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법정소송과 시장경쟁에서의 엇갈린 결과
2011년 4월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애플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걸면서 시작한 특허전쟁은 한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호주 등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의 확산은 물론 특허침해 분쟁의 범위도 초반의 디자인, 통신기술 등 부문에서 부품, 제조기술 및 서비스 관련 특허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양사 특허 독점권에 대한 각 국 법원의 해석이 달라서 소송평결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법원의 배심원 평결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고 10억5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삼성전자에 요구했다가 최근 1차 최종 판결에서는 5억995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한편 한국, 독일, 영국에서는 모두 삼성전자가 애플을 베끼지 않았다고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특히 영국 법원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애플의 홈페이지와 주요 언론매체에 게재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시장의 승패 여부는 법정소송의 결과에 따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에서 패배하고 거액의 배상평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애플을 압도했다. 2011년 4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를 출시한 이후 스마트폰 세계시장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2011년 3분기에서는 애플을 꺾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4분기에는 애플이 아이폰 4S 출시 효과의 영향을 받아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2012년부터는 삼성전자가 다시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역전했다. <그림 1>과 같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의 변동은 결국 두 회사가 출시된 새 모델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
즉,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결국 법정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소비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더 효율적으로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은 정교한 글로벌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애플의 글로벌 경쟁전략을 분석함으로써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유용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애플의 글로벌 경쟁전략
2011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故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겠느냐”라고 물었다. 애플은 미국에서 4만3000명의 직원을, 그리고 해외에서는 2만 명의 직원을 직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한편 애플의 협력사들은 70만 명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아시아와 유럽지역에 집중돼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창출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 정부로서는 국내 고용창출이 우선이었기에 이렇게 질문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1년 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2012년 1월21일자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었나(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라는 기사에서 애플의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직원, 및 경제학자 등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에서 생산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결과는 흔히 생각하듯이 해외지역의 값싼 노동력만이 생산 이전을 선택한 주된 이유가 아니었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해외 노동자들의 유연성과 근면성, 그리고 기술력이 미국의 노동자보다 월등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분석하기 위해 애플의 중국 공장을 예로 들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유연성.유연성에 대해서 애플의 경영진은 아시아 공장의 빠른 물량조절과 대규모 공급망을 특히 강조했다. 2007년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출시 6주 전 아이폰의 플라스틱 액정을 강화유리로 교체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잡스가 주머니에 아이폰과 열쇠를 같이 넣고 다녀 아이폰의 액정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명령을 받은 애플 경영자는 처음에 미국의 코닝(Corning Inc.)에 요청했다. 코닝은 거대 패널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량 생산에 필요한 공간과 비용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자체 생산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반면, 중국의 한 공장은 계약 전부터 새로운 설비를 건설하고 있었고, 유리샘플로 가득 차있는 창고도 있었으며, 또한 무엇보다 유리테스트를 하는 데 기술자를 쉽게 배치시킬 수 있었다. 이에 애플은 바로 이 공장과 계약을 맺었다.
근면성.중국의 조립공장에서는 일주일에 6일을 일하며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기도 한다. 강화유리 부품이 자정 무렵에 폭스콘(Foxconn) 조립공장에 도착하자 회사 내의 기숙사에 있는 8000여 명의 노동자를 깨워 차와 과자를 지급하고 30분 후 바로 생산작업에 들어가게 했다. 96시간 안에 매일 1만 대의 아이폰을 생산했다. 비록 현재 폭스콘 중국 내 공장이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대량 노동자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미국에서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기술력.애플과 같은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세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자를 구하는 것이다. 아이폰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조립-라인의 노동자 20만 명을 관리 및 감독하기 위해서는 약 9000명의 기술자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 정도의 기술자들을 구하는 데 미국에서는 9개월의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국에서는 6개월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제품 자체의 원천기술은 미국이 뛰어나지만 실제 작업하는 부품 생산 및 조립과정에서는 미국보다 중국 노동자의 생산성과 기술이 뛰어나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의 부품 90%를 미국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생산 및 조립하는데 각 부품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곳을 지정해 맡긴다. 예를 들면, 조립은 중국, 메모리는 한국과 일본, 칩셋은 유럽, 디스플레이 패널은 한국과 대만에서 생산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치열한 법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애플은 가능한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낮추려고 했지만 최근에 출시한 아이폰5를 비롯한 신제품들에 여전히 삼성전자 부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타 부품제조사에 비해 삼성전자의 부품경쟁력이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에 애플이 쉽게 삼성전자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려는 애플의 경영이념은 여기서도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 모든 것을 가치 창출이 아닌 미국의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해외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한다면 애플 제품의 품질은 물론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돼 결국 세계 경쟁에서 뒤처져 기업 전체의 파산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고용창출은 물론 기존의 일자리까지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애플의 CEO인 팀 쿡(Tim Cook)은 애플이 1억 달러를 투자해 ‘맥(MAC)’ 일부를 미국에서 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애플 제품의 전체 생산에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며 기존의 해외 생산조립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플의 이러한 결정은 해외에서 중국공장 폭스콘이 노동자 작업환경의 문제로 비난을 받고 있고 국내에서 정부와 정치가들이 미국 경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애플을 비난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내리게 된 것이다.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 및 정부의 요청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비자를 위한 가치창출 극대화를 최종 목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사슬의 각 활동을 국내든 국제든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최적화만이 소비자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의 이윤과 고용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 생산이 필요한 이유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부터 삼성전자는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스마트폰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2009년 윈도모바일 OS를 기반으로 한 옴니아 시리즈를 시장에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6월에 갤럭시S를 출시했는데 그 효과는 대단했다. 갤럭시S의 성공적인 출시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1년 4월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S2를 출시하면서 2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애플과의 격차를 0.1%까지 줄였다. 2011년 4분기에는 다시 애플이 잠시 1위로 올라섰지만 2012년부터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에서 계속 애플을 넘어섰고 격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법정에서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하지만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는 많이 다르다. 애플은 주로 1년에 한 가지 라인만 출시하고 시장도 프리미엄시장을 위주로 공략하지만 삼성전자는 다양한 라인에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2013년 2월10일자 ‘삼성전자는 애플을 위협하는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Samsung Emerges as a Potent Rival to Apple’s Cool)’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애플의 잡스는 마케팅에 대해 아래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마케팅 리서치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소비자들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에서는 마케팅 리서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삼성전자의 김현석 부사장은 “시장은 원동력이고, 우리는 시장을 어느 특정방향으로 이끌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시장으로부터 대부분 아이디어들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략에 있어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해외 생산전략은 비슷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해외 생산을 늘리면서 국내 산업 공동화와 고용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의 대기업들에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강요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왜 해외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애플이 해외에서 생산해야 하는 이유인 근로자의 유연성, 근면성, 기술성 등 3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근로자 경쟁력을 점검해보자.
우선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WEF의 2012년 세계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고용/해고관행’ 항목에서 한국은 전 세계 144개 국 중 109위, ‘정리해고 비용’ 항목에서 144개 국 중 117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IMD의 201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해고 비용’ 항목에서 한국은 총 59개 국 중 50위로, 해고비용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경직된 한국의 노동시장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는 데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량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풀이 부족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높으면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아주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가격을 일정한 범위 안에서 통제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해외에 생산공장을 두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대량 생산에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일인당 임금이 높아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한국 기업은 필요한 경우 해외 생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베트남 사업장은 2012년 한 해 2만여 명을 현지에서 새로 채용했는데 현재 국내의 구미 사업장에서는 이와 같은 대규모 생산직 채용이 불가능하다. 전체적인 인력풀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채용 대상을 외국인 노동자, 주부 등 모든 가능한 인력을 동원해 구미 사업장을 확대한다면 협력업체와 다른 관련 업체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돼 국내 기업 인력채용에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유명해 근면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주말 근무와 야간 근무를 자제하게 돼 있다. 부득이 하게 해야 하는 경우 그에 따른 일정한 보상지급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경우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중국 공장과 같이 낮은 대가의 근면성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당연히 활용할 것이다. 애플은 이러한 해외 노동력을 활용하는데 한국 기업이 이런 기회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한국의 기술자 수준도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을 지향하고 대학 졸업생은 봉급이 높은 대기업 사무직을 원하며 생산 현장에서의 기술직은 기피하고 있다. 현재 대학 졸업자들도 취직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생산현장에 투입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취업이 되더라도 조립 위주의 단순 생산기술 요구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품생산을 맡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필요한 노동력, 특히 중간 정도의 기술 수준을 가진 기술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반해 해외 개발도상국에서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풀이 크고 또한 생산현장에서 단순 기술습득 의욕도 상대적으로 높다. 고급 기술인력은 한국이 우수하나 단순 또는 중·저급 기술인력은 개발도상국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해외 직접투자액은 2004년 이후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액에 비해 월등히 앞섰고 2011년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부진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게걸음’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해외 직접투자를 줄이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둘 다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해외 직접투자와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한국은 주요 경쟁상대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표 1) 특히 이 중 해외 직접투자는 비록 단기적으로 일부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크다. 예를 들면 장기적으로 자본의 유입, 해외 선진기술의 습득, 그리고 생산성의 향상을 촉진시킬 수 있다. 최근 해외 선진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목적이 바로 짧은 시간에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을 증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2012년에 생산한 제품의 총매출액은 129억 달러인데 이 중 3억 달러만 베트남 시장에 판매한 것이고 나머지 126억 달러는 베트남으로부터 해외로 수출한 것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단기적으로 자본유출, 고용감소, 수출감소, 산업공동화, 관련 산업의 국내 기반 약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 해외 직접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쟁의 범위를 국제 경쟁이 아닌 국내 경쟁으로만 봤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쟁은 단순히 두 회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생산을 맡고 있는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시스템의 넓은 범위에서의 경쟁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는 삼성전자를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폭스콘과 같은 애플의 협력업체를 경쟁상대로 여겨야 한다. (그림 2) 글로벌 경쟁에서 애플을 이기기 위해 삼성전자는 애플의 기술과 디자인에 앞서야 하고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는 애플 협력업체보다 제품 가격과 품질에서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 경쟁전략은 외부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가치창출 극대화를 최종 목표로 해야 한다. 정책 결정자들도 이러한 글로벌 경쟁의 원리를 올바르게 파악해서 기업들의 활동을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으로 국내 고용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지만 해외 고용과 국내 고용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다. 많은 경우 해외 고용을 국내 고용으로 바꿀 수 없고, 또한 해외 단순조립 일자리의 증가로 국내에서는 이를 보완하고 지원해주는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최적의 지역과 인력을 선택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 전략의 실행과정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함께 향상될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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