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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Z를 이용한 적정기술 개발

바퀴처럼 구르는 아프리카 물통… TRIZ와 적정기술이 만나 기적 낳다

신정호 | 160호 (2014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적정기술 개발을 위한 트리즈(TRIZ)의 활용 ‘USI’

1) 상황 이해하기(Understand the situation)

2) 문제 탐색하기(Search problems to solve)

3) 새로운 상상하기(Imagine something new)

 

적정기술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건 ‘PPAS’

1)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소(Place)에 적합할 것

2) 그 기술을 활용할 사람들(People)에게 적합할 것

3) 가격이 알맞을 것(Affordable)

4) 지속가능할 것(Sustainable)

 

 

 

에른스트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 1911∼1977)는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로 적정기술의 개념 보급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는 1973년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첨단 기술과 전통 기술 사이에 있는 중간 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에 대해 언급했고 이것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적정기술은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론인 트리즈(TRIZ)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자 간 관련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트리즈의 주요 개념 중 하나인 이상성(Ideality)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리즈의 이상성과 적정기술

트리즈에서는 문제 해결의 이상적인 목표를 이상성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유용한 특성의 합을 유해한 특성들의 합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시스템의 기능을 유용한 특성이라고 한다면 그 시스템에 소요되는 비용은 유해한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트리즈 관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은 이상성이 무한대인 시스템, 즉 비용이 전혀 소요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기능이 구현되는 상태다. 모든 기술 시스템은 이상성의 값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지속한다. 열쇠가 없어도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지문인식 장치, 병따개가 없어도 뚜껑을 딸 수 있는 병뚜껑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트리즈의 이상성은 적정기술이 추구하는 목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적정기술은 적은 비용으로 작동할 수 있고 유지 보수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트리즈를 적정기술 개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적정기술 개발을 위한 트리즈의 활용

적정기술 개발에 트리즈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3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는상황 이해하기(Understand the situation)’. 제일 중요한 단계로 실제 적정기술이 사용될 장소와 사람을 포함한 환경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만약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해결의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게 된다. 2단계는문제 탐색하기(Search problems to solve)’. 1단계에서 정의한 기술을 구현하는 데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단계로 개괄적인 개선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마지막 3단계는새로운 상상하기(Imagine something new)’. 2단계에서 파악한 개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새로운 상상을 통해 개선방법을 파악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트리즈의 40가지 발명 원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단계는 흔히 각각의 영문 첫 글자를 따 ‘USI(you see)’라고 칭한다. 새로운 적정기술을 찾기 위해 바로 당신이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적정기술 농기구 개발 사례는 2012년 진행된 특허청 후원 트리즈 교육을 통해 적정기술 개발에 트리즈가 활용된 사례다. 이 과제는 아프리카에서 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각 단계별로 기술 개발의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트리즈(TRIZ)

트리즈는 러시아의 과학자 겐리히 알트슐러(Genrich S. Altshuller, 1926∼1998)가 정립한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전 세계 200만 건 이상의 특허를 분석해 모든 문제에는 모순을 해결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걸 발견해 정리한 이론으로 러시아어로 ‘Teoriya Resheniya Izobretatelskih Zadach’의 약자다.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으로 발명문제를 해결하는 이론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발명문제는 하나 이상의 기술적 모순을 포함한 문제다. 결국 트리즈는 문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패턴을 다룬 방법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트리즈의 여러 도구 중 가장 대표적인 건 모순 해결의 패턴을 정리한 40가지 발명원리다. 40가지 발명원리는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다. 이 원리들을 통해 다양한 모순해결의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

 

 

1단계: 상황 이해하기

본 과제에서 관심을 가진 장소는 가난한 이들이 많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인구의 50%가 극빈자로 분류되며 하루 평균 생활비는 70센트 정도라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가난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식량 수확량 부족이다. 식량 수확을 위해서는 충분한 농기구와 운반 수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프리카에는 운반 수단이 없어 대부분 여자들이나 아이들이 머리에 이고 운반한다고 한다. 그래서 본 과제에서는 아프리카에서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농기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2단계: 문제 탐색하기

새로운 농기구를 개발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됐던 다양한 농기구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과거에 우리도 비슷한 경제 상황에서 비슷한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며, 이런 고민의 결과로 만들어진 도구들을 잘 벤치마킹한다면 좋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도구들을 관찰한 끝에 우리가 관심 있게 살펴본 도구는 짐을 옮길 때 쓰는 지게였다. 지게는 짐을 얹어 사람이 지고 다니게 만든 기구로 디딜방아와 더불어 우리가 발명한 우수한 농기구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지게를 아프리카 땅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적정기술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은 이른바 ‘PPAS(Place, People, Affordable, Sustainable)’라고 명명할 수 있는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 적정기술은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장소(Place)’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동시에 적정기술은 현지사람들(People)’에게 정말 필요한 기술이어야 하며 현지 사람들이 직접 활용하고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어야 한다. 또한 적정기술은 가격이 알맞아야(Affordable) 한다. 초기 도입 비용과 부품들의 가격이 현지 사람들이 지불할 만한 수준으로 저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정기술은 반드시 오랜 기간 운용될 수 있어야 하며 현지인 스스로 지속가능한(Sustainable)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따라서 우리나라 전통 농업 사회에서 활용했던 지게를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로 만들기 위해선 PASS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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