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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를 하는 경영인을 키우자

주우진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비판적 사고를 하라”고 조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1세기 교육 개혁의 주요 과제가 비판적 사고의 향상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는 도요타자동차의 핵심 성공 요인이 직원들의 통합적 사고 능력이라는 논문이 나온 적도 있다.
 
한국 사회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비판적 사고 및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있다. 인터넷 발달에 따른 정보 범람으로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은 오류투성이인 게 많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정보 자체보다 정보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종합하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이제 기업도 ‘생각하는 인재’들을 키워야 한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뛰는 사원들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만일 상사의 지시 사항이 잘못됐다면 사원이 열심히 뛸수록 오히려 회사의 손해가 커진다. 때로는 상사가 잘못 내린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인재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람이 적다. 필자는 모 기업의 임원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사장이 결론을 내린 다음 형식적인 피드백을 받고 끝나는 게 전부였다. 많은 임원들 중 그 누구도 사장 결정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사장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비판적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비판적이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를 ‘사고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비판적이라는 단어를 ‘삐딱한’이라는 의미와 동일시한다. 비판이 없는 조직은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 비판적 사고가 창의성의 전제 조건인 이유다.
 
경영 교육도 변해야 한다. 현재 많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경영학 수업은 정보 제공과 경영 테크닉 위주의 교육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공부의 양은 많지만 정작 생각하는 시간은 적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는 시간이 더 길다.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혼자서 조용히 사물을 성찰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창의적 인재를 키울 여지가 적다.
 
모 기업 총수께서 필자에게 “수십 년간 사람을 써보니 법대를 나온 사람이 제일 우수하고, 그다음이 경영학과 출신이더군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모 투자 은행 대표는 “자신의 회사에 입사한 사람 중 철학과 출신 학생이 가장 뛰어났다”고 했다. 이 말은 경영학 교수로서 깊은 반성의 계기로 삼을 만한 말이었다. 경영학이 비즈니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비즈니스 사고법을 가르치는 학문으로 인정받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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