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M. 아마빌, 묵티 카이레
창의성은 사업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지만 경영자의 최고 의제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창의성은 독창적이고 적합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능력, 즉 신규 사업을 실행하거나 거대 기업이 최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가 정신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창의성이 측정 불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실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관리자들은 이 부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창의성은 인류학부터 신경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에서 오랫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돼 왔다. 경영학자들도 창의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치열한 경영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기업경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보고자 하는 경영자라면 누구든 창의성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연구자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지난날 일부 경영자들만 하던 이런 고민들을 이제 많은 경영자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다행스럽다. 혁신 중심 경제로의 이행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오늘날 많은 임원이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있고 신제품의 수명 주기는 매우 짧아졌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낸 사람만이 살아남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창의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신랄한 질문이 쏟아진다. 창의성은 무엇인가, 창의성은 왜 중요한가, 창의적인 기업의 리더들이 결정을 내릴 때 창의성은 어떤 지침을 제시해 주는가.
이론과 실제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최근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이틀 동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디자인 컨설팅업체 아이디오(IDEO), 기술 혁신기업 E잉크, 인터넷 거대기업 구글,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 창의성이 필수적인 기업의 리더들이 참석해 토론을 가졌다. 저명한 학자들이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총 100명의 참석자들이 조직의 창의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기간에 기업 리더십의 새로운 의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처음에는 창의성이 과연 관리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팽배했다. 인튜이트의 공동창업자 스콧 쿡은 관리가 창의성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나갈 때쯤 참석자 대부분은 창조적인 프로세스에도 분명 관리나 경영의 역할이 있다는 데 동의하게 됐다. 이는 경영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것과는 다른 사실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언급한 바람직한 리더십은 하나의 공통된 견해에 기반하고 있다. 즉 창의성을 관리할 수는 없지만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경영할 수는 있다는 사실이다.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라
리더십에서 최우선 순위는 창조적인 업무에 적절한 인재들을 적시에, 적정한 수준으로 참여시키는 일이다. 가장 첫 단계는 리더가 직원들의 역할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위에서 내려온 전략을 무조건적으로 실행하기보다 상상력을 발휘해 조직에 기여해야 한다. 쿡은 “과거 경영자들은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직원들을 배치하는 일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경영진만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직급에서 아이디어를 취합하라 쿡은 구글의 깜짝 놀랄만한 혁신 사례를 들려주었다. 구글 창업자들은 경영진이 승인한 아이디어와 윗 선의 지지를 받지는 않았지만 조직 전체에서 실행되는 아이디어의 전개 추이를 살펴본 결과 후자의 성공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컨드 라이프로 유명한 린델 랩의 창업자 겸 회장 필립 로젠데일은 직원 대부분에게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할 것을 주장하면서 최대 효과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참여에 의해 나온다고 말했다.
윌프리드 로리에대 벤슨 호니그 교수와 이스라엘 경영대의 이스라엘 드로리 교수가 내놓은 연구는 조직 전체에 창조적인 책임을 분배하지 않을 경우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이 연구한 한 컴퓨터 그래픽 기업은 1996년 창업한 뒤 7년 만에 무너졌다. 이 기업이 초기의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여러 차례 수상 경력이 있는 창업자의 능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조직의 창의성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협동을 장려하고 촉진하라 리더들이 조직의 모든 레벨에서 아이디어를 구할 경우 IDEO의 파트너인 디에고 로드리게스가 언급한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잘못된 통념”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날 여러 혁신은 개인의 머리에서 나온 사례가 많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기여가 필요하다.
로드리게스는 “위키피디아나 이노센티브(과학자집단과 전 세계 주요 기업을 연결해 각종 연구·개발 과제를 해결해 주는 인터넷 비즈니스 회사)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의 기본 구조는 중앙 집중적이거나 상명하달식이 아니다. 사람들은 누가 시켜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상호의존적인 네트워크에 각자 기여함으로써 보상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과 같이 네트워크가 탄탄한 세상에서도 조직이 인터넷을 활용해 같은 문제에 참여한 인재들의 창의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조직 외부 인재들의 기여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스콧 쿡의 고찰은 ‘기여 혁명’ 참조)
옥스퍼드대 사이드 비즈니스스쿨의 빅터 세이델 교수는 연구를 통해 리더들이 조직의 협력을 이끌 수 있는 방법 한 가지를 발견했다. 신제품을 개념화할 때 ‘협력의 상징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세이델 교수는 분명한 선례가 없을 경우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기 힘들기 때문에 급진적인 혁신에서 협력을 유도하는 방법에 집중했다. 그는 성격이 전혀 다른 3개 업종에서 히트 상품 6개를 분석해 상품개발팀이 아이디어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시제품뿐 아니라 상징, 유추 등을 모두 동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탠퍼드 공대의 로버트 서턴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엄격한 위계질서와 직급간 격차 때문에 아이디어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서턴 교수는 오늘날 기업 내에서 직급간 급여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부분에서 형평성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직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턴 교수는 리더들이 조직 내에서 다른 이를 돕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른 많은 사람이 문제 해결에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영향력 있는 사람들만이 회의를 주도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사람들이 필요할 때 입을 다물도록 하는 것이 경영진의 임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