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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군대는 싸우지 않는다

박재희 | 3호 (2008년 2월 Issue 2)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구절이 없다. 백전백승은 손자병법에서 꿈꾸는 리더의 위대한 승리가 아니다. 내 부하들은 모두 죽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원수가 됐고, 상대방 가슴 속에는 분노를 만들어 놓았는데 승리한들 그 승리는 온전한 승리가 아니란 것이다.
 
정말 아름답고 오래 갈 수 있는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다. 상대방을 부수지 않고 이길 수만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모든 리더들이 꿈꿔야 할 최상의 승리인 것이다.
 
백전백승(百戰百勝)은 비선지선자야(非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이 선지선자야(善之善者也)라!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의 최선이다.) 손자병법의 명구 중에 명구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매출액이 많다고 좋은 기업이라 할 수 없다. 그 기업이 얼마나 상생(相生)을 추구하고 싸우지 않고 승리를 얻었느냐에 따라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을 속이고 하청 업체를 쥐어짜고, 직원들을 다치게 하고, 상대방을 부수어서는 좋은 기업이 될 수 없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조직이 가장 위대하다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승리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최상의 군대는 싸우기 전에 상대방의 싸우려는 의도를 꺾어 놓는 군대다(上兵伐謀·상병벌모).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제압해 물리적 충돌 없이 승리하라는 충고다. 손자병법에서 바라보는 가장 아름다운 조직의 모습이다.
 
둘째는 상대방의 주변을 끊어놓고 이기는 조직이다(其次伐交·기차벌교).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무도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세력이 없다면 상대방은 전의를 상실한다.
 
셋째, 적의 군대를 직접 공격해 이기는 조직이다(其次伐兵·기차벌병). 다만 적과 부딪혀 이겨도 아군의 피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로 최악의 군대는 적이 굳게 성문을 걸어 잠그고 싸울 의사가 없이 방어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성을 공격하는 조직이다(其下攻城·기하공성). 쉽게 승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군의 피해도 상당히 커진다.
 
승리는 해야 한다. 다만 어떻게 승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백번 싸워서 백 번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리더의 자세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 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21세기 경제전쟁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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