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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현대차 그랜저IG

‘스마트센스 기능’ 등 눈에 띄는 가성비, 현대차 그랜저에 ‘영포티’가 화답하다

정세진,박재항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7년 국산 차 중에서 아니, 어쩌면 수입차를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 중에서 가장 ‘핫’ 했던 차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6세대 신형 그랜저 ‘그랜저 IG’다. 30년 역사를 가진 그랜저 시리즈 중에서 출시 1년 만에 14만 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은 그랜저 IG가 최초다. 성공 비결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신한다’는 그랜저 특유의 DNA 빼고는 모든 것을 바꿨다. ‘영포티’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2)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고 ‘힙’함을 더했다. 권위와 위엄의 상징일 때에는 맞지 않던 ‘가성비’ 개념이 ‘힙함’이 더해지니 엄청난 장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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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다시 시작된 그랜저의 쾌속 질주

가로등만 반짝이는 조용한 도시의 밤. 중저음의 엔진 소리를 내며 질주하는 날렵한 차량이 빠르게 좌회전하며 오른쪽으로 미끄러진다.

“다시 처음부터 그랜저를 바꾸다. 그랜저.”

지난해 11월22일 출시된 6세대 그랜저(IG)의 광고는 확실히 과거와 달랐다. 중후한 이미지의 인물도, 성공한 인생을 암시하는 어떤 단서도 광고에 드러나지 않았다. 주인공은 오직 그랜저, 그 자체였다.

신형 그랜저는 2016년 11월2일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5973대가 계약됐다.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실시한 차종 중 역대 최대다. 기존 첫날 최대 사전계약은 2009년 ‘YF쏘나타’가 기록했던 1만827대다. 그랜저IG의 첫날 기록은 국내 준대형 차급의 월평균 판매 대수 1만586대(2016년 1∼10월 기준)보다도 5000대를 훌쩍 넘어선다. 그 이후로도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며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31년 그랜저 역사에서 출시 1년(2016년 11월∼2017년 11월) 만에 14만 대가 넘는 판매량도 역대 최대다. (그림 1) 1세대 그랜저는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이듬해인 1987년 4076대가 팔렸다. 2세대 뉴그랜저(LX)는 출시(1992년 9월) 이듬해인 1993년에 2만9458대, 그랜저가 대중화된 3세대 그랜저(XG)와 4세대 그랜저(TG), 5세대 그랜저(HG)도 출시 이듬해 판매량이 각각 3만9335대(1999년), 12만4023대(2006년), 12만1673대(2012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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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를 포함해 그 어느 때보다 차량 선택의 폭이 넓어진 지금, 무엇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을까.

1. 그랜저의 진짜 DNA: 유연성, 그리고 끝없는 변신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넘은 그랜저의 역사는 사실 한국인 삶의 궤적과 같이했다. 1세대 ‘각(角) 그랜저’는 국내 최고급 승용차로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는 미끈한 모습과 날렵한 주행 성능을 앞세워 3040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차로 변신했다.

과거의 한국인 역시 인생에서의 성공을 통해 권위와 위엄을 즐기는 삶을 선호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젊은 중년인 이른바 ‘영포티(Young forty)’는 성공과 권위, 위엄이라는 말 대신 스타일리시한 삶의 양식을 추구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랜저는 이런 변화에 맞춰 변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바꿨다’는 신형 그랜저의 이면에도 이런 성공의 유전자(DNA)는 그대로 계승된다.

6세대 그랜저의 성공은 그랜저의 역사를 모르고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1∼5세대에 걸치면서 성공한 중노년의 차에서 첨단기술이 집약된 트렌디한 차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살펴보자.

자가용 자체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1986년. 차의 외형에서 곡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네모반듯하게 각이 진 이른바 1세대 각 그랜저는 그랜저라는 이름에 걸맞게 위엄과 권위, 웅장함의 상징이었다. 1세대 그랜저는 1975∼1980년대 중반 국내 고급 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로얄’ 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 현대차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로얄 시리즈는 새한자동차(현 한국GM)가 독일 오펠의 레코드를 들여와 조립 생산했다. 그랜저는 현대차가 일본 자동차 기업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모델이다. 당시 디자인은 현대차가, 설계는 미쓰비시가 맡았다. 한국에서 고급 중대형차를 생산할 역량이 그만큼 갖춰지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당시 신문광고 문구는 ‘품위도 정상, 사업도 정상’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의전 차량으로 사용된 1세대 그랜저는 6년간 국내 대형 승용차 수요의 대부분을 흡수하며 9만2571대가 팔렸다. 자연스럽게 국내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992년에 나온 2세대 ‘뉴그랜저(LX)’ 역시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최고급 승용차였다. 광고는 ‘성공한 사람들의 차’ 이미지를 앞세웠다. 디자인은 기존의 딱딱한 직선에서 곡선미를 살린 유럽풍의 역동적인 스타일로 바뀌었다.

그랜저의 타깃층이 본격적으로 젊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8년에 출시된 3세대 그랜저(XG)부터다. 이러한 변신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출시 2년 전에 나온 ‘다이너스티’와 1999년 출시된 ‘에쿠스’ 같은 대형차들이 기존 그랜저가 갖고 있던 최고급 차라는 이미지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체어맨’과 ‘오피러스’ 같은 상위급 차들이 나온 것도 이 시기다. 그랜저는 상류층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모델 중의 하나가 됐다. 좀 더 젊어지기 위한 시도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XG까지만 해도 타깃층을 완전히 바꾸는 변신까지는 하지 못했다는 것. 실적은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3세대 모델의 상대적 부진에 자극을 받은 현대차는 이전 모델보다 차의 길이와 넓이, 높이를 키운 4세대 모델(TG)을 내놓는다. 현대차가 명운을 걸고 개발했다는 람다 V6 엔진(3300㏄)을 장착하는 등 배기량도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당시 국내 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잠재우기 위해 디자인 면에서도 훨씬 젊은 콘셉트를 취했다. 뒷좌석에 앉는 ‘쇼퍼드리븐’형 승용차에서 운전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른바 ‘오너드리븐’ 승용차로의 본격적인 변신은 4세대부터 시작돼 2011년에 나온 5세대 그랜저(HG)에도 이어졌다. 상당한 성공을 거둔 5세대 역시 혁신을 말했지만 ‘그랜저의 원형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랜저가 변했지만 그 안의 원형과 유산, 즉 헤리티지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5년 현대차가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시하면서 현대차의 고민은 좀 더 깊어진다. 신형 그랜저의 포지셔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새로워야 했다. 제네시스가 고급 차 브랜드로 독립하면서 그랜저는 사실상 현대차의 플래그십(기함) 모델이 됐다. 상위 모델인 아슬란이 있지만 사실상 존재감이 없었다. 럭셔리를 표방하는 제네시스와 차별화하면서도 현대차의 최고급 모델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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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비자에게 길을 묻다: ‘영포티(Young forty)’를 위한 차로 변신

신형 그랜저를 준비하던 현대차는 2016년 6월 준대형 차량에 관심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에 나섰다. 준대형 신차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시하냐는 질문에 고객들은 제품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안전성과 주행 성능을 꼽았다.

현대차 상품개발팀은 우선 그랜저가 기존에 지닌 이미지를 분석했다.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변해왔지만 여전히 그랜저에는 중후한 이미지와 함께 ‘아빠 차’ ‘올드’라는 느낌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기존 그랜저의 주 고객층인 40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젊다. 나이보다 젊게 사는 40대 이상의 중년을 의미하는 이른바 영포티에게 기존 고루한 이미지로 상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1

현대차는 우선 그랜저를 젊게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출시를 앞두고 신형 그랜저가 나오는 4부작 웹무비인 ‘특근’을 제작해 네이버TV 캐스트를 통해 공개했다. 이 웹무비에는 배우 김상중, 김강우, 주원이 출연한다. 한국을 점령한 괴생명체와 특수요원의 반격과 사투를 그린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로 신형 그랜저가 공식 출시하기도 전에 영화에서 내외관이 공개됐다.

이철민 현대차 국내광고팀장은 “내부적으로 반대가 많았지만 상품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웹무비를 통해 먼저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웹무비는 누적 조회 수 2630만 회를 기록하며 신형 그랜저의 붐업에 큰 도움을 줬다.

공식 론칭 행사 역시 파격이었다. 기존 중대형 신차 소개는 통상 권위를 상징하는 고급 호텔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는 김포에 있는 헬기격납고에서 공개했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조차 왜 굳이 헬기격납고에서 신차 행사를 하는지 사전 정보가 없었다.

차량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가 끝난 이후 50m에 이르는 대형 격납고의 문이 열렸다. 앞으로 탁 트인 헬기 착륙장에서 신형 그랜저가 엔진음을 내며 활주로에서 드라이빙쇼를 시작했다. 공중에서 드론이 찍은 영상도 실시간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송됐다. 주홍철 현대차 국내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호텔이 주는 권위와 고급스러운 이미지 대신 자동차 자체의 주행 성능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헬기격납고에서 신차 출시 행사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고급’보다 ‘힙’을 추구하는 40대의 취향과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

영상광고 역시 사람이나 분위기가 아닌 자동차 자체에 집중했다. 커뮤니케이션 광고에서 나온 카피 문구인 ‘다시 처음부터 그랜저를 바꾸다’는 그랜저의 헤리티지마저 근본적으로 뒤집겠다는 의지였다.

신형 그랜저의 광고가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4세대 그랜저(TG)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젊어지려는 시도를 했던 4세대 모델이지만 광고는 여전히 성공의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드러냈다.

4세대 그랜저 광고를 회상해보자. 클래식한 기품이 느껴지는 유럽의 어느 건물 입구. 40대 초의 남자와 여자가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눈이 마주친다. 첫사랑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두 남녀의 표정에 복잡한 변화가 일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내색 없이 사라지던 남자는 그랜저 앞에서 잠시 갈등을 하다가 차를 몰고 사라진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남자를 바라보던 여자는 “참 많이 변한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라고 독백한다. 광고에 깔리는 음악은 1960년대 히트 팝송인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 또 다른 버전은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며 오랜만에 만난 두 중년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칫 속물적으로 보이는 이 광고들은 모두 40대의 성공한 남자가 타는 그랜저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자동차를 신분 과시의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 인생의 성공 기준을 자신이 타는 자동차로 설명하는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반응도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의 신형 그랜저는 오직 차만을 보여줬다. 주행 성능을 시작으로 안개 속에서 스스로 안전을 지켜주는 능동형 안전장치 등을 통해 고객이 기대하는 그랜저의 실용적인 측면을 소구하고 있다.

그랜저를 젊게 만들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은 성공했다. 6세대 그랜저의 사전계약 고객 중 30∼40대 비중은 48%로 기존 5세대보다 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신규 유입된 고객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을 기록했다. 사전계약 이후에도 30대의 구매가 늘어나는 패턴은 이어졌다.

김재형 현대차 국내광고팀 과장은 “기존 그랜저 모델에 비해 30대의 구매가 약 5%포인트 늘었다”며 “준대형차인 그랜저의 주력층으로 보기 어려운 30대의 구매가 늘었다는 것은 젊은 이미지와 혁신적인 기능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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