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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경영

블리자드의 시작과 성공, 그리고 위기

이경혁 | 295호 (2020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블리자드는 2000년대 들어 게임업계 정점에 섰다.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는 국내에서 ‘국민 게임’ 지위에 올랐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했다. 이 외에도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RPG 장르의 흐름을 바꾸었다.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게임을 만들 줄 알던 블리자드. 그러나 이 회사는 어느 순간 서서히 힘을 잃는 모습이다. 쇠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블리자드의 조직문화였던 ‘겜덕 문화’의 실종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의사결정의 속도가 떨어지고 블리자드만의 강점이 사라졌다.


블리자드(Blizzard). 눈폭풍이란 뜻이지만 한국에서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라는 초대형 게임사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블리자드사의 오늘을 있게 만든 대히트작 ‘스타크래프트’는 국민 게임 혹은 민속 게임이라는 별칭마저 붙을 정도로 대흥행했다. 스타크래프트 이후에도 블리자드는 지속적으로 대작들을 성공시키며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그토록 강대했던 블리자드의 영향력도 최근 들어서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블리자드에 열광하던 ‘블빠(블리자드 팬)’들의 지지는 냉소와 외면으로 변해가고 있고, 재무 실적도 과거 전성기 수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21세기 디지털 게임 문화를 견인해 왔지만 이제는 그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받기 시작한 블리자드 사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기업 경영에 주는 교훈을 찾아보자.


블리자드 성장의 핵심 ‘겜덕 문화’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위치한 세계적 게임회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은 1991년 설립한 작은 게임스튜디오였다. 실리콘 앤드 시냅스(Silicon & Synapse)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직접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게임을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하는 컨버전 업무를 하청받아 수행하는 일에 주력했다. 앨런 에드햄, 마이크 모하임, 프랭크 피어스 세 사람이 모여 만든 이 회사는 궁극적으로는 자체적인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UCLA 출신 젊은 엔지니어들의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이들의 주력 사업 플랫폼이었던 아미가(AMIGA) 컴퓨터는 IBM-PC 호환 기종과 애플 매킨토시 계열이 주도하는 PC 시장에서 점차 쇠퇴해 가던 플랫폼이었고, 이렇다 할 든든한 수익원을 찾지 못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실리콘 앤드 시냅스는 1994년 데이비슨 앤드 어소시에이츠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인수된다. 동시에 사명을 실리콘 앤드 시냅스에서 지금의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하는데, 기존의 회사명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단순 하청용역으로 운영할 때는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자체 게임 제작을 통해 브랜드를 다잡아 나가기 위해서는 사명 자체가 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후 회사의 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블리자드라는 이름은 유지하고 있다.

초기의 블리자드가 제작한 게임은 대단한 판매고를 자랑하지는 못했지만 게임 애호가들로부터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잃어버린 바이킹’(1992)은 부드러운 그래픽과 적절한 퍼즐로 대체로 ‘상당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로큰롤 음악과 레이싱이라는 미국 주류 트렌드를 혼합한 ‘로큰롤 레이싱’ 또한 상당한 임팩트를 남겼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늘날의 블리자드를 있게 한 기념비적인 첫 작품은 기존의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부터 나왔다. 바로 PC 기반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게임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이었다.

‘워크래프트’ 이전의 게임들은 대부분 별도의 퍼블리셔(유통사)를 통해 출시됐다. 그런데 ‘워크래프트 1’은 제작사인 블리자드가 직접 퍼블리싱에 나섰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윤 또한 기존의 게임들과는 사뭇 다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미 포화된 경쟁시장이었던 가정용 콘솔게임기기가 아니라 조금은 색다르고 작은 시장으로 여겨졌던 PC 기반 게임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해 냈다. PC에서 쓰이는 키보드와 마우스라는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넓은 지도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다수의 유닛을 선조종한다는 개념은 조이스틱과 조종패드로 소수의 주인공 캐릭터만을 조종하는 콘솔 게임의 조작법과는 완전히 다른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워크래프트 1’의 성공으로 블리자드는 본격적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게임개발사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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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블리자드의 사내 문화는 게임 생산자라기보다는 적극적 게임 애호가, 일명 ‘겜덕(게임+덕후의 줄임말)’ 모임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판매 실적과 별개로 블리자드가 만든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만큼 게이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반영한 결과물에 가까웠고, 블리자드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게이머들의 회사’라는 자기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게임 제작에 매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서서히 유의미한 성과물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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