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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박람회의 나라, 독일 박람회를 위한 도시, 프랑크푸르트를 해부하다

신선호 | 202호 (2016년 6월 lssue 1)

 

독일 내에서 뮌헨과 더불어 살인적인 집값으로 악명 높은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적당한 집을 찾지 못해 저렴한 호텔을 전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필자의 학교에도 그런 친구들이 결코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 프랑크푸르트의 전시박람회(Messe) 기간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시간이다.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기차로 1∼2시간 이내 인근 도시의 숙박시설들까지 모두 값이 2∼3배 오르는 것은 기본이고, 그나마 그런 방들마저도 일찌감치 예약하지 않으면 구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프랑크푸르트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전시박람회가 연중 수시로 개최되는 여타 독일 주요 도시들에서도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집을 구하는 학생들에겐 악몽인 전시박람회가 숙박, 요식, 기타 여행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물론 주최 및 참가기업들에게는 1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Der Glücksfall(횡재)’이 아닐 수 없다. 독일 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필자는 다수의 전시박람회를 방문했다. 2015년 가을과 겨울에는 매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최고 명성의 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찾았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 필자의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 취재진이 뒤섞여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 역동적인 모습에 코끝을 스쳐오는 제법 싸늘한 초겨울 바람도 청량감만 더해줄 뿐이었다.

 

Das Messeland, Deutschland(전시박람회의 나라 독일)

 

독일을 대표하는 세 가지를 꼽아보라고 질문한다면 필자의 답은 주저 없이자동차, 맥주, 박람회이다. 독일은 그야말로 박람회의 나라다. ‘박람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IFA(Die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in Berlin,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IAA(Die Internationale Automobil Ausstellung in Frankfurt am Main, 프랑크푸르트 오토쇼), FBM(Die Frankfurter Buchmesse,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등이 모두 독일에서 열리는 박람회다. 이렇게 연중 꾸준히 다양한 주제의 박람회들이 개최되고 있으며 직접 수익만 2014년 기준 35억 유로1 에 달한다. 전략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산업의 추이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하는 필자에게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구두끈 한 번 질끈 동여매고 샘플, 브로슈어 등 부스에서 나눠주는 각종 자료를 담기 위한 작은 여행용 캐리어 하나와 함께 하루 이틀 정도만 발품을 팔면 산업의 큰 추이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프랑크푸르트 전시회장의 규모는 약 36m2에 달한다.)

 

 

 

 

필자가 찾은 두 개의 박람회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넘긴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맨에서부터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이리저리 분주한 기자들,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의 학생들과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까지 그 모습도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업계 전문가의 내년도 산업 전망이 발표된다. 한마디로 산업의대축제, 대제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폐장시간이 다가오면서 박람회장의 번잡함이 다소 수그러들자 내 머릿속 한 구석에는 부러움의 감정이 자리를 잡는다. 프랑크푸르트 한 곳에서만 전시박람회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2만여 개에 이르고 관련 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약 30억 유로에 달한다고 하니 그런 부러움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듯하다. ‘라인강의 기적에 비견하는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 대한민국은 왜 아직까지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박람회를 단 하나도 길러내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독일 박람회 산업의 성공요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사실 독일에서 ‘Messe’라인강의 기적처럼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적 기원을 살펴보자면 12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는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길목, 즉 유럽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독일의 지리적 이점과도 관련이 있었다. 근대적인 형태의 박람회는 2차 대전 이후 본격화됐으며 당시 전후(戰後) 경제 재건을 위한 연방정부 차원 노력의 일환으로 지원이 시작됐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독일의 박람회는 연방 및 주 정부와의 밀접한 공조 속에 운영되고 있다. 이런 측면은 모든 기능을 시장에 일임하는 프랑스, 영국 등과는 달리 정부 주도로 박람회 산업이 육성되고 있는 한국의 실정과도 유사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 위에서 언급한 유럽 대륙의 중심이라는 지리적인 이점에 더해 자동차, 기계, 소재 등 박람회의 주제가 되는 다양한 산업의 고른 발달이라는 외생 요인도 한몫을 했겠지만 이곳 독일의 Messe 산업 그 자체에도 분명 우리가 배워야 할, 그리고 배울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필자는 나름의 관점에서 이를 아래의 세 가지 주요 벤치마킹 요인으로 정리해봤다.

 

1)AUMA 2014년 통계, Messe Company의 집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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