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초 제프 베저스(Jeff Bezos)는 연봉 100만 달러짜리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인터넷 서점을 창업한다. 당시는 웹트래픽이 1년 사이 200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인터넷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조차도 자체 웹사이트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아직 인터넷에 익숙한 시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젊은 컴퓨터 과학자 베저스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어떤 계획이나 전략이 있지는 않았지만 기회를 발견하고 무지막지한 돌격을 시작한다.
베저스는 처음에 비전만 웅장했을 뿐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아마존’이란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 강에서 따온 것이다. 베저스는 고객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파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소매상을 만들고자 했다. 1995년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책을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창한 포부에 비해 그 시작은 미미했다. 거의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출발선에 선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마존 웹사이트를 오픈한 첫 주, 아마존은 1만2000달러어치 책을 팔았는데 발송한 책은 846달러어치에 불과했다. 둘째 주엔 7000달러어치를 발송했지만 첫 주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1만4000달러어치 주문이 추가로 들어왔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잠깐 속도를 조절하면서 조직을 정비하고 이전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베저스는 숨 고를 시간을 찾는 대신 기회를 확고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존이 문을 연 후 2주 만에 야후 공동 창업자로부터 야후 홈페이지 목록에 아마존을 올리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다들 반대했다. 그러나 베저스는 야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연히 아마존의 매출은 급상승했고, 일은 더 늘어났으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업무가 늘었다. 그러나 베저스의 아마존은 멈추지 않았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 질서정연한 실행이 성공을 보장하는 징검다리와 같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산업화 시대에 맞는 상식일 뿐이다. 아마존의 사례처럼 무계획이 성공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파이낸셜타임스〉의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가 ‘정말로 계획과 질서는 성공으로 이어지는가’라는 단순한 물음에 답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세우는 많은 계획은 실은 실행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방해하는 요소다. 또한 주변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자 하는 욕망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을 통제한다. 오늘날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는 시기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변화 그 자체에 숙련된 힘이 필요하다. 저자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messy)’라는 개념을 통해 혼돈의 시기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혁신의 비밀을 설명한다.
책은 지지부진하고 답이 보이지 않으며 실패 직전에 몰려 있는 극한 상황에서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혼돈전략’에 주목한다. 베저스는 초창기 아마존에서 책에 이어 장난감을 팔기 시작한다. 이때 아마존의 전략은 경쟁사에 돌진해 장난감을 사들고 나와 창고에 쌓아두는 방식이었다. 물류 시스템은 마비되고 재정은 파탄 상태에 직면했지만 크리스마스가 되자 경쟁사에는 없는 제품이 아마존에는 존재했다. 혼돈전략의 제1원칙은 이미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준 바 있는 전략을 의심해보는 것이다. 또한 깔끔하게 산출된 데이터를 한번 헤집어보는 것이다. 지나치게 효율적인 절차가 있다면 그 안에 잡음을 만들어보라고도 권한다. 책은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지 못한 기회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또 ‘메시형 인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잘 정리된 책상의 아이러니를 거론했다. 특히 계획과 실행의 표본처럼 보였던 ‘프랭클린 다이어리’의 벤저민 프랭클린 역시 중요한 서류를 여기저기 쌓아둘 만큼 정리정돈에 취약했던 사람임을 소개하면서, 질서와 성과 간의 연관성을 찾기보다 어떠한 일을 해내기 위한 몰입과 다양한 시도를 성공의 원인으로 꼽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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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정보가 더 이상 경쟁우위 요소가 아닌 시대, 기업은 어떻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가 기업들의 핵심 경쟁우위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가장 크리에이티브 한 기업으로 구글이나 애플 등을 제치고 3M을 첫손에 꼽았다는 점이다. 제조업체로서 100년 넘게 모든 직원의 크리에이티브를 끌어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책은 창조적 인재를 찾아내고 채용하기 위한 8가지 원칙과 이들의 크리에이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53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공직 경험도 없고 천박하게 말하는 트럼프가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됐을까. 국내 언론은 ‘흑인 대통령을 싫어했던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이 총출동해 트럼프를 밀어줬다’는 수박 겉핥기 논평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그 백인 노동자층 상당수가 지난 선거에서는 오바마를 지지했음을 지적하고,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가 아니라 상대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상징하는 ‘워싱턴 정치’의 패배라 설명한다. 특히 서민층 대부분은 정당이나 정치적 구호에 큰 애착이 없기 때문에 이념적 프레임이 크게 효과 없다는 사실을 한국의 정치인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