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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심리적 곤경 탈출? 현재를 저평가해보라

곽승욱 | 368호 (2023년 05월 Issue 1)
Based on “The Psychological Inventory of Financial Scarcity (PIFS): A Psychometric Evaluation”(2022) by W. van Dijk, M. van der Werf, and L. van Dillen in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Economics, 101:1-11

무엇을, 왜 연구했나?

빈곤(貧困)은 사람들의 물리적·경제적 삶에 큰 불편을 초래(재무적 곤경)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s)1 을 방해하고 우울감과 불안감을 증폭시켜 심리적 곤경을 유발한다. 재무적 곤경과 심리적 곤경의 동시다발적 발현은 심신 건강을 해치고 자존감을 낮추며 삶에 대한 회의와 불만족을 낳는다. 더 나아가 각종 사회문제의 불씨가 된다. 빈곤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학문적, 교육적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네덜란드 라이던대 반다이크 교수 연구진의 분석에 의하면 빈곤의 심리적 방해 효과2 는 금융 자원 등 경제적 자원의 실질적 부재나 결핍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원의 희소성(빈곤)에 대한 주관적 인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연구진은 PIFS(Psychological Inventory of Financial Scarcity, 금융 자원 희소성 검사)3 를 활용해 금융 자원의 희소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심리적 웰빙(정신 건강, 자존감, 삶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무적 곤경과 심리적 웰빙 간 관계를 어떻게 매개하는지 탐구해 경제적 궁핍의 심각성을 재조명하고 행동경제학적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는 두 개의 실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실험은 온라인 노동 플랫폼인 프롤리픽으로부터 모집한 300명의 미국 성인과 201명의 영국 성인을 대상으로 PIFS와 심리적 집행 기능 간의 관계를 검증했다. 심리적 집행 기능은 AEFI(Amsterdam Executive Function Inventory, 암스테르담 심리적 집행 기능 검사 척도)를 이용해 1) 주의(Attention)를 집중하고 유지하는 능력, 2) 장기적 목표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능력, 3) 기억력과 자기 통제력(충동적이고 성급한 행동을 절제하는 능력)으로 분류해 측정했다.

실험 결과, PIFS는 심리적 집행 기능의 세 가지 핵심 능력 척도 모두와 부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빈곤하다는 주관적 인식이 심해질수록 주의는 분산됐고, 장기적 목표 설계와 실행 능력은 저하됐으며, 기억력과 자기통제력 역시 약화됐다. 돈이 부족하면 시급한 금전적 문제에 대한 집착이 인지적 자원을 대량 소모해 기억력과 자기통제력을 상실케 하고 현재의 궁핍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장기적 목표를 위한 계획과 추진은 엄두도 못 낸다.

두 번째 실험은 네덜란드인 1122명을 대상으로 PIFS, 재무적 곤경, 심리적 웰빙의 상호 연관성을 조사했다. 재무적 곤경은 월세, 주택 저당 대출금, 전기수도료의 체납, 채권자나 법 집행관 방문 여부, 가족·친지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여부를 통합해서 측정했다. 심리적 웰빙은 정신 건강, 자존감, 삶의 만족도를 리커트 척도4 로 계량화했다.

PIFS를 종속변수, 재무적 곤경과 5가지 성격 특성 외향성(extroversion), 사회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정서적 안정성(emotional stability), 지성·상상력(intellect·imagination)을 독립변수로 한 회귀 분석 결과 재무적 곤경과 PIFS 사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관계가 드러났다. 이는 재무적 곤경을 더 많이 겪는 개인이 경제적 궁핍에 대한 주관적 인식 또한 더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도 PIFS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비조직적·비체계적이고 게으른(성실성이 낮은) 참가자와 쉽게 불안해하고 화를 잘 내며 변덕스러운(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참가자가 성실하고 안정된 정서를 가진 참가들에 비해 자신들이 더 빈곤하다고 인식했다.

심리적 웰빙의 3가지 기준 각각을 종속변수, PIFS, 성격 특성, 인구 통계학적 변수(성별, 교육, 나이, 소득)를 독립변수로 한 회귀분석 결과, 빈곤하다는 인식이 강할수록 정신 건강 수준, 자존감, 삶의 만족도는 모두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더불어 PIFS가 성격 특성이나 인구 통계학적 변수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정신 건강, 자존감, 삶의 만족도 변동성을 추가로 설명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PIFS는 정신 건강 변동성의 2~4%p, 자존감 변동성의 1~6%p, 삶의 만족도 변동성의 5~9%p를 추가로 설명했다. 이는 성격 및 인구 통계학적 변수 외에도 빈곤에 대한 경험적·주관적 인식이 재무적 곤경을 유발하는 각종 심리·사회적 문제를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변수임을 의미한다.

PIFS의 매개 효과도 관찰됐다. 재무적 곤경은 PIFS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PIFS는 다시 정신 건강, 자존감, 삶의 만족도와 음(-)의 관계를 보였다. PIFS가 재무적 곤경과 심리적 웰빙 사이의 관계를 매개한다는 증거이고 빈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심리적 곤경을 약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은 인지적 위협으로 느껴지고 재무적 곤경에 대한 통제 상실 또는 통제 부족(재무위험 대처 능력 결핍) 현상을 일으킨다. 위협감과 통제 결핍으로 인한 불안감은 절망과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증상을 일으켜 재무적 곤경에 대한 걱정의 늪에 빠지게 하는 심리적 곤경 상태를 만든다. 빈곤은 또한 미래 재무 상황에 대한 부정적 생각(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인식)을 조장한다. 결과적으로 눈앞에 닥친 재무적·심리적 곤경(부채, 기아, 질병, 차별, 절망, 우울)을 해결하는 데 대부분 시간과 노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장기적 복지나 목표는 경시되고 단기적·즉각적 방편이나 수익을 우선시하게 된다. 빈곤한 사람은 생존에만 몰입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궁핍하다는 인식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경제적 궁핍의 객관적 심각성이 매우 높을 때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저평가(높음이나 평균)해 인식하는 습관을 키운다면 객관적 평가와 저평가된 주관적 인식의 차이만큼 심리적 곤경이 경감될 수 있다. 당장 빈곤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면 마음을 다스려 심리적 곤경의 무게라도 덜어내 보자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기업은 기업 활동의 근간이 되는 커뮤니티와 그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국가는 재무적 곤경이나 심리적 곤경에 처한 국민을 보살필 정책과 제도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안, 설계, 실행, 개선하는 책무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빈곤과의 싸움은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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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email protected]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 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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