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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조사,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김남국 | 163호 (2014년 10월 Issue 2)

국내의 한 식품업체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수억 원을 들여 마케팅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회사 제품에 대해 맛이 좋다고 응답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는 배달 모델을 주력으로 했는데, 이런 제품이 나오면 배달해서 먹겠느냐는 질문에도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이 회사는 수백억 원을 들여 현지법인을 세우고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소비자 조사의 치명적인 약점이 대규모 손실을 유발한 셈입니다.

 

전통적인 면접이나 설문 방식의 소비자 조사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려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 기업도 전통적인 조사의 덫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단 공짜로 제품을 시식하게 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칭찬 일색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동물이란 특성 때문에 상대의 호의를 받았는데 상대가 원치 않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입니다. 또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가격이 비싸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경우 상대가 자신을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을 우려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싸다고 대답합니다. 또 중국은 배달 음식 문화도 없는 데다 식품 관련 스캔들 등으로 배달 문화가 정착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배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케팅 조사와 관련한 오류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돈을 들여 조사를 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부터 버려야 합니다. 사실은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릅니다. 고객들은 불편이나 고통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다가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열광할 뿐입니다. , 기업은 고객도 잘 모르는 고객의 욕구를 탐구하는 학자, 혹은 연구자가 돼야 합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해온 인류학적 방법론이 최근 선도적인 기업들로부터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류학자들은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탐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에서 몇 달 동안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행동 배경과 맥락을 파악합니다. 이에 착안해 기업들은 민족지학(ethnography)처럼 인류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론을 활용해 고객의 행동을 연구하고 제품 개발과 관련한 시사점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만약 앞서 소개한 식품기업이 중국 소비자들의 음식 문화를 집중 연구했다면 다른 의사결정을 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중국인들은 음식을 먹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삶의 중요한 의식처럼 생각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배달은 낯선 행동이며 적어도 익숙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현지 관행에 부합하는 운영방식을 고안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을 것입니다.

 

DBR은 이번 호에서 최신 마케팅 리서치 방법론을 집약했습니다. 기업이 고객을 탐구하는 연구자가 돼야 한다면, 학자들이 사용하는 가설 수립, 검증 방법론의 취지를 이해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 업에 대한 통찰 등을 기초로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적절히 활용해야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류학적 관찰이나 뉴로마케팅 활용법, 지리정보를 활용한 시장조사 등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모았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기반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현명한 방법을 개발해 조직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시기를 기원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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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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