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미루는 습관 극복하기

[강대리 팀장만들기] 뒤엉킨 머리 부여잡고 시간만...“며칠만 미뤄주면 잘할텐데”

강효석 | 6호 (2008년 4월 Issue 1)
일주일 전의 그 일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보고서 내용을 보완하라는 박 차장님의 지시를 받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임 주임에게 연락했는데 보기 좋게 차인 것이다.

지난번에 쓴 보고서 말이야. 팀장님이 아이디어는 좋다고 그러시네. 좀 더 보완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하시더라구.”
잘됐네요. 제 생각에는 식사 친구 로봇은 현실성을 좀 더 검토해보고 조명은 우리 제품 라인과 결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임 주임. 미안하지만 주말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왜요?”
아이디어 내는데 임 주임이 많이 도와줬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싶어서….”
제가 그렇게까지 도와드렸는데 또라구요? 그 정도 해드렸으면 이젠 강 대리님이 알아서 하셔야죠. 미안해요. 주말엔 제가 선약이 있어서요.”
“!!!”

대체 이건 뭐지. 자료 조사를 빙자한 데이트 신청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둔한 여자인가? 아니면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그럼 지난번에 나를 도와줬던 건 그저 내가 안쓰러워서였나? 어찌되었건 내가 무시당한 건 맞는 것 같고, 내 자존심이 상처 받은 것도 확실한 듯 하다.

그래, 두고 보자! 내가 못할 줄 알아? 이번에야 말로 내 진가를 제대로 보여줄 테다… 라고 생각한지 벌써 일주일째. 보고서 제출 시한이 바로 내일인데 아직도 그대로다.

추가 자료 조사는 나름대로 충실히 했다. 국내외 로봇 기술 동향에 대해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고 실생활에서의 응용사례를 얻기 위해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서 자료를 받기도 했다. 조명에 대해서도 도서관에서 감성마케팅에 대한 책을 빌려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막상 보고서를 쓰려고 하니 괜히 막막해지는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생각하니 온 몸에서 힘이 빠지는 듯 했다.

시작도 못하고 책상에 앉아 사흘 동안 고민만 했다. 그 사흘 동안 너무 괴로웠다. 다시 고3 입시생이 된 것 같았다. 너무 많은 숙제를 앞에 놓고 손도 대지 못하고 끙끙 앓던 초등학교 때의 기억도 떠올랐다. 할 일은 많은데 진도는 안나가는 그 고통이란….

어제는 기분 전환을 하고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혼자라서 외로웠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재래시장과 백화점은 물론, 회사 기숙사와 4대가 모여 사는 친척집까지 샅샅이 훑었다.

그리고 마감을 하루 앞둔 오늘 아침,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긴 했는데 여전히 머리는 무겁고 복잡하다. 머릿속에서 풀리지 않으니 보고서를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게다가 보고서를 쓰려고 책상에 앉으니 그 위에 지저분하게 올려진 잡동사니 때문에 도저히 일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신경이 쓰여 책상 정리를 하다보니 한나절. 기껏 컴퓨터를 켜고 나니 모니터와 키보드는 왜 이리 더러운 것인지, 채워져야 할 보고서는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내 자리만 깨끗해져 간다.

팀원들이 깜짝 놀랄만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아직도 자료가 부족한가? 며칠 전 덜컥 맡아버린 유 대리님의 일까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어이, 강 대리. 지금 한가한가봐? 이 과장이 나한테 쓸 데 없는 걸 시키네. 통계 분석만 하면 되거든? 간단한 거니까 되는대로 해서 나한테 메일로 보내줘”

그래, 어차피 며칠 더 남았는데 머리나 좀 식히자’는 마음으로 맡은 유 대리님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유 대리님 일을 좀 더 오래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상에 앉아서 골치만 썩는 것보다는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는 일이 더 마음 편하니까.

내 보고서는 유 대리님 일 때문에, 유 대리님 일은 내 보고서 때문에 서로 미루고 있다가 결국 오늘에 이른 것이다.
내일까지는 보고서를 끝내야 하는데 급하다는 채근에 아직도 유 대리님의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이 과장님이 다가오셨다.

그거, 내가 유 대리한테 시킨 건데 왜 강 대리가 하고 있어? 유 대리가 또 떠넘긴 거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나?) 그, 그게… 제가 더 잘 아는 내용이라서요.”
내일 회의 보고서는 다 쓴 거지?”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제 보고서 있잖습니까. 그거, 며칠만 말미를 더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입하면 무료

  • 강효석

    강효석[email protected]

    - (현) 골프존 상무
    - (현) 네이버 블로그 'MBA에서 못 다한 배움 이야기' 운영자
    - 삼성에버랜드 신사업추진팀
    -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환경R&D센터 사업기획팀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