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www.trendmonitor.co.kr)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 태도, 의견에 대한 정보를 대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주요 미션으로 삼고 있는 시장조사 전문기업입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trendmonitor)과 트위터(@emtrendmonitor)를 통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돈을 지불하고 부족한 시간을 ‘구입’하다
커피 한잔에 4분, 버스 요금은 2시간. 최고급 무스탕 차량 가격은 무려 59년. 2011년 개봉한 영화 ‘인타임(In Time)’ 속 가상세계에서는 정말로 ‘시간이 돈’이다. 영화의 소재로 활용된 ‘시간=돈’이라는 개념에 대한 공감대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 속에서의 노동은 ‘시간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으로 묘사된다. 즉, 노동자들 대부분은 하루밖에는 시간이 없어서 이들은 생존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 의미심장한 비유는 사실 물리적인 시간부족의 의미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시간부족의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의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점점 커지지만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한 선택권이 보장된 시간1) 은 점점 더 줄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서 매년 대규모(상/하반기 합계 6000명)로 진행하고 있는 MCR(Media & Consumer Research) 자료를 보면 평일 기준 여가시간은 2004년 3시간51분이었다가 3시간50분(2005) → 3시간42분(2007) → 3시간18분(2009)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0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유저의 경우 평일 기준 여가시간은 2시간48분으로 개인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간부족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변화는 무엇일까? 혹시 시간을 줄여주는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 실질적 가치, 즉 ‘돈’을 지불하게 됐을까? 한국에서 인터넷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2001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뱅킹’이 유용하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은 42.1%였고 인터넷 뱅킹으로 은행 가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었다는 응답은 31.8%에 불과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각각 71.9%와 64.3%로 30%가량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경험도 2배 넘게 증가했다(24.1%(2001) → 61.4%(2012)).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24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뚜렷한 ‘시간’이라는 자산을 자신에게 최적화하고 있다. 24시간이라는 시간 자체를 늘릴 수는 없지만 주어진 시간 자체를 ‘절약’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 시간의 최적화 시대 : ‘관심’의 측정이 필요한 이유
영화 인타임에서처럼 소비자들이 개인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실제로 ‘돈’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가상의 세계처럼 여겨지는 이런 비즈니스는 실제로 있다. ‘애드라떼’라는 모바일 광고의 플랫폼은 소비자들이 짧은 광고를 보면 그 시간을 내준 대가로 소비자들에게 ‘돈’을 준다. 개인이 ‘자투리의 관심’을 보여주면 그 대가를 적은 돈으로 돌려주고 소비자들은 그 ‘자투리의 관심표명’을 현금으로 바꿔서 소비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는 기존의 광고와 미디어에 대한 변화된 태도를 보여준다.
기존의 4대 매체(TV, 신문, 라디오, 잡지)로 대표되는 미디어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관심받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관심은 당연하지 않다. 관심을 줄 다른 대안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과거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정보를 찾는다. 그 결과 소비자들 스스로 원치 않은 광고는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소비자들의 일방적 광고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정보를 스스로 찾는 소비자들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저 ‘당연한 관심’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의 매스(mass) 마케팅은 힘들어진 시대에 기업은 소비자의 무엇을 알아야 할까? 토마스 대븐포트(Thomas Davenport)는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 생산의 3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이었다면 최근에 가장 중요해진 요소는 ‘관심’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향후 비즈니스를 고민할 때 소비자들이 ‘현재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는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일단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매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시간개념은 필수시간, 의무시간, 여가시간으로 나뉜다. 하루 24시간 중 생존에 필요한 수면, 식사 등을 위한 필수시간, 사회적 역할에서 요구되는 활동(직장생활, 학교생활 등) 등 의무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여가시간으로 정의(통계청).
윤덕환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콘텐츠사업부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엠브레인에서 리서치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수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디지에코) Issue & Trend, Issue Crunch 코너의 고정 집필진이다. 저서로는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