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스타벅스는 원두 구매부터 고객에게 커피 한 잔을 제공하기까지 전 과정에 최신 정보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했다. 그러나 단순히 클라우드에서 제공되는 기술을 채택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스타벅스만의 노하우로 ‘내재화’하는 데 집중했다. 첫째,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커피 원두의 생산지와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빈 투 컵(Bean to cup)’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둘째,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3만 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돌아가는 커피머신, 그라인더, 믹서 등 12종 이상의 장비를 원격으로 관리하고 커피가 최상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을 도입해 개인의 취향과 기호, 날씨, 시간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메뉴를 추천해주는 ‘딥 브루(Deep Brew)’ 서비스를 개발했다. 스타벅스처럼 기술을 기반으로 자기만의 비즈니스 특성과 경험, 문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곧 ‘클라우드 시대의 경쟁력’이다.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나라는 어디였을까. 대영제국도, 나폴레옹의 나라인 프랑스도, 알렉산더대왕의 마케도니아도 아니다. 바로 몽골제국이다. 흔히 몽골이라고 하면 말 타고 활 쏘는 유목 민족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 몽골은 순도 높은 군사 기술들을 모두 흡수해 내재화한 나라였다.
몽골군은 원래 기마전술에 능했다. 말 위에서 빠르게 활 쏘고 빠지는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은 유목민들이 가장 잘 쓰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송나라를 공략하던 몽골은 중국의 선진적인 화약무기와 투석기의 위력을 실감했고 더 이상 유목 민족의 방식만으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송나라 기술자들을 대우해주면서 신식 무기를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삼았다. 이렇게 몽골에 흡수된 신기술은 이후 바그다드 침공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열흘도 안 되는 시간에 전쟁을 종결시켜 버렸다. 몽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그다드를 공략하면서 또 ‘회회포’라는 신형 투석기를 받아들였다. 동일 지점을 반복해서 타격하는 이 투석기는 돌로 된 성벽의 약점을 뚫고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인 무기였다. 다시 남송과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이 회회포는 난공불락이었던 남송의 강력한 성벽을 허물며 몽골에 승리를 안겨줬다.
이처럼 몽골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했다. 그러나 몽골의 진짜 저력은 따로 있었다. 신식 무기를 들여와도 기존 군대의 전술이나 문화와 잘 융합되지 못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데 반해 몽골군은 신기술을 군의 일부로 수용해 완전히 새로운 군대로 탈바꿈했다. 이게 몽골군의 진정한 힘이었다. 몽골이 끝까지 ‘히트 앤드 런’을 고집했다면 아마도 제국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군의 기술이라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채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내재화’가 있었기에 몽골제국이 있었고, 이런 몽골화의 이면에는 다른 민족과 기술에 대한 존경과 관용이 함께 존재했다.
기술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내재화’새로운 기술이 시대의 역사를 바꾼 사례는 몽골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 사회가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며 기술의 사이클 자체가 무척 짧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작년 연례 콘퍼런스인 이그나이트(Ignite)에서 ‘테크 인텐서티(Tech Intensity)’라는 개념을 새롭게 선보였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그는 이를 하나의 공식으로 표현했다.
Tech intensity = (Tech adoption × Tech capability)Trust·Tech adoption : 최고의 기술을 최대한 빠르게 도입
·Tech capability: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기업 고유의 역량을 개발해 내재화
·Trust : 이 모든 기술 도입과 개발은 기술 및 파트너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함
나델라가 이야기하는 ‘테크 인텐서티’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좀 더 강렬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기업 자체의 것으로 내재화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업 고유의 역량, 노하우로 승화시키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 외에도 블록체인과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 등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요소로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떠나 이를 기업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얘기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전기를 처음으로 도입하던 시기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포드(Ford)는 전기를 빨리 도입한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포드는 단지 전기를 사용한다는 데만 의미를 두지 않고 공장 라인에 전구를 설치하고 전기로 자동차 시동을 거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전기를 활용한 포드만의 기술과 비즈니스 방식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토대로 포드는 업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 비즈니스 동향을 살펴보면 이런 테크 인텐서티의 불꽃이 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각 단계를 소개할 때 가트너그룹의 하이프 사이클을 이야기한다. 하이프 사이클은 신기술이 등장한 뒤 시장의 기대를 받고 성장하다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거품이 발생하고, 거품이 한번 터지고 나서 해당 기술에 실망한 이들의 관심이 잦아들고, 다시 성공 사례들이 쌓이면서 상승 궤도에 올랐다가 점점 안정기에 접어드는 총 5단계로 구성된다. 하나의 공식처럼 사용되는 이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이 대중화되는 모델을 설명할 때 주로 많이 언급된다. 그런데 테크 인텐서티는 이 전통적인 모델과 상관없이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누구보다 빨리 시행착오를 거쳐 내재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하이프 사이클보다 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스타벅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테크 인텐서티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이런 테크 인텐서티가 담겨 있다. 전 세계적으로 3만 개가량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기업을 넘어 문화를 파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스타벅스 안에 숨겨진 수많은 IT와 엔지니어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타벅스의 수석 부사장 겸 CTO인 게리 마틴 플리킨저(Gerri Martin-Flickinger)는 한 인터뷰에서 “기술이 어떤 식으로 스타벅스에서 구현되는지 중시한다”면서 스타벅스가 IT 활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경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최신 IT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커피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각종 커피머신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고객 경험을 극적으로 개선하려 했다. 이런 기술 도입의 과정은 단순히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기업과 전략적으로 협업하면서 원두 구매부터 고객에게 커피 한 잔을 제공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이전에 없던 스타벅스만의 노하우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1.블록체인 활용해 ‘빈 투 컵’ 유통 과정 공개스타벅스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해 제일 먼저 도입한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기술의 특성상 위·변조가 불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커피 원두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데 적합한 기술이다. 스타벅스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38만 곳의 커피 농장에서 원두를 구입했다. 스타벅스는 구입한 원두를 가공해 매장에서 커피로 내려서 팔거나 혹은 원두 그 자체로 판매한다. 이렇게 판매되는 상품이 어디에서 생산돼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은 원두의 품질 관리와 소비자의 신뢰 확보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원두 산지와 유통과정을 모두 기록하고 최종 포장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블록체인을 구성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일명 ‘빈 투 컵(Bean to cup)’ 프로그램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이용해 원두 포장에 부착된 마크를 인식하면 해당 원두의 생산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정보가 제공된다. 고객에게 구매한 커피의 출처와 재배지, 나아가 해당 지역의 농부를 지원하기 위해 스타벅스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커피가 언제 로스팅됐는지, 시음 후기를 기록한 테이스팅 노트와 기타 세부 정보까지 제공한다.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커피 산지에 대한 고객의 선호도가 분명히 반영되기 시작했고 부가적으로 해당 산지에 대한 평판까지 추가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좋은 원두를 생산하는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고, 가격을 산정할 때 좋은 원두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어 원두의 품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커피 시장의 중요한 요소인 공정무역의 가치를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하고 공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벅스가 원래부터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는 블록체인을 처음부터 새로 구축하는 수고와 낭비를 피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의 블록체인 서비스(Azure Blockchain Service)를 사용했다. 이미 클라우드에 구축된 서비스를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스마트 계약과 인프라 등 기반 기술이 빠르게 해결됐으며 네트워크 트래픽과 같은 비교적 낮은 레벨의 기술적인 문제와 리스크들은 아예 신경 쓸 필요조차 없어졌다.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구축하는 데 드는 노력이 최소화하면서 스타벅스는 시행착오 없이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접목할 수 있게 됐다.
2. IoT로 전 세계 3만 개 매장의 레서피와 커피머신 관리스타벅스는 두 번째로 IoT 기술도 적극 도입했다. 전 세계 3만 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커피머신부터 그라인더와 믹서 등 12종 이상의 장비가 하루 16시간 이상 바쁘게 돌아간다. 이런 장비들의 예상하지 못한 고장은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유지 보수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장비 고장이나 이상 동작이 커피를 비롯해 판매 상품들의 품질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일종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수만 개 매장에서 추출한 커피가 똑같이 최상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많은 종류의 장비를 원활하게 관리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의 IoT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IoT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장비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이와 동시에 모든 장비가 클라우드와 연결돼 있으면서도 클라우드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했다. IoT의 핵심은 수많은 종류의 하드웨어를 통합해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연결만 한다고 IoT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었다. 연결에 필요한 통신 프로토콜이나 보안, 인증과 같은 다양한 문제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만 했다. 이런 문제는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고 전용 칩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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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활용해 해결할 수도 있었다.
스타벅스는 이런 고민 끝에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애저의 IoT 솔루션인 ‘애저 스피어(Azure Sphere)’를 활용했다. 애저 스피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증한 칩셋과 운영체계(OS), 운영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IoT 솔루션이다.(그림 4)
이렇게 손톱만 한 칩셋 형태의 애저 스피어를 스타벅스 매장 내 커피머신 등에 삽입하자 많은 고민거리가 해결됐다. 장비 교체 없이 기존의 장비들은 클라우드와 자동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가까운 커피머신에서 바로바로 수집해 처리하고 필요하다면 중앙 클라우드에 보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덕분에 압력, 물의 양, 온도, 콩 종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기계 상태가 미묘하게 변화하는 순간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되면서 프랜차이즈의 생명인 품질 관리가 이전보다 쉬워졌다. 아울러 새로운 커피 제조 레서피가 개발될 때마다 1년에 몇 번씩 USB 메모리 등 저장장치를 현지에 직접 배송해 제조법을 업데이트하던 작업도 사라졌다. 메모리를 전 매장에 유통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송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커피머신들이 하나의 클라우드로 연결되면서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 보안과 인증에 대한 염려도 해소됐다. 수많은 장비를 통합할 수 있도록 인증서 기반의 장비 간 통신과 업데이트 등을 지원하는 애저 스피어 시큐리티 서비스(Azure Sphere Security Service) 등 전용 서비스가 스타벅스의 장비들을 안전하게 연결해 줬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 작은 보안 컴퓨팅 모듈을 둠으로써 데이터가 훼손되거나 노출될 것을 걱정할 필요 없이 커피머신에 안전하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IoT 장비의 연결과 관리 부담을 해결하고, 실제 중요한 데이터 분석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애저 스피어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IoT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잠재적 사고나 장애를 사전 예측하는 모델까지 발전시키고 있다. 흔히 말하는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기술을 정교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예지 정비는 항공기같이 굉장히 비싼 장비의 유지 보수에 적용하던 기술이었는데 클라우드와 IoT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커피머신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3.AI 기반의 ‘딥 브루’로 고객 맞춤형 메뉴 추천마지막으로, 스타벅스는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을 도입해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먼저, 강화 학습 플랫폼이 사용자들의 주문들과 구매 이력을 분석한다. 여기에는 개인의 취향과 기호를 비롯해 날씨, 시간 등의 정보까지 모두 담겨 있다. AI는 이렇게 이전 주문 내용들을 참고해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메뉴를 정교하게 예측해 제안한다. 스타벅스는 이렇게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뉴 추천 서비스를 ‘딥 브루(Deep Brew)’라고 이름 붙였다. 딥 브루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일반 매장은 물론, 이동 중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도 제공된다. 자동차를 몰면서 제한된 화면 안에서 메뉴를 고르기가 힘들 수 있는 운전자들을 위해 신속하면서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처럼 커피를 만드는 회사가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다른 곳에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IoT, 블록체인, AI 등 전방위적으로 최신 IT를 도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기만의 비즈니스 특성과 노하우, 경험을 극대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세계 1위 커피 브랜드를 지키고, 경쟁사를 따돌릴 정도로 독보적인 ‘스타벅스식’ 경험과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술을 스타벅스만의 커피 문화로 융합하고 실용화해내는 힘, 이게 바로 경쟁력이자 테크 인텐서티의 실체다.
국내 기업의 테크 인텐서티 사례그렇다면 국내에는 테크 인텐서티 사례가 없을까.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기술의 단순 도입을 넘어 내재화를 고민하는 기업들은 한국에도 있다. LG전자를 예로 들 수 있다.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LG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AI 기반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분야다.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대신 자동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을 새로운 비즈니스 먹거리로 삼고 자원을 투입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이런 자동차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별도의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를 두고 SW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가 제공하는 폭발적인 연산 역량을 활용해 자율주행 SW에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으며 이를 자신들만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개발해 서비스로 판매하는 등 내재화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쇼핑몰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쇼핑몰 SSG닷컴은 신세계, 이마트, 스타필드 등 생필품에서부터 명품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사이트다. SSG닷컴은 더욱 개인화되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반 AI 기술로 24시간 고객 응대가 가능한 챗봇(Chatbot) 서비스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숱한 고객 만족(CS) 서비스 경험을 보유한 SSG닷컴만이 가질 수 있는 약 500개 이상의 고객 응대 시나리오 등 운영 노하우에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고객의 니즈를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면서 지능형e커머스 포털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5G 전쟁이 치열한 이동통신업계 또한 클라우드와 AI를 결합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한창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스마트 팩토리 등 IoT 사업, AI 기술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SK ICT 패밀리사의 일하는 방식 혁신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술 도입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사람’을 중심에 두고 최신 업무 협업 플랫폼을 도입해 기업 문화 혁신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때 그 어떤 혁신에도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최신 업무환경(Modern workplace) 구축 등을 추진함으로써 변화를 넘어 혁신을 요구하는 시대에 혁신의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DBR Minibox ‘클라우드의 핵심은 효율성… 업무가 쉽고 편해져’ 참고)
클라우드 시대의 경쟁력디지털 비즈니스 MIT센터가 발표한 ‘디지털 어드밴티지: 모든 산업군에서 디지털 리더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법(The Digital Advantage: How digital leaders outperform their peers in every industry, 그림 7)’이라는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IT를 활용해 비즈니스상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기업들은 ‘경쟁 업체에 비해 유의미하게 탁월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IT 선도 계층을 의미하는 ‘디지러티(digirati)’ 기업군의 경우 동종 산업의 다른 기업들보다 평균 9%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순이익 측면에서는 26%, 시장 가치는 12% 더 높게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 모든 IT 서비스의 개발 과정에서 ‘마일스톤(일의 단계, 이정표)’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개발 과정과 운영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기에 진행단계를 구분하지 않고 서비스 오픈과 동시에 매일매일 개선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고민할 시간에 일단 서비스부터 개시하고, 고객의 요청이나 기술적인 방향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유목 민족이자 부족사회의 전통을 고수했던 몽골이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확보한 몽골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타민족을 끌어안고, 정복한 국가의 실력과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인 관용이 있었다. 차세대 마켓 트렌드를 선도할 테크 인텐서티의 성패도 결국 AI, IoT, 빅데이터, 블록체인에 이르는 기술을 누가 더 기꺼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지에 달렸다. 어떻게 회사 밖의 클라우드라는 강력한 힘을 활용해 이런 변화를 나만의 것으로 내재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위해 기업 내부 문화는 어떻게 바꿔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다. 확실한 것은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술이 기업과 유기적 화학반응을 일으켜 기업 안으로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시대의 경쟁력이다.
필자소개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에반젤리스트 [email protected]김영욱 부장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공공사업부 소속으로 AI, 빅데이터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기술을 최전방에서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기술 전문가(Account Technology Strategist)로 활동 중이다. 고객에게 플랫폼, 제품,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는 개발자 출신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다. 회사 밖에서는 소문난 ‘밀덕(밀리터리덕후)’으로 알려져 있으며 『War of IT』 『가장 빨리 만나는 챗봇 프로그래밍』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DBR mini box: SK텔레콤 사례 “클라우드의 핵심은 효율성… 업무가 쉽고 편해져”
SK텔레콤은 조금 특이하게도 기업 문화 혁신을 주도하는 역량문화그룹을 별도로 두고 클라우드 이전을 추진 중이다. 2017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협업 플랫폼을 서서히 도입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전사적으로 MS 협업 툴인 ‘팀즈(Teams)’ 활용과 e메일 및 문서의 클라우드화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IT 시스템 관리나 개발 조직이 아닌 ‘사람’을 관리하는 인사 조직이 사내 클라우드 기반 혁신에 앞장서게 된 것인지 윤현 SK텔레콤 역량문화그룹장을 만나 그 배경을 들어봤다.
SK텔레콤이 역량문화그룹을 두고 클라우드 중심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클라우드라고 하면 AI라든지 기술적인 측면을 많이 떠올리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다. 우리도 원래는 내부 정보를 회사 외부로 옮긴다는 발상에 대해 굉장히 닫힌 마음을 갖고 있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데이터를 밖에다 저장하고 다루는 것에 대해 심리적 반감이 크고 필요성을 느껴도 ‘아직 때가 아니다’며 미루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러나 공유와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대에 언제까지 폐쇄적인 시스템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고, 지금은 이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의 인식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게 기술 자체보다 중요하다. 클라우드 이전은 결국 조직 내 칸막이를 없애고 다른 SK 계열사와의 공유,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매개’일 뿐이다. 임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과 기업 문화를 관리하는 역량문화그룹이 나서는 이유도 시스템보다 사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반대는 없었나. 물론 데이터 외부 이전에 대한 염려도 있었지만 어차피 클라우드 전환이 시대적 대세고, 경쟁사들이 다 클라우드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거부한다고 막을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특히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 공유와 보안이 상충하는(trade-off) 관계가 아니라는 합의점에 이르렀다.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을 더 강화할 수 있으며 다루는 보안 이슈가 조금 달라질 뿐 데이터 유출은 기존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통제하면 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클라우드 도입 후 직원들의 일상 업무에 있어 가장 달라진 점은. 원래는 부서 단위로 닫힌 PC 문서함이 있어 같은 부원들끼리만 업무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플랫폼이 생기면서 부서가 달라도 멤버를 추가하기만 하면 실시간 문서 공유와 소통이 가능해졌다. 주로 부서 내 막내가 하던 단순 취합이나 정산, 집계 등 부가가치가 낮은 잡일도 많이 사라졌다. 공통 문서에 각자 할당된 빈칸을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버전 1.0부터 X.0까지 연일 새 파일을 생성해 e메일로 주고받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파일 위에 여럿이 동시에 편집, 수정할 수도 있다. 간단한 보고 사항은 SNS에 포스팅하듯이 클라우드에 올리면 임원이 직접 보고 댓글을 달기도 한다. 영업마케팅 조직의 경우 전국적으로 프로모션 캠페인 등 업데이트 사안을 빠르게 퍼뜨릴 수도 있다. 과거에는 대용량 첨부를 해야 해서 여러 번 발송해야 했지만 이제는 이미지 용량이 커도 클라우드에 올려놓기만 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인사이동이 있다든지, 휴가철에 담당자 공백이 생겨도 클라우드에 올라온 자료만으로 업무 팔로업이 가능해져 인수인계도 수월해졌다.
업무 공간의 제약도 많이 없어졌을 것 같다. 대외 활동이 많은 임원은 물론이고 B2B 영업 등 외근이 잦은 직군도 모바일로 실시간 업무 체크가 가능해지면서 꼭 사무실에 있어야 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 대면 보고나 회의 건수도 확실히 줄었다. 외부에서 같은 자료화면을 보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등의 원격 회의 기능도 일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아직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수준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회사가 근무 장소를 지정해주는 게 아니라 직원 스스로 업무 특성이나 상황에 맞게 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른바 ‘Design Your Work & Time’의 원칙이다. 외근하다가 바로 퇴근할 수도 있고, 불필요하게 회사에 오거나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은 최대한 없애려 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이런 업무 환경을 뒷받침하고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클라우드상에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쌓일 것 같다. 그렇다. 기존 IT 업무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쌓이지 않고 직원들이 매일매일 일한 흔적이 증발해 버렸다. 누가 어디서 교육을 받았고, 근무했는지 등 ‘과거’의 이력과 성과는 축적되지만 지금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현재’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그런데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휘발성이 강했던 업무 기록들이 다 쌓이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가 결합하면서 보다 분석적인 HR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면 누가, 언제, 얼마나 일할지 까지도 예측할 수 있고, 직원들이 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를 100% 클라우드로 전환할 계획인가. 클라우드를 100% 전환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조직 전반적으로 혁신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에 한꺼번에 변화를 요청할 수는 없다. 또, 대외비를 많이 다루는 직원들은 클라우드에 문서를 올리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업무 고유의 특성도 이해해줘야 한다. 업무상 필요한 부서부터 도입했다가 편리함이나 유용함을 느끼는 직원이 생기면 다른 동료들도 알아서 따라 하기 마련이고,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변화가 확산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우리의 역할은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솔루션을 어떻게 잘 활용해 내부의 비효율적 요소를 없앨 수 있을지 안내하고 스마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해주는 것뿐이다.
김윤진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