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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질주하는 ‘배달의민족’

음식-배달보다 중요한 ‘브랜드 경험’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으로 우뚝 선다

조명광,이승윤 | 300호 (2020년 7월 Issue 1)

2019년 12월 우아한형제들이 글로벌 배달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M&A)한다는 소식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뉴스가 놀라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마케팅 메시지로 시장의 정서를 자극해 온 회사가 독일 회사에 팔린다는 데서 오는 충격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우아한형제들의 시장 가치였다. 시장이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무려 40억 달러, 당시 환율로 4조8000억 원 정도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2010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10년 만에 15만8000배가 넘는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의 대표 주자가 된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분을 딜리버리히어로에 파는 대가로 같은 비율(13%)의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을 받고, 싱가포르에선 50대50 지분의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해 김 대표가 회장을 맡아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진두지휘한다는 소식도 더해졌다. 국내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 명실공히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일단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M&A 건이 공정위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게 된다면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 앱 시장의 90%를 장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산업 전체 시장의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과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언급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그간 시장의 정서를 자극해온 우아한형제들의 마케팅 메시지가 주로 ‘민족’이라는 단어였다는 것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상처’가 됐다. 국내 기업이 성장해 발전한 덕에 여기까지 왔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물론 있지만 독일 기업과 합병함으로써 ‘민족성’에 대한 아이덴티티의 진정성을 통째로 의심받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배달 앱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생존했고 1등이 됐다. 그리고 이제 딜리버리히어로를 만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계획 중이다. 사실 배민의 앞에는 합병보다 더 큰 산이 놓여 있다. 바로 로컬의 특수성을 가지고 글로벌로 확장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단어가 무의미해지고 있고 KBO 리그가 ESPN을 통해 방영되는 혼돈의 시대다. 또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하는 시대인지라 그 산은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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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t Lessons

월 3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스마트폰 음식 배달 시장 1위 앱(app) ‘배달의민족’의 성장 비결

1. 보이는 브랜딩과 보이지 않는 브랜딩(직원 상대)의 조화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창업 초기부터 브랜딩에 많은 공을 들임. 특히 겉으로 보이는 브랜딩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브랜딩에 힘을 쏟았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브랜딩은 기업 내부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이 투영된 제품과 서비스 등 ‘소비자 경험’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2. 페르소나(Persona) 기법이 적용된 ‘찌질한 형아’ 캐릭터와 기업 서체 개발
창업 초기부터 키치를 기업의 문화로 내세워 앱뿐만 아니라 사무실 인테리어나 직원들이 쓰는 볼펜, 지우개와 회사 기념품 등에 키치스러운 디자인과 문구를 삽입했다. 대표적으로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등의 포스터가 있다.

3. 통합적 경험을 갖고 있는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리드
디자이너와 경영자는 교육 방식의 차이로 인해 사고방식이 다르다. 디자이너는 보통 직관적 사고에 익숙하고 경영자는 분석적 사고에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을 통합하면 이상적인 CEO가 나올 수 있지만 이 둘을 다 잘하는 CEO는 드문 편이다. 김봉진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나중에 회사를 세우며 경영을 배웠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직관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의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4. 수평적 공동체 문화와 수직적 업무 질서의 조화
우아한형제들은 수평적 조직문화와 수직적 업무 질서를 추구한다. 보통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을 시도하는 회사가 업무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혼란을 경험하는 데 반해 우아한형제들은 ‘업무는 수직적으로, 관계는 수평적으로’를 시도한다.

# Why Revisit?

2015년 당시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서비스의 위상이 ‘스타트업 중 성장세가 빠르고 독특한 브랜딩 활동을 하는 회사’ 정도였다면 2020년 배달의민족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유니콘 기업을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가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최고의 성공 사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그만큼 우아한형제들은 5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고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성장 과정을 재조명해봄으로써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에 대해 살펴보고 향후 우아한형제들이 글로벌 푸드 테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 New Insights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클래스가 다른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 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30세대를 자신들의 팬으로 만들며 업계 선두주자의 자리를 공고히 해 왔다. 그런 배민이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도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와의 M&A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로컬 시장에서 배달 앱 1위 자리만을 지켜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배민은 M&A를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푸드테크’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19년 배민키친을 오픈하고 QR 코드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하는 메리고키친을 선보인 것을 비롯, UCLA 산하연구소 ‘로멜라’와 함께 요리 로봇 개발에도 착수했다. 또한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딜리’의 시험 운행을 통해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석 ‘배달의민족’

‘플랫폼’이란 단어가 남발되고 있지만 정작 플랫폼 비즈니스를 정확하게 구현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많은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미래의 성장 전략이나 생존 모델로 생각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그저 기존의 문법에 포장만 갈아입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반해 배민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배민은 어떤 전략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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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광[email protected]

    디트리스 대표

    필자는 ㈜디트리스, ㈜코네이스 대표로 삼성카드 프리미엄 마케팅팀/브랜드팀,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신세계백화점 CRM팀 등을 거쳐 24년여간 마케팅 현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브랜딩 관련 컨설팅, 강의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가톨릭대 융복합전공 겸임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저서로 『21일 마케팅』 『호모마케터스』 『마케팅 무작정 따라하기』 『잘 팔리는 팝업스토어의 19가지 법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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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이승윤[email protected]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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