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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中有訓

세상 위해 평안을 버린 이윤의 충언

고연희 | 168호 (2015년 1월 Issue 1)

자기계발, 인문학

 

편집자주

미술사와 문학, 두 분야의 전문가인 고연희 박사가 옛 그림이 주는 지혜를 설명하는 코너畵中有訓(그림 속 교훈)’을 연재합니다. 옛 그림의 내면을 문학적으로 풍부하게 해설해주는 글을 통해 현인들의 지혜를 배우시기 바랍니다.

 

탕왕과 태갑의 시절 자기계발,인문학

동아시아의 고전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서경(書經)>은 중국 고대의 하은주(夏殷周) 시절 왕실에서 일어난 군주와 신하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임금과 순()임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역대 성군과 폭군, 성군이 되도록 보좌한 재상, 폭군과 놀아난 간사한 자들의 말과 행동이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에 수천 년간 동아시아 위정자들에게 귀감으로 읽혀지고 그림으로 그려졌다. <서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왕을 성군으로 키우고 보좌한 재상들의 활약은 가장 눈부시고 흥미롭다. 그러한 재상 중 한 사람이 이윤(伊尹)이다.

 

 

 

이윤은 이 그림 속 주인공이다. 이윤이 활동한 시절은 하나라가 망하고 은나라가 새로 선 즈음이다. 은나라를 세운 이는 탕왕(湯王)이며 탕왕은 이윤을 재상으로 선발했다. 탕왕이 죽자 이윤은 그의 맏아들 태갑(太甲)을 보좌하게 됐다. 그러나 태갑은 행동이 포악했고 이윤의 가르침을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이윤은 태갑을 바라보며나쁜 습성이 이미 성품이 됐다고 크게 한탄하며 태갑을 왕위에서 끌어내려 멀리 보내 근신하며 뉘우치게 했다. 3년이 지난 뒤 이윤은 태갑을 모셔다 다시 왕위에 올렸다. 더욱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태갑은 이윤 덕분에 개과천선한 인물이 됐고 역사상 성군으로 남았다. 이윤이 곁에서 그를 다독여 가르친 내용이 <서경>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윤은 정녕 어떠한 사람이길래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해보겠다

‘이윤경신(伊尹畊莘, 이윤이 밭을 갈다)’이라는 제목의 이 작은 그림은 이윤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 허름한 옷에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쓴 농부의 모습으로 밭에 선 인물이 이윤이다. 그 곁에는 탕왕이 보낸 사람들이 예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다. 이 화면은 이윤이 출사하기 직전의 모습이다. 여기에 대해서는사서삼경의 또 다른 한 권 <맹자(孟子)>에 그 내용이 전한다. 맹자가 이윤의 출사 경위를 자세하게 묘사했다. 이 그림이윤경신은 조선후기 왕실에서 제작돼 현재 일본에 소장돼 전하는 <예원합진(藝苑合珍)>에 실려 있는 한 폭이다. 이 그림은 당시의 화원화가 양기성(梁箕星)이 그렸고 그림의 옆면에는 명필가 윤순(尹淳) <맹자>에서 해당 구절을 줄여 옮겼다.

 

이윤이 밭을 갈며 요임금과 순임금의 도를 즐기고 있었다. 탕왕이 사람을 보내어 출사를 권하기를 세 차례 하자 이윤이 생각을 바꿔 말했다.

 

“내가 밭에 머물며 그것으로 요순의 도를 즐기는 것이, 우리 임금을 요순의 군자로 만드는 것만 어찌 같겠는가?”

 

이윤은 혼자 즐기는 것보다 현재의 임금을 요순으로 만들어 온 세상 사람들이 즐겁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윤의 생각이 어떠한가? 거대한 집단의 경영진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개인적 욕심이 티끌만큼도 없는 것이 놀랍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자 자신의 행복을 접고 세상에 나서겠다는 생각, 즉 선명하고 긍정적인 공리적 도덕심이 오히려 이윤을 당당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일까. 이 그림은 이윤이 이러한 생각을 선포하며 출사를 결정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그림 속 이야기를 알고 그림을 다시 보면 허름한 모자와 옷차림 속에 하늘을 뚫고 오르는 의욕과 포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인물이 이윤이다. 이윤은 스스로 살아 생전 그의 임금을 요순으로 만들고 그 나라 백성을 요순의 백성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자신감으로 세상에 나선 인물이 이윤이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

태갑을 다시 왕으로 모셔놓고 이윤은 가르침을 베풀었다.

 

“높은 데를 오를 때는 반드시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이 하시고, 먼 데를 나갈 때는 반드시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이하십시오.”

 

이제부터 시작이다. 태갑이 다시 왕에 올랐으니 다시 시작이다. “한 발 한 발 오릅시다. 한 발 한 발 나갑시다. 높은 데에 오르고 먼 데에 이르고자 지금 여기서 시작합시다라고 하는 이윤의 말이다. 그 격려와 보살핌의 뜻이 이보다 따뜻하고 극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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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연희

    고연희[email protected]

    - (현) 서울대 연구교수
    -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로 활동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활동
    - 시카고대 동아시아미술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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