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자로 발행된 동아비즈니스리뷰(D BR) 7호에는 우리 시대 최고 세일즈 달인의 노하우를 분석한 기사가 실렸다. 달변가에다 두뇌 회전이 빨라야 판매를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취재 결과는 이런 통념과 완전히 달랐다. 판매 달인들은 말을 잘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눌변(訥辯)’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뛰어난 지적 능력 때문에 영업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고객과 잘 소통하고 감동을 주는 능력, 회사가 안하면 내가 한다는 적극적 태도 등이 높은 성과를 가져온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취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런 ‘현장 지식’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의 빌렘 베르베커 교수 연구팀은 지능·사교성·사고방식 등이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 분석을 실시했다. 네덜란드 기업 소속 세일즈맨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지능 등이 판매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마케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 7월호(72호 44∼57쪽)에 실린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지적 능력은 판매 성과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능이 높고 낮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판매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신 연구팀은 지적 능력이 다른 능력과 결합했을 때 성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적 능력과 사교 능력을 의미하는 ‘사회적 역량(social competence)’의 결합이다. 지적 능력과 사회적 역량이 결합했을 때, 즉 머리가 좋고 사교성도 좋은 세일즈맨은 최고의 성과를 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적 능력이 높지만 사회적 역량이 취약할 경우 최악의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즉 지능과 사회적 역량 모두 취약한 경우보다 더 성과가 나빴다. 연구팀은 머리가 좋고 사교성이 없는 경우 고객들이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지능과 사회적 역량이 모두 나쁜 세일즈맨의 경우 적어도 고객들에게 심리적 불편이나 정서적 저항감은 주지 않는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고방식도 판매 성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현 상품이나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잘 정리하고 분석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서 머리가 좋은 경우 판매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에 지능이 좋으면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사람의 경우 판매 성과에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증거도 발견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통상 일반인의 통념에 반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아이디어를 너무 많이 제시할 경우 고객의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 사회가 본격화하면서 세일즈 분야에 고학력자가 대거 진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학력자는 복잡한 상품 구조를 잘 이해하고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역량이 결여됐을 경우 최악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판매 인력을 채용하거나 육성할 때 꼭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