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의 리콜 사태와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위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위기관리는 광범위한 감지 네트워크를 통해 사전에 위기를 예방하고,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위기에 대해 평소에 세워 두었던 계획을 실행함으로써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직을 살리는 위기관리에는 예방과 대응이라는 이원화된 공식으로는 풀 수 없는 상당히 복잡한 의사 결정이 요구된다.
2002년 일본 미쓰비시 트럭의 타이어가 빠져 보도를 걷던 일가족을 덮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고가 나자, 회사는 자동차의 결함을 부인했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낀 직원의 제보로 수 년간 트럭 클러치의 오작동을 은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회장을 비롯한 임원 일곱 명이 사법 처리되고, 미쓰비시는 이류 브랜드로 전락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미쓰비시가 오작동을 은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탐지된 징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사과했다면 결과는 아마 달랐을 것이다. 위기에 직면한 많은 조직들이 이러한 결정의 순간에 미쓰비시와 유사한 현실적인 편익을 선택한다. 하지만 조직은 위기의 순간에 실패를 인정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조직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현재의 실패를 받아들임으로써 후대의 인정을 받겠다는 위기관리 철학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탐지 시스템과 위기관리계획이 마련돼 있더라도 대중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평소 대중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일도 위기관리 측면에서 중요하다. 미국 제약사인 머크가 폐수를 유출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의 취재를 막아선 사람들은 놀랍게도 지역주민들이었다. 언론이 환경 오염을 우려하자, 지역사회 주민들이 평소 회사의 환경보호 노력과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를 예로 들면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실수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위기의 파장이 확대되기 어렵다. 많은 사례에서 위기의 확산 정도는 기업이 평소 대중과 어떤 관계를 형성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대중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많지 않다.
위기가 생겼을 때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커뮤니케이션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위기에 직면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사실에도 부합해야 하며 논리적 연관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많은 조직들이 처음에 제시한 이야기를 지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를 상실한다. 위기로 단절된 사람들의 신뢰를 획득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당성을 회복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구성해야 한다. 지속될 수 없는 임기응변은 오히려 의심을 불러 일으켜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위기관리의 핵심이 예방과 대응 활동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논의들이 철학과 원칙에 대한 성찰 없이 구색 맞추기 용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위기관리가 조직 내에 잠자고 있는 서류 뭉치가 아니라, 조직의 문화에 접목돼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을 살리는 위기관리는 철학과 원칙이 조직원의 행위에 내면화된 항시적인 경영 활동이라는 점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