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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의 경제학: 고독보다 무서운 경제적 불안정

한근태 | 169호 (201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자기계발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는다. 아이도 낳지 않으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자식 한두 명을 낳아 결혼까지 시키려면 정규직의 직장에서 평생 버는 돈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일본에서혼활비용(婚活)’이라고 불리는 결혼하기 전까지 필요한 비용도 만만찮다. 결혼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정보수집 비용이 더 드는 것이다. 서로 한눈에 반하면 혼활비용이 적게 들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확률은 높지 않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데는 혼활비용의 증가도 한몫을 한다. 그렇다고 결혼과 출산의 감소를 방치할 수만도 없다. 해법은 무엇일까. 완벽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해법이 있기는 하다. 바로 청년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면 이들은 결혼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는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노총각과 노처녀는 주변에서 흔하다. 아이를 구경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키우는 방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는 없지만 귀엽기 때문에 방송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최대 이슈는 인구문제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출산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늘어났다. 사실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는 별개 사건이지만 사람들은 두 사건을 합쳐서 저출산 고령화라고 부른다. 결합성은 있지만 인과성은 없다. 출산율이 줄어든 주요 이유는 결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 관련 데이터를 보자. 일단 결혼을 하면 평균적으로 아이를 한 명은 낳는다. 두 명의 아이를 낳는 확률은 70∼80% 정도다. 3명의 아이를 낳을 확률은 2%에 불과하다. 거의 없다. 일단 결혼하면 한 명은 낳는다. 문제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변화의 가장 큰 변수는 결혼이다. <솔로계급의 경제학>은 이런 부분을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저자는 <88만 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이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에게내가 만약 20대 여대생이라면 결혼을 선택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은 결혼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 중 하나는 남녀 간 비대칭성이다. 우선, 노동조건이 불리하다. 30대 초반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 소득이 30∼40% 낮다. 일부 직장을 빼고 출산휴가도 3개월에 불과하다. 당분간 유럽국가처럼 휴가를 3년씩 주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노동분담률도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은 16.5%. 덴마크는 44%, 스웨덴 노르웨이는 40%를 넘는다. 미국도 37%. 일본이 18%로 아주 낮지만 한국은 그보다 더 낮다.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남자들이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면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은 대부분 슈퍼우먼이며 애국자다. 그들의 불만 넘버원은 턱없이 짧은 출산휴가다. 고소득직종에 가까울수록 3개월 법정휴가만을 사용한다. 출산휴가 3년을 국가 기본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유럽국가에 비해 아직은 국내 상황이 비인간적이다. 그래도 정규직은 나은 편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아무런 배려가 없다. 단기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 여성에게 출산은 자기 운명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게임이다. 2013 8월 기준 남성의 26%, 여성 41%가 비정규직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적절한 방식으로 출산부담을 효율적으로 덜어주는 것도 아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와 가사노동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이 상황에서 여성들이 솔로를 선택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아이를 낳으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출산부터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까지 1명당 1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적게 잡아도 육아에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은 들어간다. 자신이 직접 육아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자식에게 3억 원이 든다. 여기에 주택비용 25000만 원을 더하면 55000만 원이다. 보통 회사원이 평생 모을 수 있는 최대 예금치 6억 원과 500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냉정하게 따지면 평생 일하는 사람이 아이 하나 키우려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불과 5000만 원이란 얘기다. 물론 이것도 정규직에 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았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는 순간 인생 전체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나이에 따라 결혼과 출산에 대한 시각 차가 크다. 50대 이상 부모는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 이들은 젊은이들에게우리 때는 더 힘들었어, 그래도 결혼하고 애 낳고 잘 살았어. 너희들이 겪는 어려움은 별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윽박지른다. , 자녀들을 결혼시켜야 자신의 임무가 완성됐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의 생각은 완전 다르다. 여러 이유로 그들은 결혼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도 상황이 너무 불리하다. 결혼해서 힘들게 사느니 혼자 편하게 살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생각 차이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이미 집안에서 세대 간 전쟁을 하고 있다.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들 부모는 집을 마련해야 하고, 딸의 부모는 집안을 채울 세간을 준비해야 한다. 한두 푼이 드는 일이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노후자금까지 털리고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부모와 같이 사는 나이든 자식들이 늘어난다. 일본에서는 이런 자녀를기생 싱글이라고 부른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존재라는 말이다. 세대 간 갈등은 추석연휴 때 극대화된다. 청년들은 생기는 것이 없는 추석 연휴를 귀찮아한다.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어 한다. 학교성적, 취업유무, 결혼시기 등을 꼬치꼬치 물어대는 어른의 질문 공세를 싫어한다. 추석에는 추석 특수도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급속히 늘어난다. 2003 15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2013년에는 70만 명이 출국했다.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추석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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