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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賞罰)의 미학

박재희 | 49호 (2010년 1월 Issue 2)
당근과 채찍으로 비유되는 상벌(賞罰)의 공정한 운용은 조직을 책임진 리더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적과의 승부를 가르는 지피지기 7가지 분석법에서 상벌의 공정한 시행을 중요한 항목으로 꼽고 있다.
 
상벌숙명(賞罰孰明)? 어느 조직이 상벌의 시행을 명확하게 운용하고 있는가?
- <손자병법>, 시계(始計) 편
 
이 항목은 전쟁에 나선 장군이 적과의 전력 비교를 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전쟁은 무기나 군량미 등 물자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병사들의 싸우려는 의지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정점이며, 상을 줌으로써 전의(戰意)를 북돋울 수 있다.
 
전차전(車戰)에서 적의 전차 10대 이상을 획득했다면(得車十乘已上), 먼저 획득한 자에게 포상하라(賞其先得者)!
- <손자병법>, 작전(作戰) 편
 
요즘으로 말하면 인센티브로 병사들의 동기를 유발하라는 것이다. 상이 군색해지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저하된다. 초(楚)나라 항우가 모든 면에서 한(漢)나라 유방보다 앞섰지만 상에 너무 인색한 결과 패권을 잃었다는 분석이 있는 것을 보면 리더가 상을 너무 아끼면 큰일을 도모하기엔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상벌이 분명한 것은 장수의 중요한 지휘 능력 중 하나다. 상벌은 리더의 위엄과 믿음을 부하들에게 심어주는 중요한 조치다. 강태공이 지었다고 하는 병법서인 <육도(六韜)>에는 상벌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세히 적고 있다.
 
한 사람의 고위직을 죽여서 삼군의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다면 죽여라(殺一人而三軍震者殺之)! 한 사람의 하위직에게 상을 주어서 만인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상을 주어라(賞一人而萬人悅者賞之)!
 
- <육도>
 
섬뜩한 이야기다. 벌은 고위직에게 가해졌을 때 효과가 크고, 상은 하위직에게 시행되었을 때 만인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 정반대의 상벌 운용을 하고 있다. 상은 고위직과 중요한 직책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되고, 하위직에게는 벌이 주로 시행된다면 전체 조직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지위가 높은 사람을 죽여서 모든 조직원들에게 위엄을 주고 떨게 만들 수 있다면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반대로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파격적인 상을 주어서 조직의 깨끗함과 조직원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이 역시 강하게 시행해야 한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사마양저(司馬穰) 장군은 제나라 왕의 총애하는 신하인 장가(莊賈)를 군문(軍門)에서 시간을 어긴 죄로 처벌함으로써 모든 부하들을 정신 차리게 했다. 장가는 군주의 측근으로 비호를 받고 있었다. 양저는 군법을 적용하고 벌을 주는 데 있어서는 신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왕의 측근을 군법에 의해 엄하게 다스림으로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 역시 오(吳)나라 왕 합려의 총애하는 궁녀가 명령에 제대로 복종하지 않자 목을 벰으로써 조직 기강을 세우고, 오나라 군대를 최강 군대로 키웠다. 지위를 가리지 않고 고위직에게 엄한 군율을 적용하여 조직 성과를 높인 것이다.
 
상을 줄 때 상을 주고, 벌을 줄 때 벌을 주면서 사사로운 정에 구애되지 않고, 권력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유능한 지휘관의 리더십이다. 상벌이 중심을 잃고 측근에 의해 자의적으로 시행된다면 조직 기강이나 직원들의 동기를 제대로 유발할 수 없다. 내가 속한 조직이 노력해 성과를 내면 반드시 공정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믿음은 구성원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강하게 만든다. 예나 지금이나 상벌의 공정한 운용과 엄격한 시행은 조직 생존에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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