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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과 집중을 방해하는 세상“SNS 당장 끊고 딥워크 속으로”

한근태 | 240호 (2018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세상은 몰입을 방해하는 걸로 차고 넘친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만드는 개방형 사무실도 그렇다. 운동장같이 탁 트인 개방형 사무실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지 모르지만 심각한 산만함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소셜미디어 활동도 몰입에는 큰 장애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이 실시한 몰입 관련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료한 여유보다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육체나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이것이 몰입의 힘이다. 딥워크를 실행할 땐 ▲몰두하기 ▲무료함을 받아들이기 ▲소셜미디어를 끊기 ▲피상적 작업을 차단하기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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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했는데 뚜렷하게 기억나는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몇 년간 회사생활을 했지만 정작 본인에게 남는 성과물도 없고, 주특기도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만약 지금 같은 삶을 산다면 5년 후, 10년 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뭘 어떻게 해야 내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핵심 키워드는 뚜렷한 목표와 몰입이다. 정확한 목표를 갖고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책 ‘딥워크’는 바로 그런 것에 관한 책이다. 딥워크는 글자 그대로 깊게 빠져 일하는 것을 뜻한다. 딥워크는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기에 쉽게 따라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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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함을 극복하라

현대인은 산만하다. 도대체 집중하질 못한다. 필자 스스로도 그렇다고 인정한다. 과거에 나와 비교해 지금의 나는 산만하다.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e메일을 본다. 그런데 그게 일의 성과를 방해한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지식노동자들은 업무시간의 60%를 통신과 인터넷 검색에 쓴다. e메일을 읽고 쓰는 데 30%의 시간을 쓴다. 이처럼 산만한 정신상태로는 딥워크를 할 수 없다. 영양가 없는 피상적인 일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피상적 일이란 집중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뜻한다. 뭔가를 끊임없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별로 하는 게 없는 것이다. 이런 산만한 정신상태를 오래 지속하면 딥워크 수행능력이 약화된다. 인터넷이 집중하고 사고하는 능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몰입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정신의학 분야의 개척자, 칼 구스타브 융이 그랬다. 그는 아침 7시에 일어나 든든히 아침식사를 한 후 두 시간 동안 집필실에서 방해받지 않고 글을 썼다. 오후 시간은 명상을 하거나 마을을 산책하면서 보냈다. 취침시간은 10시였다. 그는 취리히에서 강의와 상담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 숨가쁜 도시생활을 벗어나 깊고 신중하게 생각할 곳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볼링켄에 안식처를 만들었다. 그의 성공에는 딥워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1969년부터 2013년까지 44년 동안 마흔네 편의 영화를 집필하고 연출해 아카데미상 후보에 23번이나 올랐다. 엄청난 생산성이다. 모든 작품을 전자기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올림피아 타자기로 완성했다. 조앤 롤링은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하는 동안에는 소셜미디어를 끊었다.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 역시 딥워크의 달인이다. 그는 31살의 나이에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에서 최연소 테뉴어를 얻었다. 2013년에는 『기브앤테이크』란 베스트셀러 책도 냈다. 2014년 정교수가 됐을 때 이미 60여 편의 논문을 썼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핵심은 딥워크다. 이런 식이다. 강의는 가을학기에 몰아넣는다. 이 기간에는 오직 가르치는 데 집중한다. 봄과 여름에는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다. 연구기간에는 학생과 동료들에게 연구실 개방 기간과 닫아두는 기간을 구분한다. 이 기간에는 e메일도 ‘자리 비움’으로 자동 답신 설정을 한다. 당면한 작업을 끝낼 때까지 엄격하게 고립상태를 유지한다. 다른 일에 신경을 분산하지 않고 특정 작업을 긴밀하게 몰아서 수행한다. 성과는 ‘투입시간 곱하기 집중 강도’이다.

경제학자 셔윈 로젠은 1981년 논문에서 승자독식시장의 이면에 작용하는 수학을 풀어냈다. 그는 “평범한 가수들의 노래를 연이어 듣는다고 해서 걸출한 공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능은 대량으로 사서 필요한 수준까지 합칠 수 있는 일상품이 아니다. 최고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직원 수가 고작 13명이던 인스타그램은 무려 10억 달러에 팔렸다.

신경제에서는 세 종류의 집단이 우위를 누린다. 지능형 기계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지닌 사람들,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승자의 무리에 합류할 수 있을까? 두 가지 핵심 능력이 필요하다. 첫째, 어려운 일을 신속하게 습득하는 능력이다. 둘째, 질과 속도 면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를 올리는 능력이다. 지능형 기계는 복잡하고 습득하기 어렵다. 지능형 기계를 잘 활용하는 집단에 속하려면 어려운 일을 습득하는 과정을 길러야 한다. 이런 기술은 빨리 변하므로 계속 공부해야 한다. 결론은 심플하다. 익힐 수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습득한 기술을 사람들이 중시하는 결과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핵심은 딥워크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배움에는 강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계획적 수련은 산만함과 공존할 수 없다. 어려운 일을 빠르게 익히려면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몰입과 집중을 방해하는 세상

세상은 몰입을 방해하는 걸로 차고 넘친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만드는 개방형 사무실도 그렇다. 운동장같이 탁 트인 개방형 사무실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지 모르지만 심각한 산만함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시장 같은 곳에서 뭔가에 몰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활동도 몰입에는 큰 장애물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는데 이 역시 몰입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뉴요커의 기고가, 조지 패커는 트위터를 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트위터는 미디어 중독자들에게 마약과 같다. 나는 도덕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트위터가 두렵다. 트위터에 빠져서 아들에게 제때 밥을 챙겨주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e메일도 몰입을 방해한다. 일주일에 500통의 e메일을 받고 300통의 e메일을 보낸다. 정보를 옮기는 데 엄청난 시간을 쓰는 것이다. 무해해 보이는 행동이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몰입을 방해한다. 실적 저해는 분명하다. 분주함은 생산성과 동의어가 아니다. 지식노동은 조립라인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정보에서 가치를 추출하는 일은 분주해서는 안 되며 분주한 활동으로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다.”

집중하는 삶이 최선의 삶이다

두뇌는 관심을 기울이는 대로 만들어진다. 암에 걸린 저술가 위니프리드 갤러거는 가능한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영화, 산책, 오후 6시 반에 마시는 마티니에 집중하기로 했다. 두뇌는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을 토대로 세계관을 형성한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집중하면 삶이 어둡고 불행해지지만 저녁에 즐기는 마티니에 집중하면 삶이 즐거워진다.

갤러거는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실행하고, 사랑하는 대상의 총합이 당신이다”라고 지적한다. 즉 그 사람의 관심대상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인이 행복한 이유는 환경이 좋은 게 아니라 부정적 대상을 무시하고 긍정적 대상을 만끽하도록 두뇌를 재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의를 관리함으로써 세상을 개선했다. 몰입 상태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 세상은 의미와 중요성이 넘치는 곳이 된다. 몰입하면 사소하고 불쾌한 일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많은 지식노동자는 피상적 문제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의미 있는 일을 할 때도 자주 수신함을 확인하는 습관 때문에 이런 문제를 계속 염두에 둔다. 직장생활 역시 사소한 일에 따른 스트레스와 짜증과 분노로 차게 된다.

느슨한 정신은 악마의 작업실이다. 집중력을 잃으면 잘못된 것에 집착하는 경향을 지닌다. 피상적 일에 매달리면 기운이 빠지고 속상한 하루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몰입 상태로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 직업에서의 의미와 만족도가 높아진다. 갤러거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암에 대한 힘든 실험을 진행한 후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게 됐다. 이제부터 목표를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그다음 그것에 몰입할 것이다. 집중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최선의 삶이기 때문이다.” 집중하는 삶이 좋은 삶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와 발달심리학자인 리드 라슨 교수도 몰입 관련 실험을 했다. 호출기가 선택한 간격에 따라 울리면 그 순간 하던 일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순간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기 위한 실험이다. 결론은 이렇다.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육체나 정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때 최고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게 몰입이다. 많은 사람은 여유가 행복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일은 적게 하고 해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료한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즐겁다. 일에는 목표와 피드백,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두는 일에 몰두하고 집중해 무아지경에 빠지도록 한다. 무료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몰입 경험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 어려운 일에 깊이 몰입할 때 최선의 상태를 누린다. 몰입은 행복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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