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심지어 남미, 중동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는 한류. K-DRAMA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제 K-POP뿐만 아니라 K-MOVIE, K-BEAUTY, K-FOOD 등으로 이어져 한국의 아름답고 다채로운 모습을 글로벌 무대에 보여주는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YG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1996년 ‘현기획’으로 시작한 회사는 1997년 ‘MF기획’, 1998년 설립자 양현석의 별명을 딴 ‘양군기획’을 거쳐 2001년 4월 비로소 지금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됐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이 수장으로 있던 YG는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소속 연예인들 덕분에 SM, JYP와 함께 국내 3대 기획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YG의 행보는 경쟁사들과 달랐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를 앞세워 일본과 동남아 등 아시아와 유럽 무대를 장악한 SM, 원더걸스를 미국 무대에 데뷔시키며 1980년 이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진입시켰던 JYP와 달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YG는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 세계 무대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데 매진했다.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지누션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렉시, 휘성, 거미, 빅마마 등을 연달아 성공시켰고, 이후 세븐, 빅뱅, 투애니원(2NE1) 등의 대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말춤의 매력에 빠지게 했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이 말춤은 ‘한국’이란 나라와 ‘YG’란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렸다. 2014년과 2015년은 YG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 YG는 특유의 독점적 비교 우위와 노하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으면서도 수요가 크고 입지가 뛰어난 시장을 선택한 뒤 철저하게 역량을 내부화하면서 해외로 뻗어나갔다. 이 같은 시장 전략은 ‘가장 YG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양현석 전 대표의 신념의 산물이었다. 이후로도 YG는 위너, 블랙핑크 등 새로운 팀 결성, 다양한 개성을 지닌 개인 아티스트의 디지털 싱글 및 월드투어 콘서트, 여러 가지 관련, 비관련 다각화를 통한 사업 확장으로 날아올랐다.
# Past Lessons
싸이, 빅뱅, 2NE1 등 개성 있는 스타들을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브랜딩이 워낙 강해 회사 차원의 브랜딩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고민이 있었다. 이에 YG는 ‘우리 회사 브랜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Brand Experience Design • BX Design)을 통해 (1) 브랜드에 관한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고 (2) 이를 일관되게 의사소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마케팅 성공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소비자에게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억지로 교육하지 않았다. 2.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깊이 있는 디자인 리서치로 기업의 핵심 메시지를 발견했다. 3.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해 협동 작업을 했다.
# Why Revisit?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 2NE1 등 대형 스타들의 성공과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히트로 K-POP 열풍의 중심에 섰다. DBR 128호에 소개한 2013년 당시만 해도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며 관련,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사업을 확장 중이었고, 일관성 있는 브랜딩 관리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YG 소속 멤버들의 마약 혐의 논란, 2NE1 해체, 버닝썬 게이트, 양현석 전 대표의 성 접대 및 조세 포탈 의혹, 빅뱅 대성 소유 건물 논란, 경영진 교체 등 잇단 잡음은 이전까지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모두 무력화할 정도로 기업 이미지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혔다. 국내 최정상 엔터사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YG에 대한 재분석을 통해 잘나가는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경영 지침,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들을 정리했다.
# New Insights
오늘날 YG가 겪고 있는 위기는 전성기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한 결과다. 잘나가는 기업이나 스타가 으레 그렇듯 쇄신을 등한시하는 ‘능숙함의 덫’에 빠졌다.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일관성도 필요하지만 양손잡이 경영을 통해 능숙함의 덫을 경계하고 새로운 스타 발굴과 콘텐츠 탄생을 위한 탐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2.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심도 있는 전략으로 채택하고, 계속해서 기업의 초기 비전과 미션을 재점검해야 한다. 3.창업자 등 ‘수장’의 리더십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아티스트 혹은 스타’의 리더십이 공존해야 한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Prince Sultan University) 및 알야마마대(Al Yamamah University)에서 경영대학 교수로, 프린스슐탄대에서 전략센터(Strategic Planning & Development Center) 센터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가 평가위원, 재외동포청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024 문화소비트렌드』 『문화트렌드 2023』 『엔터테인먼트 경영전략』 『엔터테인먼트 경영학』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