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년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 당시 경영진은 분식회계를 수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사건이 규명되고도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법적, 행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이 사건으로 1년 신규 감사 계약을 금지한다는 징계를 받았고 해체 대상으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처벌 없이 넘어간 것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관계 당국자들은 과거 사례를 반성의 발판으로 삼아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집자주 최종학 교수는 이 코너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의 갈등 및 기업 M&A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을 DBR 257호(2018년 9월 2호)에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이슈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내부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다룹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 사이에 전모가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은 여러 면에서 한국 사회에 큰 여파를 미쳤다. 1) 분식회계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3조∼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분식회계라는 점 2) 적자 회사가 가공(架空)의 이익을 꾸며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처럼 보고하고, 그러면서 조작된 재무제표로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 3) 두 명의 CEO와 다른 두 명의 CFO가 함께 최소 5년의 오랜 기간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는 점 4) 다수의 직원이 분식회계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를 수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 5) 분식회계를 통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체결한 경영 목표를 달성한 후 경영 목표 달성의 대가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받은 보너스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 6) 분식회계 때문에 부실이 더욱 심화돼 결과적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약 10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국민 세금)이 투입됐다는 점 때문에 한국 기업사(企業史)에서 매우 드문 경우로 기록됐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보면 ‘이렇게 부도덕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규모만 본다면 1998년 경제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발생했던 대우그룹이나 현대그룹의 분식회계가 더 컸지만 분식회계의 내용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더 심각하다. 더군다나 대우그룹이나 현대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은 회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 회사가 망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또한 위에서 소개한 6가지 중 1)과 2)의 특징만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최소한 동기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최고경영진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 또는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직원들이 보너스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수행한 분식회계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거의 없던, 주로 미국에서 발생하던 ‘선진국형 분식회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자체도 이상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뒤처리는 더욱 이상하다. 이 사건의 뒤처리 과정도 앞으로 두고두고 회계학 교과서나 회계 사례들에 소개될 법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특징과 이 사건의 뒤처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