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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원숭이 효과

이방실 | 99호 (2012년 2월 Issue 2)

 

2012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2월도 지나갈 게 분명하다. 새해를 맞아 추진한 변화와 혁신 드라이브가 빨리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며 조급해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경영자가 음미해봐야 할 이야기가 있다. ‘100번째 원숭이 효과(The hundredth monkey effect)’.

 

1950년대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학자들이 미야자키현 고지마(幸島)에 서식하는 야생 원숭이들에게 흙이 묻은 고구마를 나눠 주고 어떻게 먹는지를 관찰했다. 처음에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몸에 문지른 후 먹거나 손으로 고구마에 붙은 흙을 털어내는 등의 꾀를 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모(イモ)’라고 이름 붙여진 생후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그후 한 달쯤 지나자 이모의 또래 원숭이가, 넉 달 뒤엔 이모의 어미가 이모처럼 고구마를 물에 씻어먹었다. 나이 든 원숭이와 대다수 수컷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씻지 않은 채 먹었다. 하지만 어린 원숭이와 암컷 원숭이를 중심으로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태가 조금씩 퍼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해, 가뭄이 심해 강물이 마르자 원숭이들은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 염분이 고구마에 더해져 더욱 맛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원숭이들은 가뭄이 끝난 후에도 계속 바닷물에 고구마를 담가 간을 맞춰 먹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에도 나이 든 원숭이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씻지 않았다. 그러나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의 숫자가 소위 ‘100마리라는 임계점에 도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지마의 모든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 먹게 된 것이다. 더욱 신기한 일은 고지마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는 다카자키야마(高崎山) 서식 원숭이들까지도 고구마를 씻어 먹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명한 동·식물학자인 라이얼 왓슨(Lyall Watson)은 이렇게 어떠한 접촉도 없던 지역의 원숭이들 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행태를 놓고 그의 저서 <Lifetide(1979)>에서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고 명명했다. 이후 이 용어는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량에 이르면 그 행동이 해당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리나 공간의 제약을 넘어 확산되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확대돼 쓰이게 됐다.

 

이러한 확대 해석에 대해선 학자들 간 의견이 분분하다. 고지마와 다카자키야마 원숭이들의 고구마 세척 행태는 인과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건으로 단순한 우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실험이 시작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지마 원숭이들이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고구마에 묻은 흙을 털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이 배인 고구마 맛을 즐기기 위해서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경영자들이 혁신을 추진할 때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변화와 개혁을 시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조급해하는 것이다. 혁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내 영속적 문화로 내재화될 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문화란 공유와 학습을 통해 전파되고 오랜 시간의 축적을 통해 진보, 발전해 나간다.

 

어떤 조직에나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나이 먹은 수컷 원숭이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를 선도하는어린 암컷 원숭이역시 분명 존재한다. 당장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리더의 조급증은 혁신의 확산에 별반 도움이 안 된다. 변화를 선도할 어린 암컷 원숭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이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을 개혁해 나갈 수 있도록 조직의 구조와 문화, 프로세스 등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100번째 원숭이라는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고지마 야생 원숭이 집단 전체가 바뀌었다. 고구마를 씻어 먹는 혁신적 행위는세척에서조미라는 목적으로 진화돼 세대를 넘어 내려오고 있다. 그 시작은 단 한 마리의 어린 암컷 원숭이, 이모였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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