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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에서 생존 전략 코드 읽어라

박재희 | 32호 (2009년 5월 Issue 1)
대기만성(大器晩成).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는 ‘큰 그릇(大器)은 완성(成)이 없다(免)’는 것이다. ‘만성’의 ‘만(晩)’은 ‘늦다’의 뜻이 아니라 ‘없다’라는 부정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따져도, 세상에서 제일 큰 그릇이라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릇일 게다. 큰 그릇이 이미 완성됐다면, 그 그릇보다 더 큰 그릇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정말 큰 그릇은 완성해 나가는 무한한 진행형이지 완성형이 아니다. 내가 완성됐다고 그 완성에 도취되고 발목이 잡히면 더는 완성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을 부수고, 새롭고 더 큰 모습을 향해 나아갈 때 진정한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동양에서 ‘위대함(great company)’보다 더 위대한 것은 ‘보다 나음(better company)’이다.
 
경영도 완성된 그릇이 돼서는 안 된다. 부단한 자기개발과 노력으로 자신의 모습을 무한의 모습으로 만들어 나가는 리더가 진정한 경영자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마인드로 동료들을 대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대기만성!’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혁신하며 나를 키워 나가라는 노자의 충고다.
 
‘대학(大學)’에서는 탕(湯) 임금의 말을 인용해 날마다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진실로 오늘 하루가 새로웠다면(苟日新), 날마다 새로워지고(日日新), 또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又日新).” 탕 임금은 중국 고대 하(夏)나라를 멸망시키고 은(殷)나라를 세운 군주다. 혁명의 주체이자 장군이었던 그는 매일 저녁 목욕통에 이 글을 새겨 넣고 몸을 씻을 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외웠으리라. “어제의 모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내가 날마다 새로워져야 내 주변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욱 나아져야 한다.”
 
새로운 생각과 발상, 참신한 지식으로 무한의 모습을 만들라. 완성된 모습, 정해진 소리, 보이는 형체에 머물지 말라. 큰 그릇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는 동양 철학의 울림이다. 당신이 날마다 새롭게 변해야 주변 사람도 달라진다. 이런 생각은 수천 년 동안 동양 역사에 면면히 흐르는 혁신적인 경영자의 모습이다. 노자의 뒤를 이은 장자(莊子)는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부숴야 할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공간(space)’을 부숴야 한다. 자신이 보는 공간에 갇히면 더 큰 공간을 상상하지 못한다. 당연히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도 없다.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는 자신이 보는 우물 속의 하늘이 전부인 줄 안다. 그 개구리에게 더 큰 하늘을 설명하려고 해도 뜻을 이루기 어렵다. 자신이 보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 우물이라는 공간을 부숴야 새로운 하늘을 만나게 된다.
 
둘째, ‘시간(time)’을 부숴야 한다. 시간에 구속되면 더 큰 시간과 속도를 느낄 수 없다. 여름 한철 사는 여름벌레는 겨울이라는 시간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느끼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에 얽매어 있는 여름벌레에게 겨울의 얼음과 눈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대상일 뿐이다.
 
셋째, ‘지식(knowledge)’을 부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지식을 설명해줄 수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내 지식을 부수고 더 큰 지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의 미래’를 쓴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장자의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 새로운 부의 시대에 생존의 수혜자가 되려면 심층 기반(deep fundamentals)인 시간을 부수고(rearrange time), 공간을 부수고(stretching space), 지식을 부숴야 한다(retrust knowledge)고 강조한다. 정말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 더 큰 그릇을 향해 내 모습을 부단히 부숴야 한다. ‘대기만성’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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