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gotiation Letter
Article at a Glance
‘심슨 가족’에서 여러 배역의 목소리를 맡아 인기를 얻은 배우 해리 시어러는 2015년 5월 ‘심슨 가족’ 제작사인 폭스TV와의 협상 불발로 더 이상 심슨 가족에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다. 이후 애니메이션 담당 PD들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어러의 계약 조건이 다른 성우들과 똑같았음을 밝히며 시어러를 압박한다. 결국 시어러는 다른 성우들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심슨 가족에 남는다. 이 사례는 협상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안을 유념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1. 사적인 협상을 먼저 처리하라. 2.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키도록 하라. 3. 공평함에 대한 기준을 세우라.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An animated contract disput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The Simpsons)’에서 여러 목소리를 연기했던 배우 해리 시어러(Harry Shearer)는 2015년 5월13일 트위터를 통해 이 시리즈에 더 이상 출연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1989년 시리즈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참여했던 그는 제작사인 폭스TV(Fox Television)와 27번째와 28번째 시즌 계약을 위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미스터 번스(Mr. Burns)와 네드 플랜더스(Ned Flanders), 스키너 교장(Principal Skinner)을 포함해 다수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시어러는 “이번 일은 내가 ‘다른 일을 할 자유’를 원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이는 우리가 언제나 누려왔던 권리”라고 덧붙였다.
이 소식에 놀란 많은 팬들이 이를 리트윗하자 애니메이션 담당 PD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이 시어러에게 다른 주요 성우들과 동일한 조건을 제안했고 그를 제외한 다섯 명의 성우들은 모두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었다. 조건은 에피소드당 30만 달러 혹은 두 시즌에 1320만 달러의 보수를 지급한다는 것이었으며 추가로 후속 2시즌을 더 제작할 수 있다는 옵션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PD들은 “심슨 가족은 계속될 것이며 시어러에게도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 농담처럼 “매기(Maggie, 극중 심슨의 아기)가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의 사례는 성공적인 고용계약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략들을 알려준다.
시어러의 트윗과 관련해서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PD인 알 진(Al Jean)은 미 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여전히 시어러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트윗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며 시어러가 이미 제안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정확한 코멘트였다고 지적했다.
진은 “그는 계약금 액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시어러에게 ‘심슨 가족’의 녹음을 전화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권한을 보장해 왔으며 이는 그에게 그가 원하는 다른 작업들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공개했다.
덧붙여 폭스는 다른 배우들이 이미 받아들인 조건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시어러에게 제안한 내용을 상향 조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가 연기했던 다양한 캐릭터를 맡을 성우들을 새로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D 중 한 명인 제임스 브룩스(James L. Brooks)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노력했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해리, 그러지 말고 얘기로 풀자”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7월7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시어러가 다섯 명의 다른 주요 성우들과 마찬가지로 계약서에 서명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가디언(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시어러는 “이 모든 소동이 괜한 횡포는 아니었으며 해결해야 할 문제와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매체에 공개된 사실들은 시어러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끌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했다. 2015년 9월 <블룸버그(Bloomberg)>의 ‘Master in Business’라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시어러는 “‘심슨 가족’의 성공 ‘초반에 참여했던 이들’은 성우들보다 ‘더 많은 몫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가들은 목표의 달성만큼이나 공평한 거래를 원한다. 시어러와 같은 경우가 그 예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공개적이었던 시어러의 계약 체결 과정을 살펴보면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노력하는 협상가들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1. 사적인 협상을 먼저 처리하라.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협상가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협상에서 강한 입장을 고수하지 않으면 체면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양보하고 제안하는 능력을 함께 잃어버리고 만다.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리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이를 잘 다스려야 한다. 협상을 중단하려는 결심이 설 때도 최소한 상대방에게 당신의 불만을 듣고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2.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키도록 하라.
최초 제안을 던지기 전에 스스로 원하는 사항만 주장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이와 관련된 질문들을 하라. 이렇게 하면 상대방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다.
3. 공평함에 대한 기준을 세우라.
‘심슨 가족’의 PD들이 여섯 명의 주요 성우 모두에게 동일한 보상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던 점은 이후 시어러와의 협상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에피소드당 30만 달러라는 금액이 일종의 바로미터로 작용해 시어러에게 더 많이 지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의 강한 근거가 됐다. 계약서 안에 ‘최혜국(most favored nation)’이나 ‘가장 혜택을 받는 고객(most favored customer)’과 같은 기준을 넣는 것은 가격 협상에서 특정 입장을 고수하고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협상가들이 그런 기준을 공평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번역 |최두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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