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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없인 구독경제도, AI도 없다

안성원 | 295호 (2020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구독경제는 현 경제 구조와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다. 이에 따라 IT 세상의 패러다임도 ‘소유’에서 ‘활용’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 중심에 클라우드가 있다. 클라우드는 필요할 때마다 자원을 빌려 쓸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구독경제의 개념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또 클라우드는 효율적인 빅데이터의 저장과 관리를 통해 AI의 학습에도 필수적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전 세계 AI 시장을 이끄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클라우드 기업이며 하나같이 구독 서비스 경쟁에 열중하고 있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밀레니얼세대1 의 합리적인 소비가 만들어낸 새로운 패러다임, 바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2 ’다. 사실 우유, 신문 배달 같은 구독 형태의 서비스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이런 서비스가 정수기, 비데, 안마 의자에 이어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으로, 나아가 자동차, 차량 공유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업이 종료된 ‘타다’ 도 그 중 하나였다. 우리가 즐겨 듣고, 보는 실시간 음원 스트리밍이나 VOD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구독경제가 급성장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바로 IT 신기술의 등장과 발전이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실시간 스트리밍, 온라인 상거래와 같은 e커머스 환경의 정착, 통신기술 및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에 따른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 맞춤형 마케팅과 연계 서비스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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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는 구독의 특성을 갖는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구독경제와 잘 맞는 특성을 가진다. 클라우드는 컴퓨팅 자원3 의 효율적인 활용을 목적으로 처음 등장했다. 분산된 컴퓨팅 자원을 한데 모아 높은 성능을 제공하고 빅데이터의 저장과 처리를 쉽게 만든다. 이런 클라우드의 등장 덕분에 IT 세계의 글로벌 패러다임은 점점 컴퓨팅 자원을 ‘소유’하는 것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업자들이 컴퓨팅 자원을 새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CAPEX)을 부담해야 하며, 이렇게 구축한 인프라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도 많은 비용(OPEX)이 든다. 그리고 이 같은 비용은 업체 규모를 막론하고 리스크가 된다. 특히, 컴퓨팅 자원의 특성이 다른 프로젝트를 동시에 여럿 수행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자가 컴퓨팅 자원을 직접 구축하거나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마다 컴퓨팅 자원에 접근해 연산을 수행하고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개별 사업자의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해 등장한 클라우드가 현대에는 자원 임대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이렇듯 하드웨어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게 되면 작업 환경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디서나 중앙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 작업 환경 그대로 사용자 클라이언트가 불러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특성은 사용자 단말의 부하를 줄여준다. 즉, 가벼운 단말(Thin Client)의 구현을 가능케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과거 펜티엄급 컴퓨터의 몇십 배 이상 성능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말의 컴퓨팅 자원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이런 가벼운 단말의 기능을 확보하게 되면 한 곳에서 절약한 컴퓨팅 자원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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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 소비자와 기업의 ‘윈윈’ 소비 패턴


구독경제가 성장하는 또 다른 원인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원하는 소비 형태라는 점이다. 전 세계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는 점점 위축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 드는 초기 구매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 특히 오늘날 주요 소비층인 밀레니얼세대는 ‘소유’를 부담스러워한다.i 현재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구독’이 소유보다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다. 필요할 때만 잠깐 빌려 쓸 수도 있고, 목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간 정액 형태로 저렴하게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전문가의 주기적인 관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으로서도 꾸준한 매출을 가져오는 구독은 매력적인 요소다. 정기 구독은 안정적인 수입과 일정한 자금 흐름을 보장한다. 또 구독 기간에 따라 해당 브랜드와 서비스에 대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기업의 지속적인 운영과 성장을 낳는다.

구독을 통해 성장한 기업의 사례는 다양하다.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1998년 9월 내놓은 월정액 게임인 리니지에서 발생한 매출로 다양한 후속 작품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고, 2018년 기준 1조7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게임사 블리자드 또한 2004년 11월 월정액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출시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블리자드는 이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과 같은 라이선스(license) 구매형 흥행작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매달 꼬박꼬박 요금을 지불하는 1200만 명에 달하는 구독 유저(2010년 기준)를 기반으로 더욱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8년 매출은 8조 원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40배 성장하며 8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된 생활가전 안마 의자의 성장 배경에도 ‘렌털’이 있다. 시장의 47%를 점유한 한 업체 관리자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제품의 일회성 판매보다는 렌털을 통한 매출을 더 선호”한다. 구독을 통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면서 같은 기간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후속 사업들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게임 설치 없이 플레이가 가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클라우드(xCloud), 구글의 스타디아(Stadia)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경우 실제 게임의 구동과 연산은 중앙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이뤄지고 사용자의 단말은 입•출력만 담당한다. 즉, 단말은 게임 내 조작 신호의 입력과 서버로부터 받은 스트리밍을 별다른 연산 없이 화면에 재생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 클라우드는 매우 합리적인 기술 운영 방법이며, 클라우드가 가진 기능적인 특성은 구독경제를 실현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구독 서비스를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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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원[email protected]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필자는 고려대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전산이학 석사와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 전문위원을 거쳐 2016년부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는 AI정책연구팀에서 AI, 클라우드 등에 대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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