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인, 거대 동물에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신체 비율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은 키가 20m가 넘지만 인간과 동일한 신체 비율을 갖고 있다. 인간보다 키가 10배 크면 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이만 한 하중을 견디려면 다리가 인간과 비슷한 모양이어선 안 된다. 엄청나게 두꺼운 다리뼈와 근육이 필수불가결하다. 덩치가 커지면 신체 구조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 같은 물리법칙은 생명체만이 아니라 회사 조직에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규모가 달라지면 회사의 구조도 전면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크기가 달라지면 일하는 사람의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말이다.
세계 곳곳의 신화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거인 설화가 그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키클로페스, Cyclopes) 3형제 같은 엄청나게 큰 거인이 대표적이다. 신화는 기록 수단이 없던 시절,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이야기 형태로 후대에 전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교류가 없던 문화들에서 공통적인 신화가 나타난 이유가 뭘까?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았던, 그러니까 원시적인 시대의 특징이었던 걸까?
이상한 건,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지금도 현대판 신화라 할 수 있는 각종 이야기 속에 거인이 꽤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거인국 이야기가 나오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지금도 많이 읽힌다. ‘진격의 거인’이나 마블 시리즈의 ‘헐크’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 속 거인들도 잊을 만하면 우리 앞에 출현한다. ‘킹콩’이나 ‘고질라’ 같은 거대 괴수도 마찬가지다. 돈에 민감한 할리우드 등 영화사들이 이런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든다는 건 그만한 시장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시장이란 지난 화11DBR 380호 ‘덩치 키우는 진짜 이유는 효율성’
닫기에 다뤘듯 우리 마음 깊숙하게 자리한 크기에 대한 선호나 열망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연구 결과가 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일로 누군가가 화를 내더라도 우리는 거구의 남자가 화를 낼 때 더 위협적인 존재라고 인식한다. 덩치 큰 남자가 화를 내면 많은 상황이 더 쉽게 해결되고, 그래서 이런 남자일수록 더 자주 화를 내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게 있다. 많은 작품 속에 나오는 거인이나 거대 동물들은 얼마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걸까? 상상 속의 존재이긴 하지만 현실과 얼마나 부합한 형태로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