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Identifying linguistic markers of CEO hubris: A machine learning approach”(2021) by Vita Akstinaite, Peter Garrard, and Eugene Sadler-Smith in British Journal of Management, pp. 1-1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오만함 혹은 자만심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Hubris’는 고대 그리스의 ‘Hybris’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Hybris는 가해자의 즐거움이나 만족을 위해 타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의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켰다고 한다. 따라서 오만함(Hubris)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 타인에 대한 경멸, 신체적•정신적 폭력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리더십 관점에서 보면 CEO의 지나친 오만함은 과거의 성공과 주변의 아첨꾼들로 인해 촉발되고, 이는 지나친 야망과 무모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2008년의 금융위기처럼 산업 전체에까지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오만한 리더십(Hubristic leadership)’은 CEO와 리더들이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파괴적 리더십(Destructive leadership)’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이다.
문제는 오만한 경영자나 리더들이 자신이 오만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나친 자만심을 강한 자신감으로, 독단적 의사결정을 카리스마로 평가하는 등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도 오만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만함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호주 머독대와 영국 서레이대 등으로 구성된 합동 연구팀은 리더의 오만함을 평가하고 또 예측하기 위해 CEO들의 인터뷰를 분석했다. 이들은 ‘언어적 표식(Linguistic marker)’을 통해 오만한 리더와 오만하지 않은 리더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누군가의 말과 어휘 선택은 상대방에게 그 사람에 대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말하는 동안 사용하는 어휘의 선택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화자의 감정과 성격은 말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오만한 리더는 말을 통해 그들의 오만함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화자의 말이나 어휘 선택은 곧 화자가 그러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가정한다. CEO들의 말을 통해 그들의 오만함을 평가할 수 있다면 그들이 오만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경종을 울림으로써 그로 인한 비극적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논리다.
연구자들은 CEO의 말을 가장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식을 적용했다. 녹취록을 하나씩 꼼꼼히 읽고 분석하는 과거의 언어 데이터 분석 방법은 언어로 표현된 개인의 의도와 행동을 분석할 수 있게 도와주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빅데이터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최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머신러닝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은 대량의 문서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각 문서 간의 유사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거나 문서 집합 속에 내재된 잠재 토픽이나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추출해 낸다. 이에 ‘리더의 오만함은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에 주목한 이 연구는 머신러닝을 통해 오만함을 나타내는 주요한 언어적 표식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