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워 보이는 섬은 외부 영향이 작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동물의 멸종과 번성에 영향을 준다. 몸집이 큰 동물은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작아지고, 작은 동물들은 포식자가 사라져 거대해진다. 섬에 사는 생명체들은 분리된 공간에서 다채롭게 진화하기도 하지만 작은 위협이나 경쟁이 발생하면 곧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지리적 격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하는 기업과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오랜 시간 안주하지만 않는다면 따로 떨어진 나만의 섬에서 창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푸른 바다 위의 작은 섬’이라고 하면 우리는 대체로 멋진 휴양지를 떠올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완전히 다른 낙원 같은 곳이라 머리 아픈 일상을 오롯이 잊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생명의 역사에서도 섬은 천국 같은 곳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천국은 아니었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좋지 않았다. 생명체들이 그토록 원하는 번성을 쉽게 일굴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번성이 엉뚱한 곳으로 향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생명이 가장 두려워하는 멸종으로 말이다. 왜 ‘번성과 멸종’이라는 극단적인 변화가 섬에서 일어날까? 푸른 바다 위 그림처럼 떠 있는 섬에는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이 아시아로 가는 길을 백방으로 찾아 나서던 1507년,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던 포르투갈 배가 망망대해 위 떠 있는 작은 섬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마다가스카르섬에서 900㎞나 떨어진 모리셔스섬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상륙해 보니 제주도만 한 크기의 이 섬에 사람은 살지 않고 이상하게 생긴 커다란 새들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엄청나게 큰 거북이 살고 있었다. 저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장거리 항해 때마다 식량 부족으로 고생하던 선원들에게 이 섬은 축복과도 같은 곳이었다. 더구나 커다란 머리통 뒤에 볼록 솟아 있는 후드 같은 걸 달고 있는 이 큰 새들은 도망가기는커녕 ‘너희들은 누구냐’고 하는 듯 선원들을 구경했다. 가까이 가도 멀뚱멀뚱 쳐다볼 뿐 분명 새처럼 생겼는데 날지 않고 걷거나 달렸다. 작은 날개는 몸통 위에 그냥 얹혀 있었다.
선원들은 누워서 떡 먹는 것처럼 이들을 사로잡았다. 큰 새는 무게가 14㎏이나 돼 서너 마리를 요리하면 모든 선원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200∼400㎏이나 되는 거북은 나중을 대비해 싣고 갈 수 있었다. 둘 다 고기가 질기긴 했지만 굶는 것보다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