 나을 게 없다는 싸늘한 현실도 있다. 남들에게선 피눈물을 짜내는 동안 정작 본인은 막대한 퇴직 보수를 챙겼다는 인식도 그와 GE에 덧입혀진 신화를 일부 벗겨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리며 GE의 신화를 이끌어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20년의 재임기간 동안 GE의 매출은 연 270억 달러(1981년)에서 연 1300억 달러(2000년)로, 기업가치는 130억 달러에서 3900억 달러로 늘었다. 미국의 산업경쟁력 하락을 걱정하던 시대에 연간 8%의 외형 성장과 연간 수익률 23%의 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잭 웰치 신화에 담긴 경영의 논점들을 몇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