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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아름다운 결승선을 위하여

김현진 | 324호 (2021년 07월 Issue 1)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투자금도 몰려드는 요즘. 이런 호시절에도 국내 스타트업계에선 엑시트(Exit)에 대한 논의가 미진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꼽힙니다. 출발선을 멋지게 떠났고, 달리는 여정에서 주목도 받았는데 어디까지 뛰다 언제, 어떻게 결승선을 들어가야 할지, ‘엔드 게임’에 대한 고민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한 유명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투자 심사 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항상 “오늘 당장 1000억 원을 줄 테니 회사를 팔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지” 묻습니다. 10명 중 8명은 “팔겠다”고 답하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물으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엑시트를 여전히 먼 미래의 일로 여기는 탓입니다.

엑시트는 창업자 입장에선 출구 전략이 되고, 투자자 입장에선 자금 회수 단계가 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스타트업 자체가 투자를 통해 성장하며 투자자들은 엑시트를 통한 재무적 이익이 기대될 때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에 매우 중요한 한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기술 창업에 해당되는 스타트업은 연간 1만 개씩이나 만들어지는 반면 연평균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약 72개에 불과합니다. 즉, 창업 후 성장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기업이 전체의 0.7%밖에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IPO뿐 아니라 다른 방식을 취하더라도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성공 비율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이렇게 다소 우울한 상황에서 올 3월11일, 미국 월스트리트 뉴욕증권거래소 건물과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대형 태극기가 내걸렸을 때,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체감한 변화의 무게는 그 존재감이 상당했습니다. 불과 10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커머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쿠팡 사례를 보고 다른 국내 업체들 역시 미국에서의 IPO를 현실적인 엑시트 선택지로 여길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쿠팡 상장 이후 국내 다른 스타트업들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높아진 상태입니다. 즉, 국내 시장을 벗어나 ‘월드 클래스’를 꿈꿀 수 있는 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쿠팡에 앞서 4조7500억 원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우아한형제들, 2조 원에 틴더 운영사인 미국 매치그룹에 인수된 하이퍼커넥트 등이 주목받는 딜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도 엑시트 무대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이정표를 맞게 되리란 전조가 됐습니다. 성공적인 엑시트 유형으로는 국내 상장, 국외 상장, 국내 및 해외 인수합병(M&A)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을 엑시트 수단으로 삼을 때, ‘먹튀’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역할 등 관점에 따라 이견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무한 경쟁의 시대, 자본의 국적보다 스타트업 성장이 국내 경제에까지 미칠 긍정적 파급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이끄는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입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매각 대금으로 해외 휴양지를 전전하고, 명품으로 플렉스하며 여생을 편안하게 사는 대신 창업의 씨앗을 다시 뿌리는 연쇄 창업가의 모습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쓴 책을 보면 선배 창업자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거나 포기할 만큼 힘들었던 시기, 그들의 조언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간증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들에게 영향을 준 명언들 가운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조언은 특히 아름다운 엑시트를 꿈꾸는 창업가들에게 묵직한 조언을 남깁니다.

“오르고 싶은 산을 결정하면 인생의 반은 결정된다. 자신이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지 않고 걷는 것은 길을 잃고 헤매는 것과 같다.” 엑시트가 또 다른 씨앗이 되어 ‘K-유니콘’ 생태계 조성이란 결실을 맺게 하는 데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가 좋은 밑거름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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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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