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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산업, 윈-윈 방정식은 없나?

한인재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백화점 판매수수료, 통신비 등에 이어 은행, 카드, 증권 수수료가 잇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업계를 압박하자 해당 업계는 수수료 인하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로 인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밝힌 카드 업계는 고객에게 제공하던 할인서비스와 부가서비스를 줄이기로 했다. 카드 수수료가 낮아진다고 소비자 가격을 내릴 가맹점이 얼마나 될까. 결국 다시 소비자의 주머니만 가벼워지는 결과가 예상된다. 마치 우유 가격 인상의 재판(再版)을 보는 듯하다. 원유(原乳)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는 우유를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었다. 올라간 원유 값이 전가된 가격에 우유를 사야 하는 당사자도 소비자다.
 
경제 경영 현상은 당사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진다. 일방이 원하는 대로 단 한번의 변화에 그치는 일은 드물다. 여러 당사자들이 이해관계를 조율해 기존 균형점에서 월등한 균형점으로 이동할 때 비로소 발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이라 불리는 월등한 균형점은 여러 거래 당사자들이 있을 때 다른 당사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일부 당사자들의 몫을 높일 수 있을 때 달성된다.
 
하지만 독과점, (암묵적) 담합, 진입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 구조가 왜곡되면 월등한 균형은커녕 열등한 균형점으로 이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기업과 충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2002
년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점적 지위를 주목했다. MS가 MS오피스를 운영체제인 윈도에 끼워 파는 정책도 문제가 됐다. 서슬 퍼런 반독점 조치에 의해 미국 최대의 통신기업 AT&T가 8개 회사로 강제 분할된 사례까지 거론됐다. MS는 윈도와 MS오피스가 보완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같이 파는 게 따로 파는 것보다 소비자들한테도 이익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론적 근거도 있다. 가격이 아닌 물량을 기준으로 경쟁하는 불완전 경쟁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쿠르노 경쟁(Cournot Competition)’ 모델로 분석해 보면 보완재를 묶어 팔 경우 독점 기업이 이익((가격-단위비용) x 물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판매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MS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등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결국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MS오피스 끼워 팔기는 금지됐다. 빌 게이츠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MS는 AT&T처럼 기업 자체가 쪼개지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경제는 생물이고 경영은 상호작용이다. 자신의 전략에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때 자신의 대응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미리 시나리오를 짜놓지 않으면 의도했던 최적의 균형점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 최근 금융권 수수료 논란과 관련한 정부의 노력은 환영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기업도 보다 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경영학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이제 기업은 경제적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이익도 동시에 창출해야 하며 이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도 경제 발전은 사회의 발전과 함께 진행돼왔다. 사회 구성원의 의식수준은 높아지고 한정된 자원은 고갈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으로 이끄는 윈윈 방정식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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