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태엽시계 등 레거시기술 살아남은 비결은Based on “Technology reemergence: Creating new value for old technologies in Swiss mechanical watchmaking, 1970-2008” by Ryan Raffaelli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8, pp.1-43 (Forthcoming).무엇을, 왜 연구했나?기술 혁신이 가속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 더 나은 기능으로 무장한 신상품이 등장한다. 기술 수명 주기도 짧아지고 기술 간 연속성도 사라지고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VHS 비디오, 카세트테이프, 다이얼모뎀 등도 당시에는 첨단 혁신 제품들이었다.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는 늘 새로운 혁신의 신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러나 기술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도 사람들에게 수 세기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레거시 기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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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을 달아 움직이는 작은 범선, 만년필, 클래식 자동차, 비닐(LP레코드)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신기술, 혁신,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레거시 기술들이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에 걸쳐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라파엘리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아온 스위스 기계식 손목시계가 최근 부활하며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는 배경에 주목했다. 기계식 시계는 낡은 기술이다. 무겁고 매번 태엽을 감아줘야 하며 가격은 비싸나 정확도가 떨어져 실용적이지 못하다. 시계 기술은 지난 십수 년간 크게 발전했다. 배터리로 움직여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는, 편하고 정확한 쿼츠시계가 1970년대에 등장했고 스스로 움직여 감성을 자극하는 오토매틱 시계, 기술과 유행을 그대로 반영한 전자시계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컴퓨터, 휴대폰 등 시간을 표시하는 전자기기도 많이 등장했고 인체와 교감하며 생체리듬을 관리해주는 스마트워치까지 나왔다. 라파엘리 교수는 거센 시계 기술의 발전과 혁신에도 불구하고 낡은 기계식 시계가 레거시 기술로서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인지 파헤쳤다.
무엇을 발견했나?라파엘리 교수는 1970년부터 2008년까지 스위스 시계산업의 성장과 쇠퇴, 그리고 재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레거시 기술의 요건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136명의 관련 전문가, 제조업체, 판매자, 컬렉터 등을 심층 면담했으며 시계 전문 잡지, 광고 등을 통해 시대별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스위스 기계식 시계가 1970∼1980년대의 성장기, 1980∼1990년대의 쇠퇴기, 2000년대의 재도약기를 거치며 낡은 기술이 레거시 기술로 부활 가능했던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관련 업체들은 기술 혁신을 견지하면서도 한편으론
기계식 시계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수용할 잠재시장을 세분화해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기계식 시계가 단지 시간을 알려주는 상품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경지의 가치를 갖고 있음을 끊임없이 대중들에게 어필하며 인식을 전환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쿼츠시계, 첨단 시계, 그리고 일본, 미국의 혁신 시계업체와 힘들게 겨뤄야 했던 경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동시에 기계식 시계 업체들 간의 경쟁을 촉발했다. 산업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관되고 엄격한 방식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관리해 나갔다. ‘Swiss Made’ 시계는 성능 좋은 플라스틱 디지털 시계와 차별화된 제품임을 인식시킴으로써 레거시 기술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