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문 매체의 편집장으로 일하다보니 성공기업의 비결, 혹은 장수기업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로 학습 능력을 듭니다. 이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최초의 남극점 탐험을 놓고 경쟁한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의 사례가 이를 잘 뒷받침합니다. 이 경쟁에서 승리한 아문센은 탐험에 나서기 전 그야말로 치열하게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남극 탐험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에스키모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생존 비결을 철저하게 학습했습니다. 극한의 추위에서 생존해야 하는 에스키모 사람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몸이 얼어붙기 때문입니다. 대신 먼 길을 갈 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는군요. 옷도 땀을 잘 배출할 수 있도록 헐렁하게 입었다고 합니다. 겉옷은 물기에 강한 가죽옷을 선택했습니다. 또 개썰매 이용법도 터득했습니다. 개는 땀을 밖으로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추위에 강하고 잡식성이어서 몸이 약한 개가 죽으면 강한 개의 먹이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배우고 익히며 아문센은 철저하게 탐험을 준비했습니다.
반면 스콧은 막대한 자금과 탁월한 도구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모터 썰매 같은 첨단 장비에 의존했지만 남극의 혹독한 추위에 이런 장비들은 쉽게 고장이 나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극한의 추위에서 생존해온 사람들의 비법을 배웠다면 개썰매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콧은 불행하게도 조랑말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조랑말은 땀을 피부로 배출하기 때문에 추위 속에서 달리다보면 피부가 얼음으로 뒤덮이는 일이 자주 생기는데다 초식동물이어서 약한 동물을 다른 조랑말의 식량으로 삼을 수도 없었습니다. 탐험대원의 옷도 물기에 약한 모직옷을 선택했습니다.
아문센과 스콧 모두 유사한 환경에 직면했습니다. 실제 탐험 기간 중 맑은 날의 비율 등 외부 환경은 거의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문센은 먼저 남극점에 도달한 뒤 무사히 귀환한 반면 스콧은 뒤늦게 남극점에 도달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치 학자들이 논문을 쓸 때 반드시 선행 연구를 먼저 찾아본 다음에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듯 아문센은 인류가 축적한 추위 속 생존법을 찾아내 충분히 학습한 다음 이런 지식을 토대로 탐험 과정에서 생기는 불확실성에 대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직의 생존과 번영에 학습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면 “나도 한때 공부 잘했는데”와 같은 답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공부, 즉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대학 입시나 취업에는 도움을 주지만 이후 본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이나 기업 경영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지금처럼 모바일 기기로 여러 지식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시기에 암기나 문제풀이 능력은 더더욱 가치가 없습니다. 외우고 문제를 푸는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경영에 도움을 주는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요. 바로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원리를 찾아내 나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 기업가나 자영업자 가운데 탁월한 성과를 내는 분들은 “오늘 한 수 배웠네” 같은 말을 자주 합니다. 특히 이분들은 영역과 경계를 가리지 않고 배우며 자신의 삶에 새로운 지식을 적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새로워집니다(日新又日新).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약국 경영으로 크게 성공한 어떤 분은 월마트가 교외 지역에 대형 매장을 내서 성공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한국에서도 자가용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넓은 주차장이 있는 외곽지역에 점포를 내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이런 배움을 토대로 실행에 나서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했습니다. 한국 지방의 약국 경영자에게 월마트의 전략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왜 월마트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원리를 고민하다보면 나에게도 도움을 주는 지식을 찾아내서 적용할 수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배움에 대해 집중 탐구했습니다. 공자는 자신을 ‘호학(好學)’이라고 규정했고 <논어>의 첫 문장(學而時習之…)도 ‘학(學)’으로 시작합니다. 공동체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면 배우는 자세를 결코 잃어서는 안 됩니다. 배움에 대한 통찰과 혜안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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