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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최적화

설계부터 혁신… 원가가 팍 준다

강석원 | 32호 (2009년 5월 Issue 1)
기업들은 외부 환경 변화에 발맞춰 경영 방향을 적절히 바꿔야 한다.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매출 및 외형을 중시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은 수익성 및 현금 흐름 위주로 경영의 초점을 바꿨다. 수익성을 중시한 기업들은 구매, 설계, 생산 등 주요 활동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표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내부 역량을 확보했다. 운영(operation) 역량 강화가 대다수 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됐던 셈이다. 특히 최근 세계적 경제 불황으로 운영 혁신 및 원가 절감 활동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및 설계 분야에서의 원가 절감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 전체 제조 원가에서 R&D 및 설계가 차지하는 비용은 5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 제조 원가의 7080%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R&D나 설계 단계에서 원가를 줄이지 못하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설계를 바꾸면 고객 가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를 하고 있다. 또 생산 단계 이전에 원가 절감 활동을 하면 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하는 기업도 많다. 이런 우려들 때문에 설계 부문에서 운영 혁신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경쟁사와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차별적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R&D 및 설계 부문의 혁신 활동으로 제조 원가를 최적화해야 한다. 제품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CFT(Cross Functional Team)를 구성해 VOC(Voice of Customer)나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제품 콘셉트를 개발하고 제품 수명 주기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는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이 그 예다. 또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이 주어진 기능에 적합한지 분석하고 비용 최적화를 위한 설계 변경 가능성을 탐색하는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도 여러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추진됐던 DTC(Design-to-Cost)도 설계 관점에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법 가운데 하나다. DTC는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제품의 디자인 자체를 변경하기보다는 원가 관리를 위해 주요 원가 요소(cost parameter)를 분석함으로써 효율화를 추구한다. DTC 활동은 제품의 원가 목표를 각 그룹별로 설정하고 가치 분석, 가치공학,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등 여러 방법론을 적용해 목표를 달성한다. DTC는 냉전 시대가 지나고 국방비가 현저히 줄어들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항공 우주 관련 기업들이 여러 혁신 활동을 전개하면서 발전시킨 기법으로, 1990년대 이후 자동차 산업 등에 활발히 적용되면서 지속적인 설계 혁신과 원가 절감의 원동력이 됐다.
 
설계 부문 운영 혁신의 성공 요소
설계 혁신을 위해서는 신제품 개발이나 기존 제품 재설계 시 고객 및 시장의 니즈라는 관점, 제조 관점, 조립 관점에서 설계를 최적화해야 한다.(그림1) 특히 다음 요소들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원가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 가운데 일부는 구매, 설계, 생산, 물류 등 각 부서에 일방적으로 원가 절감 목표를 정해주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은 구매 부문에서만 원가 절감을 추진하면서 설계 부문을 아예 절감 대상에서 제외하곤 한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문제가 있다. 일방적으로 목표를 세워주면 조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고, 부서 간 협업도 이뤄지지 않는다. 또 구매 분야에서만 원가 절감이 추진되면 다른 기회 영역이 무시되고 만다. 과감한 원가 혁신을 위해서는 부서 간 협업과 효과 또는 위험에 대한 논쟁이 따라오는 아이디어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각 부서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사를 능가하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각 부문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사적 CFT를 조직해 전체 활동을 주관하거나, 부서 간 정기적인 협의체를 마련해야 한다. CFT는 설계 최적화에 따르는 위험 관리 방안을 협의하고, 품질 향상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등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활동을 벌여야 한다.
 
실제로 분당 80001만2000번 회전하는 정밀 공작 기계를 만드는 A사는 기존 중국 시장 공략 제품을 대체하는 새로운 3세대 기종을 개발하기 위해 DTC를 적용했다. 이 회사는 10여 명의 설계·구매·품질·생산기술 부문의 핵심 인력과 외부 컨설턴트로 전담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하고, 이 멤버들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 설계 최적화 업무에만 전념토록 지원했다. 그 결과 불과 1년여 만에 2세대 기종보다 제조 원가를 18% 이상 줄인 3세대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TFT 멤버와 모든 부서 직원들은 3회 이상 워크숍에 참여해 활발하게 설계 최적화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냈으며, 전담 TFT는 전사적으로 도출된 설계 최적화 아이디어를 관리하고 설계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파악한 후 대안을 만들었다. 이런 절차를 거쳐 수립된 설계 최적화 방안은 사내외 부문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협의체를 통해 공유, 토론, 검증 과정을 거쳐 양산 적용 여부가 결정됐다. 전 직원의 참여와 부서 간 협업이 이뤄지면 혁신 활동은 이처럼 탄력을 받는다.
 
둘째, 원가 목표의 적절성도 고려해야 한다. 설계라는 부문이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라 너무 낮거나 높은 원가 절감 목표를 부여할 수 있다. 너무 낮은 목표를 주면 개선 의지가 약해지고,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면 다른 부서와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는 제품 및 부품별로 상세하고 투명하게 원가를 분석하고, 시장 관점에서 분석된 목표 원가율을 토대로 객관적인 목표를 정해야 한다. 시장 관점에서 분석한다는 것은 과거 판매 가격 변동, 제조 원가 변동 등 객관적인 자료를 기준으로 영업, 사업 관리 부문 등과 협의해 회사가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제품 원가를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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