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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경영조직의 유토피아 ‘유사이키아’에선 ‘긍정적 중독’에 빠진 리더가 지배한다

고영건 | 188호 (2015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심리학계의 거장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단순한결핍욕구를 넘어서는메타욕구를 제시했는데, 특히 가장 대표적인 메타욕구로자아(자기)실현의 욕구를 꼽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긍정적 중독으로, 자기실현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조직과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을 매슬로는유사이키아(eupsychia)’라고 불렀다. 또한경영조직의 유토피아와 같은 유사이키아에는애그리던트(aggrident)’라고 부를 수 있는우월한 리더가 필요하다.

이 조합을 통해깨어 있는 경영이 가능해진다.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시너지가 높은 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위해 직원의 메타욕구에 초점을 맞춰라.

2)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심리적으로 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검진하라.

3)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의유사이키아조직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진단하라.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 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경영자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최근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요 내용은 국내 한 전자 회사의 프랑스 법인장을 지낸 에리크 시르데주(Eric Surdej)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기업에서 경험했던 한국식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을 파헤친 것이다. 그 책에는 인간성이 거세된 성과제일주의 문화가 빚어낸 블랙코미디 같은 우리의 기업 문화의 한 단면이 담겨 있다. 비록 저자인 에리크 시르데주가 여러 한국 기업에서 근무했던 것은 아닐지라도 그가 지적했던 문제는 비단 그가 몸담았던 어느 한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WEF) 2015년에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평가에서 조사대상 140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83위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노사 간 협력 부문에 대한 평가에서는 132위로 세계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 문화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사회는 대대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경영심리학의 거장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제안한 ‘깨어 있는 경영(enlightened management)’을 위한 심리학적 조언은 한국의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처방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심리학의 거장, 에이브러햄 매슬로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기업을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ker)는 이러한 견해가 기업을 정의내리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의 존재 이유는영리가 아니라 바로고객에게 있으며 고객의 욕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봉사할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경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드러커는 기업이 노동자를 비용의 관점이 아니라 자산(資産)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드러커 스스로 고백한 적이 있듯이 그의 이러한 견해는 매슬로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었다.

 

매슬로가 <유사이키안 매니지먼트(Eupsychian Management: 심리적으로 건강한 경영)>라는 저서를 출간했을 때 드러커는 매슬로가 자신과 같은 현대 경영학자들이 놓치고 있는 현실의 심리적인 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심리학자 앤서니 수티치(Anthony Sutich)에 따르면, 매슬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이래로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기업이 인간 존재에게 이상적인 생태학적 조건이 어떤 것인지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매슬로가 1943년에 제안한 욕구의 위계 혹은 단계(hierarchy of needs)이론은 훗날 MIT의 경영학과 교수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 1960년에 발표한 기업 조직에서의 X·Y이론의 토대가 된다. 맥그리거는 채찍과 당근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관리방식(X이론)을 비판하면서 동기부여와 자기통제를 바탕으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관리이론(Y이론)을 제안했다. 아마 여기까지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실천은 다른 문제다.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Jim Collins)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직도 X이론식 경영이 지배적이다. X이론의 신봉자들은 전통적으로 경영에서 생산성과 이윤 창출의 원칙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직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이 경영자의 책무가 된다. 하지만 매슬로는 기업 경영에서 특정 시점에서의 이윤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더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경영에서의 핵심적 요소는 인간을 경영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영은 인간의 자아실현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매슬로에 따르면, 비록 기업 경영에서 이윤이 중요한 핵심요소 중 하나일지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볼 경우 경영의 성패에서 이윤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자아실현과 같은 인간적인 요소다. 기업 경영에서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는동종 업체와의 경쟁구도하에서 고객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고객이 동종업체 중 어떤 기업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비록 단기적으로는 X이론식의 철권통치가 지배하는 조직이 승리할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은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방식으로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 즉 자아실현을 기반으로 깨어 있는 경영을 하는 기업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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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건

    고영건[email protected]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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