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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멸종과 창조의 공간, 그 섬에 가고 싶다

서광원 |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평화로워 보이는 섬은 외부 영향이 작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동물의 멸종과 번성에 영향을 준다. 몸집이 큰 동물은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작아지고, 작은 동물들은 포식자가 사라져 거대해진다. 섬에 사는 생명체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다채롭게 진화하기도 하지만 작은 위협이나 경쟁이 발생하면 곧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지리적 격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하는 기업과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오랜 시간 안주하지만 않는다면 따로 떨어진 나만의 섬에서 창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푸른 바다 위의 작은 섬’이라고 하면 우리는 대체로 멋진 휴양지를 떠올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완전히 다른 낙원 같은 곳이라 머리 아픈 일상을 오롯이 잊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생명의 역사에서도 섬은 천국 같은 곳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천국은 아니었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좋지 않았다. 생명체들이 그토록 원하는 번성을 쉽게 일굴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번성이 엉뚱한 곳으로 향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생명이 가장 두려워하는 멸종으로 말이다. 왜 ‘번성과 멸종’이라는 극단적인 변화가 섬에서 일어날까? 푸른 바다 위 그림처럼 떠 있는 섬에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이 아시아로 가는 길을 백방으로 찾아 나서던 1507년,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던 포르투갈 배가 망망대해 위 떠 있는 작은 섬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섬에서 900㎞나 떨어진 모리셔스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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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마음에 상륙해 보니 제주도만 한 크기의 이 섬에 사람은 살지 않고 이상하게 생긴 커다란 새들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엄청나게 큰 거북이 살고 있었다. 저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장거리 항해 때마다 식량 부족으로 고생하던 선원들에게 이 섬은 축복과도 같은 곳이었다. 더구나 커다란 머리통 뒤에 볼록 솟아 있는 후드 같은 걸 달고 있는 이 큰 새들은 도망가기는커녕 ‘너희들은 누구냐’고 하는 듯 선원들을 구경했다. 가까이 가도 멀뚱멀뚱 쳐다볼 뿐 분명 새처럼 생겼는데 날지 않고 걷거나 달렸다. 작은 날개는 몸통 위에 그냥 얹혀 있었다.

선원들은 누워서 떡 먹는 것처럼 이들을 사로잡았다. 큰 새는 무게가 14㎏이나 돼 서너 마리를 요리하면 모든 선원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200∼400㎏이나 되는 거북은 나중을 대비해 싣고 갈 수 있었다. 둘 다 고기가 질기긴 했지만 굶는 것보다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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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광원[email protected]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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