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실무에 동뭉르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Finance & Accounting
Based on “Firm boundaries matter: Evidence from conglomerates and R&D activity” by Amit Seru (2014,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11, pp. 381-405)
재무금융 학계는 기업다각화 전략의 영향에 대한 분석을 다양하게 시도해 왔다. 다각화 전략은 여러 다양한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다각화전략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일률적으로 재단하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다각화전략의 미시적 분석을 시도했다. 다각화전략이 기업의 R&D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R&D 활동은 기업혁신과 기업가정신의 근간이 되는 추진력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다각화전략이 기업 창의성과 독창성에 주는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피인수 대상 기업 두 그룹을 비교 평가한다. 실험집단은 우호적 인수합병을 통해 피인수가 완료된 기업(이하 ‘피인수 성공기업’)이고, 통제집단은 피인수 대상 기업이었으나 협상 실패로 피인수가 불발에 그친 기업(이하 ‘피인수 실패기업’)이다. 저자는 피인수 성공기업과 실패기업 사이에 나타나는 R&D 산출물을 비교 평가한다. 또한 그 차이가 인수기업의 다각화 정도에 영향을 받는지 검토한다. 자료는 Compustat 데이터와 NBER 특허 데이터를 결합했고 1980년부터 1988년까지를 분석대상으로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저자는 우선 R&D의 독창성과 창의성에 주목한다. 피인수 대상 기업이 생산한 특허의 인용 수(number of citations, 해당 특허가 다른 특허들에 인용된 수)가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피인수 실패기업에 비해 성공기업에서 인수합병 후 특허 인용 수가 60%가량 감소한다. 이 같은 인용 수 감소는 다각화 기업으로 인수된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각화 정도가 약한 기업에 인수됐을 때는 특허 인용 수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허 인용 수의 감소, 즉 R&D 독창성의 감소가 피인수 성공기업에서 나타나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독창성 강한 발명가들이 인수합병 후 퇴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추정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저자는 인수 전후 발명가들의 퇴사 시점을 분석한다. 분석에 따르면 피인수 성공기업의 일부 발명가들이 인수합병 후 퇴사하기는 하지만 이들의 퇴사 비율은 피인수 성공기업과 실패기업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인수 성공기업에서 R&D 독창성이 감소하는 것은 발명가들이 인수합병 후 퇴사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소극적으로 변화한 데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다각화 전략을 지지하는 의견은 외부 자본시장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외부 자본시장은 정보 불균형과 대리인 문제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다각화 전략의 주된 논지는 외부 자본시장의 불완전성을 대체하기 위한 내부 자본시장의 확충이다. ‘보이는 손’인 그룹 기획조정실의 기획 기능이 ‘보이지 않는 손’인 외부 자본시장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기획조정실은 사업 부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자본을 최적 배분하려고 한다.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런 견해를 지지하지 않으며 도리어 내부 자본시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각화 기업에 인수된 기업은 혁신성과 독창성이 떨어진다. 계열사 간 결합인 그룹 역시 대리인 문제와 내부 기회주의, 정보 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업 인수합병과 다각화 전략이 기업가치에 일률적으로 부정적이라는 논리로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인수합병을 통한 다각화 전략은 다양한 장점을 지닌다. 특히 창의성과 독창성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부문이라면 다각화 전략의 장점들이 더 강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인수합병과 다각화 전략을 수행할 때 사업 부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상경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MBA를,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에서 재무금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거래소 공시위원회,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수출입은행 등 기관에서 자산운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금융, 투자금융, 파생상품, 자산운용, 기업가치평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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