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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업(善業)과 악업(惡業)

박재희 | 35호 (2009년 6월 Issue 2)
기업의 목표는 잘 팔리는 물건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가들은 시대와 고객이 요구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그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그러나 어떤 ‘업(業)’을 선택하고 무엇을 팔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인간은 착한 본성을 가진 존재
<맹자(孟子)>에 “업(業)을 선택하는 데 고려해야 할 원칙이 있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에는 화살을 만드는 시인(矢人)과 방패를 만드는 함인(函人)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요점은 기술과 직업을 선택하려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찾는 시인(矢人)보다는 사람을 보호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함인(函人)의 업(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는 그러나 “화살 만드는 사람이 방패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못하다는 근거는 없다(矢人豈不仁於函人哉)”라고 말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하늘로부터 위대한 성선(性善)의 품성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근거를 들고 있다.
 
그 착한 본성이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다.
 
어린아이가 물에 빠지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어린아이를 건져 내려는 것은 인간에게 남의 불행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어서다. 이것이 인간에게 인(仁)이 있다는 증거다.
 
인간은 옳은 것을 보고 행동하지 못하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있다. 이는 인간에게 의(義)의 본성이 있다는 근거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 남에게 나의 것을 양보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있다. 이것은 인간에게 예(禮)가 있다는 증거다.
 
인간은 옳고 그른 시비(是非)를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있다. 이런 인간의 본성이 바로 지(智)다.
 
업(業)으로 인해 선한 본성 무너져
문제는 이런 인간의 착한 본성이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파괴되는 데 있다. 특히 업(業)의 선택은 본성이 무너지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오직 이 화살이 사람을 다치게 하지 못할까 염려하며 화살을 만든다(矢人 惟恐不傷人). 반면 방패 만드는 사람은 오직 이 방패가 사람을 다치게 할까 근심하며 방패를 만든다(函人 惟恐傷人). 병을 고치는 사람과 관(棺)을 만드는 사람의 경우도 그러하다(巫匠亦然). 그래서 사람은 업(業)을 선택함에 있어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故術不可不愼也).” 이는 착한 본성을 잘 보존하기 위해 이왕이면 선한 직업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다.
 
나아가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질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예의가 없고 의가 없으면 타인의 부림을 받게 된다(不仁 不智 無禮 無義 人役也). 타인의 부림을 받으면서 그 부림 받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人役而恥爲役), 화살을 만들면서 화살 만드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과 같다(矢人而恥爲矢也). 만약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바로 인(仁)을 행하라(如恥之 莫如爲仁)!”
 
단지 밥을 먹기 위해 옳지 않은 일을 하면 안 된다. 타인의 명령에 따라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은 하늘을 닮은 위대한 인간임을 포기하는 일이다.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용납되는 시대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용납이 되는 시대다. 옳지 못한 방법으로 생존을 추구하고, 남을 해치는 것으로 이익을 보는 것마저 미화된다. 이런 암울한 시대에 맹자의 이야기는 너무 본질과 멀어져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착한 본성이 후천적 환경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는 맹자의 주장을 들으며,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맹자는 논의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인(仁)을 행하는 것은 활 쏘는 일과 같다. 활을 쏘는 사람은 자신을 먼저 바르게 한 후에 쏘는 것이다. 활을 쏘아 과녁에 적중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이긴 자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仁者如射, 射者 正己而後發, 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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