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의 가장 큰 이슈는 창업(創業)보다는 수성(守成)이다. 새로운 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 업의 성과를 지속할 것이냐가 더욱 중요한 기업의 목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키아나 코닥 같은 기업들이 한때 성대한 창업을 통해 천하를 호령했으나 결국 방향을 잃고 한순간 방심해 수성에 실패한 것을 보면 성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지속임에 분명해 보인다. 당나라 태종의 태평성세 내용을 담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보면 ‘이창업(易創業), 난수성(難守成)’이란 말이 나온다. ‘창업은 쉬우나(易) 수성은 어렵다(難)’는 이 말은 중국 수(隋)나라 말 혼란기에 아버지 이연(李淵)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당나라를 창업한 이세민의 통치철학이었다. 당 태종은 사치를 경계하고 민생 안정과 인재 등용을 통해 후세 군왕들이 치세(治世)의 본보기로 삼는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룩했다. 그는 신하들이 모인자리에서 창업과 수성 중에 어떤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냐고 질문했고 그때 당태종과 함께 창업에 참가했던 방현령(房玄齡)이란 신하는 어려운 난세에 최후의 승리자가 돼 업을 창조하는 창업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국태민안의 내정에 힘을 쏟던 위징(魏徵)이라는 신하는 창업보다 나라를 지키고 유지하는 수성이 더욱 어렵다고 반론했다. 이때 당태종은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이 더욱 어려운 일이라며(易創業, 難守成), 새로운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조선시대 무과급제를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했던 병법서 중에 하나인 <오자병법>에도 ‘싸워서 이기는 것은 쉬워도 그 승리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승이(戰勝易) 수승난(守勝難).’ ‘전쟁의 승리는 쉬워도 그 승리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는 뜻이다. 세상의 흥망성쇠가 모두 그러하듯이 승리 뒤에는 패배가 기다리고 있고 융성함 뒤에는 쇠락의 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융성했던 제국도 결국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그토록 강했던 기업도 한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승리도 어렵지만 그 승리를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말이 실감이 간다.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승리하고 성공한 사람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권세를 부리다가 결국 한순간 쇠락의 길을 걸으며 몰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창업(創業)’과 ‘전승(戰勝)’보다는 ‘수성(守成)’과 ‘수승(守勝)’이 더 어렵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권력의 정점에서 승리를 구가하던 지도층 인사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승리가 영원할 줄 알고 해서는 안 될 일에 개입하고 승리를 비정상적인 곳에 사용한 결과가 어떤지를 통감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삼일 동안 쾌청한 날씨는 없고(天無三日晴), 아무리 땅이 평평해도 삼리 이상 평평한 땅은 없다(地無三里平)’는 말이 있다. 결국 세상의 어떤 것도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게 되고 평안한 세월이 있으면 굴곡의 세월도 있다는 것이다. 승리한 자가 더욱 조심하고 자신을 경계해야 그 승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기본을 잊는 순간, 승리는 자신을 파국으로 모는 계기가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창업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다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걷는 국가와 기업, 사람을 보면서 멋지게 창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수성을 통해 유지해 나갈 것인가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 창업보다 어려운 수성의 요체는 바로 정도(正道)다. 바른 길로 가는 것이야말로 수성을 위한 최고의 방책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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