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
홍성태·조수용 지음/ 북스톤/ 1만6000원
케이블TV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히는 ‘꽃보다 할배’는 tvN의 위상을 공중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만든 효자 상품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나영석 PD는 지난해 한국경영학회에 초청돼 히트 상품 기획의 ‘비법’을 이렇게 공개했다.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미있거나, 의미 있거나, 새로워야 한다. 크리에이티브는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과거에 있던 것을 새롭게 조합하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절대로 배낭여행을 가지 않을 것같이 생긴 할아버지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낭여행과는 상극일 듯한 할아버지를 조합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스파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마케팅 석학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와 광고 없는 잡지로 알려진 ‘B매거진’, 서울 한남동의 핫한 레스토랑 ‘세컨드 키친’ 등을 운영하는 브랜딩 전문가 조수용 제이오에이치 대표(前 네이버 크리에이티브 마케팅·디자인 담당 부사장)가 공저한 신간 <나음보다 다름>은 “경쟁하지 말고 차별화하라”는 메시지를 이처럼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의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들은 먼저 차별화의 다섯 가지 경쟁력으로 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을 꼽는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생소한 ‘기능 경쟁력’은 남들이 갖지 않은 독특한 기능으로 차별화시키되 소비자의 머릿속에 이러한 독특한 기능을 한발 먼저 각인시키는 작업을 수반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천연암반수’로 OB맥주의 아성을 무너뜨린 하이트나 ‘안전’을 각인시킨 볼보, ‘물에 뜬다’는 특징을 내세운 아이보리 비누 등은 소비자의 뇌리에 이 같은 핵심 메시지를 각인 시킨 결과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한편 ‘명성 경쟁력’은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 스위스 시계와 비교해 기술력에선 절대 밀리지 않는 일본의 시계들이 그만큼의 명성을 쌓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지 탓이다. 수백 년간 정밀기계산업의 메카로 자리 매김한 스위스의 국가 이미지를 뚫고 나가기 어려웠다. 이미지는 곧 브랜드를 둘러싼 ‘아우라’이기도 하다. 소니가 세계 최고의 전자제품들을 만들고도 무너진 이유는 제품과 함께 수반되는 ‘문화’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은 제품을 내놓았을 때조차 ‘애플빠(마니아)’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차별화의 요건은 본질적으로 심리적인 이슈다. 차별화를 평가하는 주체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차별화의 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차별성을 오래 유지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듯이 보여야’ 한다. 소비자의 인식에 차별성을 심어줄 수 있느냐 하는 심리 게임에서 승리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꽃보다 할배’ 사례는 차별화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거론됐다. 기발한 차별화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천재만이 만드는 게 아니다. ‘꽃보다 할배’ 역시 나 PD가 주재한 기획회의에 모인 PD 및 작가 10여 명이 낸 아이디어들을 수렴한 결과물이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생명인 업태일수록 집단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교훈은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차별화란 과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그리고 저자들이 주장하는 차별화 포인트 역시 ‘더 크고, 더 많고, 더 좋은 게 아니라 진정 남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다. 로모 카메라가 대표적 사례다. 렌즈의 광학적 왜곡이 심해 채도가 높은 이 카메라는 몽환적인 결과물 덕분에 역으로 ‘로모 스타일’을 선호하는 지지층을 얻었다.
저자들은 차별화 전략이 이제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변화의 리스크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가. 위험은 변화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살아남고 싶다면 제대로 된 차별화를 추구하라.”
김현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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